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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BA 우승후 ‘펑펑’ 김예은 “지난시즌 부진에 마음고생 심했다”

개막전 ‘SK렌터카 챔피언십’서 최연소(21세7개월) 우승
“우승 순간 늦은 밤 혼자 방에서 울던 장면 떠올라 북받쳐”
축하메시지 800통…언니와 제주여행, MBN도 출연
“4강전, 존경하는 (김)가영 언니에 승리하고 자신감 생겨”
우승으로 마음의 짐 내려놓아…이제 즐기는 선수되겠다

  • 기사입력:2020.07.16 09:24:24
  • 최종수정:2020-07-24 16: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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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빌리어드뉴스 이우석 기자] LPBA 20-21시즌 개막전 ‘SK렌터카 챔피언십’ 우승자인 김예은(21)은 우승 확정 순간 ‘펑펑’ 울었다. 소감을 밝힐 때도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쏟았다. “늦은 밤, 혼자 방에서 울던 제 모습이 생각나 감정이 북받쳤어요. 나름 기대를 받고 LPBA에 참가했는데 생각만큼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마음고생이 심했고 우울증까지 겹쳐 당구를 한동안 쉴까 생각도 했습니다.”

미완의 ‘당구천재’로만 여겨지던 김예은은 이번 대회에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정상에 올랐다. 64강전부터 시작한 김예은의 이번 대회 애버리지는 0.995로 지난 시즌 7개대회 평균 애버리지(0.731)를 훨씬 웃돌았다. 기술과 파워 등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빌리어즈TV 김규식 해설위원도 “김예은은 이미 힘과 스피드를 갖추었고, 재능을 충분히 인정받은 선수였다. 여기에 과감함까지 더해졌다. 이번 우승으로 챔피언 반열에 올라 LPBA에서 강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우승 후 5일이 지난 14일 서울 논현동 브라보캐롬클럽에서 만난 김예은은 바쁜 스케줄로 목이 쉬어 있었다. “언니(김율리·LPBA)와 제주도 여행갔다 와서 곧바로 방송녹화(MBN 스포츠야)도 했어요.” 우승 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김예은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예은은 우승 후 언니(김율리·LPBA)와의 제주도 여행, 방송녹화(MBN 스포츠야) 등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었다. 사진은 MBN스포츠야에 출연한 김예은과 김보미.(사진제공=PBA)
김예은은 우승 후 언니(김율리·LPBA)와의 제주도 여행, 방송녹화(MBN 스포츠야) 등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었다. 사진은 MBN스포츠야에 출연한 김예은과 김보미.(사진제공=PBA)
▶우승 후 어떻게 지냈나.

=축하메시지를 정말 많이 받았다. 메신저와 SNS를 거의 800통 가까이 받았다. 지인과 팬들께 일일이 답변해 드리고, 가족들과 조촐한 파티를 했다. 또 언니(김율리)와 함께 제주도로 2박3일 여행을 다녀왔다. 어제는 (김)보미 언니와 MBN 스포츠 프로그램에 출연, 녹화도 했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다. 하하.

▶대회 이야기를 해보자. 우승 확정 후 ‘펑펑’ 울었다.

=늦은 밤, 혼자 방에서 울던 제 모습이 생각나 감정이 북받쳤다. 평소 제 이미지를 떠올렸을 땐 밝은 모습이었을텐데, 사실 지난 시즌 성적이 따라주지 않아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러다보니 우울증까지 겹쳐 매일 밤마다 울었다. 당구를 잠시 쉴까도 생각했다.

▶지난 시즌 4강과 8강 1번씩, 16강 2번이면 괜찮은 성적 아닌가.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프로무대에선 ‘우승’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언제 우승하냐’고 물어보시더라. 심지어는 ‘요즘 대회에 왜 안나오더라’고 하신 분들도 있었다. 저에게 힘이 되라고 그런 말을 했을테지만, 저는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들어야했다. 물론 처음엔 우승욕심도 컸고 연습을 정말 많이 했었다. 2차대회(신한금융투자)때 씻지도 않고 하루에 7시간씩 연습하고 대회에 나갔다. 그런데 1차전(64강) 탈락이었다. 열심히 해도 보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슬프고 힘들었다.

