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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포켓볼 전설’ 켈리 피셔 “韓서 세계적 선수 나올 것”

“기량 뛰어난 어린 선수들 많아...지원 뒷받침돼야”
7일 김가영아카데미서 한국팬 위한 특별 이벤트 개최
“9일 개막 구리세계포켓볼대회에서 좋은 성적 자신”

  • 기사입력:2017.10.07 08:59:01
  • 최종수정:2017-10-09 09: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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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스누커계를 그야말로 평정하고, 포켓볼까지 접수한 여성 당구계 ‘레전드’ 켈리 피셔(영국‧39). 그가 9일 열리는 ‘2017 구리 국제 9볼 챔피언십’(구리 국제 9볼 챔피언십) 참가 차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 강동구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에서 구리대회를 대비, 연습중인 그를 MK빌리어드뉴스가 만났다. 국내 언론사 최초로 진행된 켈리 피셔와의 인터뷰는 1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진행됐다. 여성 포켓 선수들의 우상과 같은 존재인 그는 인터뷰 내내 그는 푸근한 미소로 기자를 대했다. 또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때엔 천천히 이야기해주는 배려도 보였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고.

=매번 친분이 있는 김가영 선수가 초대했지만 못 오다가 이번에 드디어 한국에 오게 됐다. 두 가지가 기뻤다. 첫째로 친한 김가영의 나라에 와 그를 통해 한국을 알아갈 수 있다는 점, 또 이 훌륭한 아카데미(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를 실제로 보게 됐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이 아카데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꼭 방문하고 싶었다. 세계적으로 봐도 이런 훌륭한 시설을 갖춘 곳은 드물다.

▲세계적인 당구스타가 한국에 온 이유는.

=당구 팬들이라면 다 잘 알겠지만, 9일 구리에서 국제적인 포켓볼대회가 열린다. 아시아에선 많은 세계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한국에선 처음 열리는 국제적인 대회다. 그동안 꼭 오고 싶었던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라 기대도 남다르다.

켈리 피셔는 김가영 선수를 "절친"이자 훌륭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둘의 인연은 켈리 피셔가 스누커를 그만두고 포켓볼 선수로 활동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2004년부터 시작됐다.
켈리 피셔는 김가영 선수를 "절친"이자 훌륭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둘의 인연은 켈리 피셔가 스누커를 그만두고 포켓볼 선수로 활동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2004년부터 시작됐다.
▲지금은 포켓볼 선수로 많이 알려졌지만, 당구를 스누커로 시작했다고. =부모님이 운영하던 바(술집)에 스누커 테이블이 있었다. 그땐 스누커를 하지 않았고, 부모님이 바 일부에 영국식 포켓볼 테이블을 들여놓을 때부터 큐를 잡아 영국식 포켓볼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스누커는 영국 인기 스포츠다. 어릴 때부터 TV로 스누커 경기를 봐왔고, 13살(1991년) 때 자연스럽게 스누커를 시작하게 됐다. 선수로 데뷔하곤 21살 때 여자 스누커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켈리 피셔는 ‘1997 여자 스누커 월드 챔피언십’ 준우승을 기점으로 1998~2000년, 3년 연속으로 여자 스누커 세계 챔피언을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엔 LG컵, 브리티시 오픈 등 다양한 대회를 휩쓸었고, 2002년과 2003년엔 또 다시 여자 스누커 월드챔피언십을 연달아 제패한다. 이처럼 여성 스누커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던 켈리 피셔는 2004년, 돌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종목을 포켓볼로 전향한다.

▲스누커 최강자로 군림하다 포켓볼 선수로 전향한 이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2003년, 다섯 번째 여자 스누커 월드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던 해다. 내 컨디션이 생애 베스트에 가까웠을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그 해에 영국 스포츠연맹이 여자스누커대회 지원을 끊는다고 했다. 스폰서링이 중단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직도 당시의 기분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정말 분했다. 하지만 당구선수를 포기할 수 없었고, 결국 2004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가 이듬해인 2005년 WPBA(미국여자프로당구협회) 포켓볼 선수로 등록했다.

스누커 최강자였던 켈리 피셔의 실력은 포켓볼 판에서도 통했다. 미국 여자 포켓볼대회는 물론 세계 포켓볼 대회 우승 트로피들도 수집하기 시작했다.

