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BA 원년멤버로 초기부터 주목받아,
이후 ‘32강의 벽’에 갇혀 부진의 늪,
7월 3차투어서 3시즌만에 16강
올시즌 앞두고 3개월 휴식, 큐도 안들어
친한 (강)유진 언니 준우승땐 집에서 울기도
고등학교 2학년 때 3쿠션을 시작해 LPBA 원년부터 프로 무대를 누빈 전애린. 또래 선수들보다 늦게 큐를 잡은 만큼 누구보다 당구에 매진했고, LPBA 초창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32강의 벽에 막히기 시작했다. 32강에서만 무려 여섯 번 연속 탈락하며 긴 부진을 겪었다.
전애린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3개월 동안 당구 큐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당구에서 한발 물러선 채 자신을 되돌아보며 32강의 벽에 막혔던 이유를 스스로 찾아냈다. 다시 큐를 잡은 전애린은 달라져 있었다. 마침내 올시즌 3차투어 ‘에스와이배’에서 32강을 넘어 3년 만에 16강에 오르며 자신을 둘러싼 껍질을 벗겨냈습니다.
다시 자신감을 찾은 전애린을 자신의 연습구장인 서울 노원구 아리랑캐롬클럽 노원점에서 만났다. 인터뷰가 길어지며 인근 카페에서 계속 얘기를 나눴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해달라.
=2019년부터 LPBA에서 뛰고 있는 전애린이다.
▲그 동안 넘지 못했던 32강을 넘어 16강에 올랐다. (전애린은 올 시즌 3차투어 에스와이배 32강에서 용현지를 세트스코어 3:0으로 물리치고 2023년 7월 실크로드배 이후 3년 만에 16강에 올랐다.)
=이번 3차투어 32강에서는 3개월 동안 쉬면서 복기했던 것을 다시 떠올렸고 조금 더 차분하게 경기했다. 그 동안 해왔던 것만 제대로 하자는 생각과 ‘내가 숙지했던 것을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
▲매번 32강에서 발목이 잡혀 여섯 번 연속 탈락한 것을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다. 이상하게 64강까지는 떨리지 않았는데 32강전만 하면 면 긴장이 되고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워낙 자주 떨어지다 보니 32강만 되면 ‘이번에도 떨어지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도 있었다.
▲3개월 동안 큐를 아예 잡지 않았다고.
=올해 3개월 동안 당구 큐를 아예 잡지 않았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정말 당구를 치고 싶어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나 공을 가르쳐주시는 스승님께는 몸이 아파서 쉰다고 했다. 나 혼자만의 고민이었기 때문에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3개월을 어떻게 지냈는지.
=정말 푹 쉬었다. 집에서 쉬었고 몇 년 동안 계속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도마뱀을 반려동물로 키우기 시작했다. 친구들도 만나고 평범한 20대처럼 지냈다. 혼자 카페에 가서 책도 읽었다. 그렇게 지내다 어느 순간부터 당구를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구 치는 꿈까지 꿨다. 그때 ‘내가 당구를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당구장을 찾은 건 언제였나.
=4월에 당구장 가서 게임을 한 번 쳐봤다. 3개월을 쉬었으니 정말 못 쳤다. 애버리지가 0.3 정도 나왔다. 그런데 애버리지는 낮았는데 공을 치니까 재미있었고 ‘내가 정말 당구를 좋아한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3개월을 쉬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당구를 시작했다고 하던데.
=그렇다. 포켓볼이나 4구를 거치지 않고 바로 3쿠션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같이 취미생활을 해보고 싶어서 권하셨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까 재미있었고 결국 선수까지 하게 됐다. 지금은 같이 공을 치는 시간이 없어서 아버지가 많이 아쉬워하신다.
▲또래 선수들보다 당구를 늦게 시작했다는 점이 부담이 되기도 했나.
=그렇다. 이미래 김보미 김예은 같은 선수들은 중학생 때부터 공을 치기 시작했다. 이번에 쉬면서 연습하는 것만큼 쉬는 것과 휴식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 전에는 매일 당구장에 가서 공을 쳤다. 늦게 시작했으니까 주변에서도 ‘노는 것도 포기하고 오로지 공만 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당시에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실제로 당구를 치는 데 어떤 영향을 줬는지.