지난시즌 평가에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한 김예은은 결국 이번 시즌 개막전서 우승, 상금 2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 후 김예은이 우승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지난시즌 평가에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한 김예은은 결국 이번 시즌 개막전서 우승, 상금 2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 후 김예은이 우승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지난 시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지금 생각해보면 전혀 긴장할 게 아니었다. 대회 장소나 경기방식 등 환경이 달라졌는데, 그게 의식이 되더라. 방송경기도 나름 경험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떨렸다. 다행인건 점차 이런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됐다. 또 조금씩 즐길 수 있다. 어쩌면 이번 우승보다 더욱 값진 소득이 아닐까 싶다.

▶어려서부터 ‘천재’ ‘당구신동’으로 주목받았다.

=어린 시절엔 잘한다 잘한다 해주시니 정말 기뻤고 좋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남들 시선을 의식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 이후에는 스스로 느껴지는 성장이 없었다. 최근 몇년간 인간관계도 힘들었고, 당구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스트레스였다. 격려의 말조차 부담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로 대회가 연기되면서 우울증이 더욱 악화됐다. 지난달 서울연맹에서 개최한 대회도 출전하지 않았고, 이번 LPBA 개막전 출전은 물론 선수등록도 해야하나 고민했다.

▶언니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김예은과 세 살 터울 언니 김율리는 김예은과 함께 LPBA에서 활약 중이다. 지난 시즌엔 4차전 ‘TS샴푸 챔피언십’ 4강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언니가 힘든 시기에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 언니는 나와 반대로 무척 긍정적이다. 매일 밤 울고 있으면 언니가 방에 찾아와 안아줬다. 그때마다 “너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는건 그만큼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거야” “언니가 너무 마음이 아파, 힘들면 하지 않아도 돼. 언니랑 여행다니자”며 나를 다독여줬다.

김예은은 "힘든 성장통을 딛고 우승한 만큼, 앞으로는 자신감을 갖고 당구치는 김예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승후 울며 방송인터뷰하고 있는 김예은.
김예은은 "힘든 성장통을 딛고 우승한 만큼, 앞으로는 자신감을 갖고 당구치는 김예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승후 울며 방송인터뷰하고 있는 김예은.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세트제는 모든 경기가 힘들었다. 16강부터 4강전까지 3경기를 모두 세트스코어 2:1로 이겼을 정도로 힘들었다. 오히려 결승전이 무난했을 정도다.

▶김가영과 4강전서 승리, 지난시즌 6차전 4강 패배를 설욕했는데.

=(김)가영 언니와는 중학교 3학년 때와 지난 시즌 6차전 4강전에서 만났던 적 있다. 모두 패했기 때문에 부담스러웠다. 특히 지난 시즌에 만났을 땐 가영 언니 응원이 정말 일방적이었다. 마침 그때 가족들도 대회장에 못왔는데, 경기 지고 서러워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대회 예선(64강)에서도 가영언니와 만났다. 76점으로 동점이었는데, 가영언니에 하이런 1점 차로 밀려 2등했다. 4강 때 ‘이번에도 졌구나’ 싶어 기죽어 있었는데 어떤 경기보다 집중해 이겼다. 어쩌면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던 경기였는데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김가영과는 같은 후원사(김치빌리어드)인데 평소 친분이 있나.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다. 가영언니와 처음 경기할 때에는 연예인처럼 느껴졌다. 기에 눌렸던 기억밖에 안난다. 하하. 그러면서도 ‘이게 프로페셔널한 거구나’하고 감명받았다. 이후 후원사가 같아지면서 여러 조언을 많이 받았다.

슬럼프나 힘든 점에 대해 물어보면 “나는 신경안써. 슬럼프는 내가 만드는거야”라고 했다. 진정한 프로의 자세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가영 언니는 3쿠션 말고 다른 어떤종목을 해도 성공하실 분이다.

