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2세트 부진 낮잠으로 루틴 깨진 탓,
멘탈코칭 받으며 정신적으로 단단해져,
“당구대 위 세리모니 팬들이 요청”
‘사람 좋은 인상’의 에디 레펀스(SK렌터카)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루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승전 초반 경기력을 안좋을 때는 루틴이 깨진 탓이고, 50대에도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은 평상시 건강과 루틴을 유지한 때문이란다. 당구대 위로 올라가는 세리모니는, 그걸 원하는 팬들이 많다고 했다. PBA 원년멤버로서 지난시즌 MVP 두차례, 올시즌 개인투어 우승까지 했으니 지금이 자신의 전성기라고 했다. 레펀스의 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한다.
▲우승을 축하한다.
=당구는 상대와의 싸움이지만, 내 자신과의 싸움이 더 중요하다. 결승전에서 스스로를 이겨냈다. 믿을 수가 없다. 세트스코어 0:2로 끌려갈 때만 해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준결승전까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는데, 결승전 2세트까지 좋지 않았다. 3세트도 0:9로 밀렸지만, 침착하려 노력했고 그러면서 평소의 내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 집중력을 매 순간 잃지 않았다. 최고의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만족할 만한 경기력이었다고 생각한다.
▲너무 오랜만의 우승이다. 4년 정도 걸렸는데.
=그 동안 패배를 통해 많은 자극을 받았다. 좋지 않은 기간 동안 세트를 마무리하는 능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국의 당구 선수 전문 멘털 코치에게 코칭을 받으면서 노력했다. 정신적으로 단단해진 점이 팀리그 3라운드와 이번 투어에서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에서 강한 상대를 많이 만났는데.
=긴장감 있는 경기에서 세트포인트를 놓치는 게 줄었다. 득점을 못하더라도 세트를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이번 대회에서 김준태 서현민 강민구 조재호 등 쉽지않은 대진이었지만, 멘털 코칭 덕분에 압박을 이겨내고 세트를 끝내는 법을 배우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었다.
▲결승전 초반 부진했는데.
=굳이 이유를 꼽자면 나는 평소에 오전에 일어나서 잠들 때 까지 낮잠을 자지 않는다. 그런데 준결승 끝나고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잤는데, 이로 인해 내 루틴이 무너졌다. 루틴이 깨진 게 영향을 줬다.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첫 공격을 시도할 때까지 준비가 돼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그 준비가 잘 되지 않았다. 앞으로는 낮잠을 절대 자지 않겠다. 하하.
▲우승 확정 순간 테이블로 뛰어 올라갔고, 마지막 점수를 따내고 함성을 질렀다.
=21/22시즌 휴온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테이블에 올라가는 세리머니를 했다. 세리머니에 큰 의미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승하면 당구대 위에 올라가는 세리머니를 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이후 나만의 세리머니로 발전했다. 마지막 샷을 성공하고 함성을 지른 것은 내 자신을 이겨냈다는 감정이 올라오면서, 행복을 표출하려는 방식이었다.
▲전임 교황을 닮아 한국에서 ‘당구 교황’이라고도 불리는데, 별명이 마음에 드나.
=알고 있다. 하하.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TV에 비치는 모습이 비슷하다고 스스로 알고 있다. 좋은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50대 나이에도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고 있는 루틴이나 비결은.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이다. 나는 주 3~4회 꾸준히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러닝하는 루틴이 있다. 또 젊은 사람들의 에너지를 받기 위해 젊은 사람들과 가까이 지낸다. 그들 사이에 속해서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당구만 잘 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하지만, 토너먼트 경기를 치르면서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경기가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한 게임 한 게임 에너지 소모가 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이 건강한 상태여야만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승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울컥하던데.
=앞서 말했듯 저와의 싸움을 이겨냈다는 것에 감정이 북받쳤고, 벨기에에 있는 아내가 생각났다. 딸 생일을 챙겨주느라 이번 투어 함께 하지 못했지만, 매 투어에 항상 나와 함께 다니고 있다. 항상 나를 생각해주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벨기에에서도 나를 지켜보고 있을 생각에 조금 감정이 북받쳤다.
▲앞으로 몇 번 더 우승하고 싶은지.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 선수라면 그런 마음으로 대회에 임해야 한다. 이런 동기 부여가 없다면 대회에 나오면 안된다. 그렇지만 우승자는 한 명이다. 이것이 현실이며 받아들여야 한다. 다음 우승까지 또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나는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고, 마지막 자리에 서겠다는 마음으로 대회에 임할 것이다.
▲PBA 원년멤버인데 지금이 전성기라고 생각하나.
=지난 시즌 팀(SK렌터카)이 팀리그 파이널에서 우승했고, 두 차례 팀리그 MVP(1라운드, 파이널)에 뽑혔다. 개인투어에서도 우승한 지금이 나의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순간이 오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다.스스로 후회가 남지 않도록 노력한 만큼,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러길 바란다. [이선호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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