2005년 샌디에이고 클래식 우승을 시작으로 차차 입지를 다지던 그는 2008년, 포켓볼 메이저대회로 꼽히는 ‘US오픈 9볼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이 해에 그는 WPA(세계풀당구협회) 세계랭킹 1위로 등극했고, WPBA(미국여자프로당구협회)에선 올해의 선수로도 선정됐다. 이후에도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쌓아가던 그는 2012년, WP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기에 이른다. 이처럼 한 종목 제패도 어려운 스포츠 세계에서 다른 종목에서도 입지전적인 위치를 차지한 켈리 피셔. 팬들과 동료들은 이런 그의 가장 큰 강점으로 ‘강철멘탈’을 꼽는다.

▲절대 흔들리지 않는 ‘강철멘탈’로 유명하다. 마인드컨트롤 능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인데, 그 노하우를 공개할 수 있을까.

=내 가장 큰 비밀인데. 하하. 사실 아버지가 복서셨다. 그래서 오랫동안 복싱을 배웠다. 또 쿵푸도 함께 했다. 이 경험들이 집중력 향상과 자신감 확립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멘탈도 강해지는 것 같다.

▲닉네임도 있다. ‘KwikFire’(퀴크파이어). 무슨 뜻인지.

=빠르단 뜻 ‘퀵’(Quick)과 ‘파이어’가 만나 탄생한 별명이다. 나는 공을 빨리친다(샷 인터벌이 짧다). 이런 선수를 영국에선 ‘파이어 맨’(The fire man)이라고 한다. 원래는 ‘QuickFire’이지만 내 이름 앞글자 K와 F를 따 ‘KwikFire’(퀴크파이어)가 됐다.

본인의 강한 멘탈에 대해 설명하던 켈리 피셔는 김가영 또한 그에 못지않은 강한 정신력을 지닌 선수라고 했다. 두 선수의 인연은 켈리 피셔가 미국에 진출한 2004년부터 시작됐다. 피셔는 “대회장에서 만나면 냉정한 승부를 겨루지만, 사석에선 둘도 없는 친구”라고 김가영을 설명했다.

둘의 인연을 통해 피셔는 7일 오후 2~7시, 한국팬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갖는다. 김가영포켓볼아카데미에서 한국 당구팬, 유망주, 선수들과 함께 피셔의 노하우를 직접 듣고 공유하는 행사가 마련됐다.

▲한국 여성 포켓볼 선수들의 수준은.

=(예전에 비해)정말 많이 향상됐다고 본다. 김가영 선수는 월드챔피언이니까 예외로 치고, 요 근래에 등장한 한국의 몇몇 선수들은 기량이 예전보다 많이 올라갔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들을 위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것들이 없이 김가영과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과정은 어린 선수들에겐 쉽지 않을 것이다. (지원이 따른다면)분명히 김가영처럼 훌륭한 선수가 많이 나올 것이다.

켈리 피셔는 "2017 구리 국제 9볼 챔피언십" 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인터뷰 후 켈리 피셔가 샷 시범을 보이고 있다.
켈리 피셔는 "2017 구리 국제 9볼 챔피언십" 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인터뷰 후 켈리 피셔가 샷 시범을 보이고 있다.
▲최근 성적이 좋다. 6월 류저우 CBSA(중국당구협회) 국제9볼오픈에서 세계 1위 첸시밍, 2위 한유를 모두 꺾고 우승했다. 그 기운을 구리까지 가져갈 자신 있는지. =(질문 끝나자마자)물론이다. 나는 프로선수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라면 어느 대회든 우승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참가할 것이다. 나도 그렇다. 물론 중국선수들을 비롯해 많은 톱클래스 선수들이 출전해 쉽진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당구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일단 한국에서 처음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또 저를 위한 인터뷰가 진행된 것에 대해 고맙다고 하고 싶다. 그리고 한국 당구팬들이 이번 ‘구리 국제 9볼 챔피언십’을 통해 저를 비롯한 많은 세계정상급 선수들의 플레이를 마음껏 즐기길 바란다.

◇켈리 피셔 스누커‧포켓볼 주요이력

◆스누커

1997 여자 스누커 월드챔피언십 준우승

1998~2000 여자 스누커 월드챔피언십 3연패

2002~2003 여자 스누커 월드 챔피언십 2연패

◆포켓볼

현 WPA(세계풀당구협회) 세계 랭킹 7위

2008 WPBA(미국여자프로당구협회) US 오픈 9볼 챔피언십 우승

2008 WPBA 올해의 선수

2012 월드게임 포켓9볼 동메달

2012 WPA 올해의 선수

2017 류저우 CBSA 국제 9볼 오픈 우승

[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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