"축하메세지 800통 가까이 받았죠" 김예은은 우승 후 "메신저와 SNS를 합해 800통 가까운 축하메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예은이 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축하메세지 800통 가까이 받았죠" 김예은은 우승 후 "메신저와 SNS를 합해 800통 가까운 축하메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예은이 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다. 팬들이 없어 아쉽진 않았나. =지난시즌 우승 장면을 보면서 내가 저 자리에 서는 것을 상상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관중들의 열광하는 모습 등 뜨거움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한편으로는 경기에 집중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빨리 코로나19에서 벗어나 모든 당구팬들이 대회 현장에서 당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기간이 왔으면 좋겠다.

▶우승 직후 에디 레펜스(벨기에)가 꼭 안아주며 축하해줬는데.

=레펜스는 제게 양아버지와 같은 분이다. 항상 딸처럼 나를 챙겨준다. 매번 날 보면 “날 믿어. 넌 정말 강한선수야”라며 용기를 심어준다. 결승전 마지막 세트를 앞둔 브레이크타임 때 눈이 마주쳤는데, ‘넌 할 수 있다’고 토닥여주는 것 같아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가장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1살 많은 (김)보미 언니와 가장 친하다. 보미 언니와는 공통점이 많다. 아버지께 당구를 배웠고, 나이 차이도 크게 안나고, 힘들었던 시기도 비슷하다. 최근 힘들 때 가족에게조차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보미언니에게 이야기하며 극복했다. 보미언니는 제 당구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당구는 아버지께 배우고 있나. (편집자주=김예은의 아버지인 김진수 선수는 PBA2부 드림투어에서 활약중이다.)

=아버지는 제 유일한 당구선생님이다. 당구의 물리적인 현상을 알기쉽고 정확하게 설명해주셔서 예민한 궁금증을 끝까지 해결해준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께 당구를 배우다 2~3년 전부터는 스스로 연습하고 있다.

김예은은 지난 2016년 당구로 부모님과의 갈등을 그린 TV프로그램 ‘동상이몽’에 출연한바 있다. 당시 방송국 촬영을 마치고 찍은 기념사진. 김예은의 왼쪽에 있는 아버지 김진수 씨는 프로당구 PBA 2부투어(드림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왼쪽 첫 번째 언니 김율리 역시 김예은과 함께 LPBA에서 뛰고 있다.(사진제공=김예은)
김예은은 지난 2016년 당구로 부모님과의 갈등을 그린 TV프로그램 ‘동상이몽’에 출연한바 있다. 당시 방송국 촬영을 마치고 찍은 기념사진. 김예은의 왼쪽에 있는 아버지 김진수 씨는 프로당구 PBA 2부투어(드림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왼쪽 첫 번째 언니 김율리 역시 김예은과 함께 LPBA에서 뛰고 있다.(사진제공=김예은)
▶당구 외 뭘 좋아하나. =여행 다니는걸 좋아한다. 또 손으로 갖고 노는 걸 좋아해 DIY(직접 조립· Do It Yourself) 제품이나 나노블럭 퍼즐 그림 네일아트 메이크업 등을 한다. 저는 당구선수에만 묶이고 싶지 않다.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해보고 싶다.

▶부모님과의 갈등을 그린 TV프로그램 ‘동상이몽’에도 출연했는데.

=어릴 때부터 당구를 시작해 학창시절 추억이 없다. 고등학교는 한 달에 한번 등교하는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거기엔 나이 많으신 분들이 많다. 저는 평범하게 살고싶은데, 부모님은 ‘당구로 최고가 되라’고 하셨다. 거기서 대립이 있었다. 부모님 뜻에 보답하지 못해 항상 죄책감을 느꼈다. 이번 우승으로 조금이나마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돼 기쁘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최연소(21세7개월) 우승타이틀을 쥐게 됐다. 앞으로의 각오는.

=사실 중학교 3학년때 우승(안양시장배 3쿠션대회) 이후로 최연소 우승이 두 번째다. 우승은 항상 매번 당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을 붙잡아주는 계기가 된다. 힘든 성장통을 딛고 우승한 만큼, 앞으로는 자신감을 갖고 당구치는 김예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samir_@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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