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2000점은 예행연습에 불과했다. 최근 열린 ‘코리아당구왕 왕중왕전’ 4구 결승에서는 한 큐에 무려 521번이나 성공시키며 우승했다. 그것도 첫 이닝에. 게임을 거의 포기한 상대가 후구에 3점을 쳐서 스코어는 521:3이었다.
놀라운 진기록에도 무덤덤해한 그는 “당구로 이름을 알려보겠다는 어릴 적 꿈을 이뤄 기쁘다”며 “상금 500만원은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번 대한민국 ‘4구왕’임을 입증한 그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한큐에 5210점(521개)을, 그것도 결승에서 쳤는데.
=컨디션이 좋았다. 200개(2000점) 넘기고 300개(3000점) 돌파할 때 모아놓은 공이 조금 흐트러졌는데, 다시 세리치기 좋은 형태를 만들면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결승전 세리쇼를 예상했나.
=지난 6월 코리아당구왕 3차대회 우승할 때와 비슷하게 연습했다. 평일에는 퇴근 후 한 시간 정도, 주말엔 두 시간. 대신 그때부터 끌어올린 감각이 예전 20대 초반 당구를 한창 칠 때와 비슷할 정도로 올라가 있었다. 자신있었다.
▲연습할 때도 500개(5000점)는 쉽지않을 것 같은데.
=아니다. 하하. 사실 연습 때는 한 큐에 ‘1만점’, 정식 계산법으론 1000점도 친 적 있다. 지난 6월엔 10이닝안에 세리를 만들어 칠 수 있다는 확신이 70% 정도였다면, 이번 대회 전에는 10이닝 안에 95% 이상 확률로 세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실제로 대회 직전 연습 땐, 10이닝 안에 세리를 2~3회 만들기도 했다.
▲결승 상대가 ‘오심 논란’의 피해자로 알려진 송길용씨였다.
=6월 ‘코리아당구왕 제3차’ 4구 8강전 후, 제가 오심 덕에 이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런 평가를 뒤집으려고 결승전에서 더욱 이를 악물었던 것 같다.
▲우승상금 500만원을 받았는데.
=경남 밀양시청 주민생활지원과에 기부하려고 한다. 큰 돈은 아니지만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기금 마련에 힘을 보태고 싶다. 밀양시청 주민생활지원과는 제가 지난 7월 승진하기 전까지 근무하던 곳이다. 지금은 밀양시청 초동면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름이 알려졌으니 선수 제의도 받았을 것 같은데.
=한 지역의 당구연맹 관계자로부터 3쿠션 선수 제의를 받은 적 있다. 하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저는 20대 초반 당구로 이름을 알리겠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4구만을 집중적으로 파왔다. 그때의 삶을 돌이켜보면 정말 고독하고 힘들었다. 만약 3쿠션 선수로 나서게 되면 그 인고의 과정을 다시 걸어야 한다. 직업을 그만둬야 함은 물론 가족에게도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선수 제의를 고사했다. 그리고 3쿠션은 국제식 테이블 경험이 없다. 하하. 8년 전 한창 4구 연습할 때 중대에서 35점 놓고 친 적은 있다.
▲이 대회를 끝으로 당구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코리아당구왕 왕중왕전 출전하기 전, 1이닝에 세리를 쳐 경기를 끝내는 목표를 세웠다. 다행히 결승전에 그 일을 해냈다. 선수급 실력은 아니지만, 제가 4구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에 가까운 것이었다. 한마디로 제 목표를 이뤘다. 제 뒤로 다른 고수분들이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7월 ‘MK빌리어드뉴스’를 통해 나간 ‘코리아당구왕 제3차’ 우승기사에 많은 응원 댓글이 달렸다.
=이제 당구는 취미로 즐기고, 가족을 위한 삶에 더 충실할 것이다. 지난 6월 코리아당구왕 제3차 대회를 준비하면서 정말 많이 노력했다.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당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 한편으론 행복했다. 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꽤 있었다. 그분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별 대단하지 않은 사람인 제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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