=개인적인 약속이 생겨도 마음 한 구석에는 ‘공을 쳐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다. 공을 안 치고 약속을 하고 있으면 스스로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고, 그런 게 계속 반복되면서 불안감도 생겼다. 성적이 좋을 때는 괜찮았다. 그런데 성적이 나오지 않기 시작하니까 오히려 그런 마음이 더 심해졌다. 그래서 지난 시즌 끝나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쌓였던 부담을 3개월의 휴식으로 많이 내려놓았는지.
=많이 내려놓았다. 예전에는 승부욕 때문에 자신을 계속 채찍질했다. 못하면 ‘나는 왜 이렇게 못하지’라고 스스로 몰아붙였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실수하면 ‘실수했구나. 다음에는 하지 말자’ 정도로 생각하려고 하며 조금 더 성숙해지려고 노력한다.
▲32강의 벽을 넘어선 뒤 주변 반응은.
=내가 32강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아는 분들은 별다른 말씀 없이 그냥 ‘잘했다’고 해줬다. 부모님이 굉장히 좋아하셨다. 그날 경기 끝나고 집에 갔는데 아버지가 거실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그런데 TV에서는 내가 이긴 경기를 반복해서 틀어놓고 계셨다. 핸드폰으로는 유튜브 방송을 틀어놓고 채팅창도 보고 계셨다. 말로는 표현하지 않으셨지만 부모님도 그동안 많이 신경 쓰고 계셨다는 걸 느꼈다.
▲현재 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일요일만 쉬고 나머지 6일은 오전 11시쯤 당구장에 가서 밤 9시까지 머물면서 게임 위주로 하고 있다. 대신 시간 나면 경기에서 실수했던 부분을 다시 연습해본다. 모든 실수를 다 하는 건 아니고, 내가 생각해도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실수였다’ 싶은 부분이나 특정 상황에서 실수했던 부분을 줄이는 연습을 한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보완하고 싶은 부분은.
=여전히 조급한 부분은 있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경기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긴장하면 팔이 떨리고 두께나 자세도 흔들린다. 그래서 스트로크 연습도 많이 하고 팔이나 하체 운동도 많이 하고 있다.
▲과거에는 조급함 때문에 마음에 남는 일이 있었다고.
=2023년 10월 4차투어(휴온스배)에서 용현지 선수와 32강 경기를 했을 때다. 당시 경기 내용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빨리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경기 끝나고 현지와 인사할 때도 대충 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경기 후 지인들이 ‘내 표정이 좋지 않아서 걱정된다’며 연락을 해왔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내가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현지에게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했고, 다행히 현지도 사과를 받아줬다.
▲당시 팬들의 비판도 있었는데.
=팬들이 내가 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판했던 것도 이해한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내가 잘못한 게 맞으니 받아들였고, 그 일을 계기로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려고 한다.
▲선수로서 존경하는 선수가 있다면.
=김가영 선수다. 실력은 당연하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나 자신감 있는 모습도 정말 존경스럽다. 언니도 경기 중에는 실수를 한다. 그런데 경기장 밖에서는 당당하다. LPBA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말이나 행동에서 책임감이 느껴진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강유진 언니다. 내가 힘들 때 항상 챙겨준다. 이번 3차투어(에스와이배)에서 언니가 준우승했을 때 집에서 울었다. 그 동안 언니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일정 때문에 현장에 가서 응원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다. 경기 끝나고 바로 연락했다.
▲당구를 가르쳐주는 스승은.
=올 시즌 2부투어에서 뛰고 있는 박광수 선수에게 배우고 있다. 3개월 동안 쉬었기 때문에 조만간 다시 찾아가서 배울 예정이다.
▲당구용품은 어떤 제품을 쓰는지.
=후원사인 고리나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큐는 고리나의 발렌시아 그린 모델을 사용하고 있으며 크레디스에서도 도움을 받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도움을 주시고 좋은 환경에서 공을 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고리나 대표님과 크래비스 대표님께도 감사드린다. 더 노력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올 시즌 목표는.
=모든 면에서 성장하고 한 경기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자는 생각이 크다. 예를 들어 내가 정말 잘 쳐서 애버리지 1.0을 기록했는데 상대가 더 잘해서 졌다면 괜찮다. 그런데 경기에서 집중하지 못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거나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해서 졌다면 그건 안 된다. 언젠가는 다시 팀리그에 복귀하는 것도 목표다. 최종 목표는 항상 우승이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여러분께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현재 광운대역 근처 아리랑캐롬클럽 노원점에서 연습하고 있는데 많이 도와주고 있다. 감사한 마음이다. [김기영 MK빌리어드뉴스 기자 pppig112@mkbn.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