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5년때 당구 시작 ‘될성부른 떡잎’
아시아 주니어선수권 2연패
한국의 ‘화수분 당구’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2008년생 ‘18세 영건’ 김도현(상동고부설방통고3)에게 시선이 쏠린다. 그는 지난달 제5회 인천광역시장배 전국당구대회에서 세계랭킹 1위 조명우(서울시청)를 누르고 3쿠션 남자부를 제패, 대이변을 일으키며 생애 첫 전국대회 정상에 올랐다.
당시 초반부터 거침없는 공격으로 4이닝 만에 21:0으로 앞서며 기세를 뽐냈는데 후반에 노련한 조명우 기세에 주춤, 22이닝에 40:40 동점까지 허용했다. 대선수의 관록에 우승을 내주는 듯했는데 마지막까지 집중하면서 50:47 승리를 거머쥐었다.
혜성처럼 등장한 재능으로 보이지만 ‘될성부른 떡잎’이란 표현이 더 들어맞는다. 김도현은 지난해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에서 4강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올 5월엔 호치민3쿠션당구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 조명우가 보유한 한국인 최연소 월드컵 최고 성적을 갈아치웠다. 또 아시아캐롬선수권 U22부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오랜기간 김도현 성장을 지켜본 나근주 대한당구연맹 사무처장은 “볼 배치가 어려워도 흔들림이 없다. 기본적으로 기초가 매우 탄탄한 재능이어서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김도현이 당구와 연을 맺은 데엔 아버지 김병수(56) 씨를 빼놓을 수 없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김 씨는 애초 아들이 훗날 사회인이 돼 사람과 어울릴 때 장기(長技) 하나 갖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당구클럽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도현이가 어릴 때부터 잘하는 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초등학교 3학년 때 마술학원을 보낸 적이 있다. 이후 드럼도 배우게 했다. 어느날 내가 가끔 가던 경기도 광주 소재 당구클럽에 데려갔는데 굉장히 호기심을 갖더라”며 “도현이 키보다 큐가 커서 처음엔 절반 떼어내 줬다. 만지작만지작하며 (당구치는) 소리나 흉내를 잘 내더라. 그러다가 5학년 때 제대로 조립된 큐를 달라고 했다. 바로 공을 잘 굴리더라. 그래서 ‘제대로 배워볼래?’라고 물었다”고 밝혔다.
김도현은 당구에 마법처럼 빠져들었다. 김 씨는 “그날부터 지금까지 당구장에만 살고 있다”며 “클럽에 있는 지인이 현재 PBA에서 활동하는 이영민 프로를 소개해줬다. 같은 동네(경기도 광주)에 살았는데 이 프로가 도현이를 테스트하더니 ‘지도해보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현이가 중학교 2학년까지 거의 4년을 이 프로에게 배웠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한 테이블에서 12시간씩 치기도 하더라. 생각한 것보다 독한 면이 있는 아이라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이영민도 김도현의 훈련 태도에 감명하며 스파르타식으로 지도했단다.
아버지는 “주변에서 재능이라는 표현을 쓰는 데 내가 보기에 도현이는 재능은 없다. 재능은 천재적인 끼가 있어야 한다”며 “도현이는 마냥 훈련하는 스타일이다. 훈련 요령과 훈련량이 뒷받침돼 성장한 케이스”라고 강조했다.
실제 김도현의 성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여러 당구인은 당구를 대하는 바른 자세와 인식을 먼저 언급한다. 물론 이런 것도 재능으로 볼 수 있다. 취미를 넘어 선수로 거듭날 수밖에 없는 김도현만의 DNA가 따른 것이다.
김도현은 여전히 조명우를 꺾고 첫 우승을 차지한 게 믿기지 않는다. 그는 “(우승 직후) 기사도 많이 나오고 유튜브에도 뜨더라. 여전히 신기하다”고 웃었다.
그간 전국대회 8강 징크스도 따랐단다. 스스로 “입상대에 한 번 서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인천 대회에서 징크스도 깨뜨리고 결승까지 진격했다. 기세를 몰아 조명우까지 꺾었다. 특히 큰 점수 차로 앞서다가 따라잡혔을 때 심리적으로 쫓길 수 있었으나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김도현은 “솔직히 예상한 부분이다. 스스로 보완해야 할 것 중 하나인데 초반에 잘 치면 후반에 떨어지는 면이 있다. 과거 이런 상황에서 역전당한 경기가 있는데, 그런 경험을 생각하면서 혹여 따라잡혀도 다시 잡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또 “과거 이영민 프로께 당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인드라고 배웠다”며 “스스로 승부처에서 최대 집중력을 발휘하는 데 자신 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위기 순간에 더 강해지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자지지명’(自知之明)이라 했던가. 김도현은 나이답지 않게 자기 성향에 맞는 종목을 선택하고 강점도 키우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여러 운동을 좋아했다. 다만 축구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팀 스포츠는 외향적 친구가 많더라. 난 혼자 노는 걸 좋아하고 내향적이다. 개인 스포츠가 더 잘 맞는 걸 알았다”며 “당구는 처음 접했을 때부터 좋더라. 혼자 마음껏 훈련하고 연구하는 게 잘 맞았다”고 말했다.
이런 궤적에서 강자인을 롤모델로 여긴단다. 그는 “(강)자인 삼촌은 평소와 달리 경기 전 누구와 말도 잘 안 섞고 경기에만 딱 몰입한다. 그런 멘탈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전국대회 우승으로 당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김도현은 더욱더 높은 꿈을 그린다. 최근 국제 대회를 경험하며 당구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김도현은 “3쿠션월드컵에서 입상하고 싶다”면서 “나만의 당구 색깔을 만들기 위해 더욱더 연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용일 칼럼니스트/스포츠서울 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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