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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큐 5000점 당구왕’ 이기범 “상금 5백만원 기부”

“여유 없지만 의미있는 일 하고싶어…아내도 적극 동의”
“연습땐 한큐 1만점도…어떤 공도 10이닝內 세리 만들어”

  • 기사입력:2017.11.01 12:15:08
  • 최종수정:2017-11-01 14: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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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코리아당구왕 왕중왕전" 4구 결승전에서 한 큐에 521점을 올리며 우승을 차지한 경남 밀양시 공무원 이기범(33)씨가 우승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기범씨는 MK빌리어드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제 목표를 이뤘으니 당구대회는 참가하지 않을 것이고, 상금 5백만원은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7 코리아당구왕 왕중왕전" 4구 결승전에서 한 큐에 521점을 올리며 우승을 차지한 경남 밀양시 공무원 이기범(33)씨가 우승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기범씨는 MK빌리어드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제 목표를 이뤘으니 당구대회는 참가하지 않을 것이고, 상금 5백만원은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대회에서 한 큐에 무려 5210점(실제로는 521번 성공)을 치며 우승을 차지한 이기범(33)씨. 그는 이미 지난 6월 코리아당구왕 제3차 4구 결승전에서 한큐에 2000점을 몰아치며 ‘공무원 당구왕’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2000점은 예행연습에 불과했다. 최근 열린 ‘코리아당구왕 왕중왕전’ 4구 결승에서는 한 큐에 무려 521번이나 성공시키며 우승했다. 그것도 첫 이닝에. 게임을 거의 포기한 상대가 후구에 3점을 쳐서 스코어는 521:3이었다.

놀라운 진기록에도 무덤덤해한 그는 “당구로 이름을 알려보겠다는 어릴 적 꿈을 이뤄 기쁘다”며 “상금 500만원은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번 대한민국 ‘4구왕’임을 입증한 그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한큐에 5210점(521개)을, 그것도 결승에서 쳤는데.

=컨디션이 좋았다. 200개(2000점) 넘기고 300개(3000점) 돌파할 때 모아놓은 공이 조금 흐트러졌는데, 다시 세리치기 좋은 형태를 만들면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결승전 세리쇼를 예상했나.

=지난 6월 코리아당구왕 3차대회 우승할 때와 비슷하게 연습했다. 평일에는 퇴근 후 한 시간 정도, 주말엔 두 시간. 대신 그때부터 끌어올린 감각이 예전 20대 초반 당구를 한창 칠 때와 비슷할 정도로 올라가 있었다. 자신있었다.

▲연습할 때도 500개(5000점)는 쉽지않을 것 같은데.

=아니다. 하하. 사실 연습 때는 한 큐에 ‘1만점’, 정식 계산법으론 1000점도 친 적 있다. 지난 6월엔 10이닝안에 세리를 만들어 칠 수 있다는 확신이 70% 정도였다면, 이번 대회 전에는 10이닝 안에 95% 이상 확률로 세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실제로 대회 직전 연습 땐, 10이닝 안에 세리를 2~3회 만들기도 했다.

▲결승 상대가 ‘오심 논란’의 피해자로 알려진 송길용씨였다.

=6월 ‘코리아당구왕 제3차’ 4구 8강전 후, 제가 오심 덕에 이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런 평가를 뒤집으려고 결승전에서 더욱 이를 악물었던 것 같다.

▲우승상금 500만원을 받았는데.

=경남 밀양시청 주민생활지원과에 기부하려고 한다. 큰 돈은 아니지만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기금 마련에 힘을 보태고 싶다. 밀양시청 주민생활지원과는 제가 지난 7월 승진하기 전까지 근무하던 곳이다. 지금은 밀양시청 초동면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17개월된 딸 예린양, 아내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이고 있는 이기범씨.
17개월된 딸 예린양, 아내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이고 있는 이기범씨.
▲기부에 대해 아내도 동의했나.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일이다. 당구를 통해 할 수 있는 가치있는 일 말이다. 저희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는 않다. 하지만 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다니는 아내가 이 뜻에 적극 동의해줬다. 지금 17개월된 딸이 나중에 커서 아버지가 당구로 잠깐이지만 이름을 알렸고, 또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다는데 만족한다.

▲이름이 알려졌으니 선수 제의도 받았을 것 같은데.

=한 지역의 당구연맹 관계자로부터 3쿠션 선수 제의를 받은 적 있다. 하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저는 20대 초반 당구로 이름을 알리겠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4구만을 집중적으로 파왔다. 그때의 삶을 돌이켜보면 정말 고독하고 힘들었다. 만약 3쿠션 선수로 나서게 되면 그 인고의 과정을 다시 걸어야 한다. 직업을 그만둬야 함은 물론 가족에게도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선수 제의를 고사했다. 그리고 3쿠션은 국제식 테이블 경험이 없다. 하하. 8년 전 한창 4구 연습할 때 중대에서 35점 놓고 친 적은 있다.

▲이 대회를 끝으로 당구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코리아당구왕 왕중왕전 출전하기 전, 1이닝에 세리를 쳐 경기를 끝내는 목표를 세웠다. 다행히 결승전에 그 일을 해냈다. 선수급 실력은 아니지만, 제가 4구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에 가까운 것이었다. 한마디로 제 목표를 이뤘다. 제 뒤로 다른 고수분들이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7월 ‘MK빌리어드뉴스’를 통해 나간 ‘코리아당구왕 제3차’ 우승기사에 많은 응원 댓글이 달렸다.

=이제 당구는 취미로 즐기고, 가족을 위한 삶에 더 충실할 것이다. 지난 6월 코리아당구왕 제3차 대회를 준비하면서 정말 많이 노력했다.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당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 한편으론 행복했다. 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꽤 있었다. 그분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별 대단하지 않은 사람인 제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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