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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신태용’이란 소리 듣겠다” ‘용맹스러운 호랑이’ 부활 예고 신태용···“1골 먹으면 2골 넣고 이길 것” [MK인터뷰]

  • 이근승
  • 기사입력:2025.08.09 18:53:19
  • 최종수정:2025-08-09 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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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가 출항을 알린다.

울산 HD는 8월 9일 오후 7시 30분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2025시즌 K리그1 25라운드 제주 SK와의 맞대결을 벌인다.

울산은 3-4-3 포메이션이다. 말컹이 전방에 서고, 윤재석, 에릭이 좌·우 공격을 책임진다. 이진현, 고승범이 중원을 구성하고, 최석현, 조현택이 좌·우 윙백으로 나선다. 이재익, 트로야크, 정승현이 중앙 수비수로 호흡을 맞춘다. 골문은 조현우가 지킨다.

울산 HD 신태용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울산 HD 신태용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신태용 감독이 울산 지휘봉을 잡고 치르는 첫 경기다. 신 감독의 울산 감독 취임 소감 및 데뷔전에 임하는 각오다.

Q. 취임 소감.

13년 만에 와서 얼굴들이 생소한 것 같다. 올해는 ‘좀 쉬어야겠다’ 싶어서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김판곤 감독님이 떠나시며 울산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가서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K리그를 자주 본 것도 아니었다. 성남 FC 단장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K리그2만 봤었다. K리그1 경기는 많이 안 봐서 긴장이 된다. 울산이 명문 구단 중 하나인데 내가 와서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컸다. 계속 고민했다. 울산의 상황이 계속 안 좋게 흘러갔다. 오랜 고민 끝 감독으로 취임하게 됐다. 울산에 왔으니 ‘이빨 빠진 호랑이가 아닌 용맹스러운 호랑이’가 돼서 반드시 반등하겠다.

Q. 선두 전북 현대와의 승점 차가 많이 벌어져서 우승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 현실적인 목표는 어떻게 되나.

나도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선수들에게 “우승은 힘들다”고 했다. 단, “2~3위는 가능하다”고 했다. 2026-27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나가는 게 목표다.

신태용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신태용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훈련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훈련보단 선수단 분위기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뒀다. 감독 입장에서 모험 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훈련 시간을 줄였다. 선수들과 사적인 얘기를 주로 했다. 훈련할 때 ‘이빨을 보이라’고 했다. 서로 ‘얘기를 많이 하라’고 한 것이다. 계속해서 ‘말하라’고 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뒀다.

Q. ‘선수들이 지쳐 보인다’고 했다. 울산이 왜 힘들었는지 진단한 게 있는가. 13년 만에 K리그로 돌아왔는데 어떤 축구를 하고 싶은가.

K리그1은 안 보더라도 울산이 클럽 월드컵을 갔을 때부턴 챙겨봤다. 밤이든 새벽 시간이든 생생하게 챙겨봤다. 세계 축구의 트렌드를 확인했다. 월드컵을 감독으로 경험해 봤다. 과거 클럽 월드컵도 치러봤다. 울산에 ‘클럽 월드컵 다녀와서 휴식을 얼마나 취했냐’고 물으니 ‘한 번도 못 쉬었다’고 하더라. ‘베테랑 선수들부터 경기를 얼마큼 소화했는지 데이터를 뽑아보자’고 했더니 김영권이 작년부터 한 번도 못 쉬고 50경기 이상을 뛰었더라. 김영권에게 7~8일 휴가를 줬다. 김영권에게 “축구 생각하지 마라. 대신 다음 수원 FC전엔 선발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주장인 김영권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건 클럽 월드컵을 치르고 와서 ‘너무 지쳐있다’는 거다. 회복이 중요한 시점이다.

세계 축구의 트렌드가 ‘포메이션이 없다’시피 하는 거다. 그게 내 축구다. ‘1골 먹으면 2골 넣고 이기는 축구’를 하고 싶다. 트렌디한 축구를 보여주려고 2~3일 동안 선수들에게 많은 걸 요청했다. 오늘 경기에 그게 나왔으면 좋겠다.

신태용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신태용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코치진도 바뀌었다. 코칭스태프 선임 배경을 설명해달라.

코칭스태프는 김판곤 감독님이 끌고 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판곤 감독님이 팀을 떠나시면서 물갈이가 필요했다. 내가 중간에 들어왔다. 1명은 남겨서 가교 역할을 해야 했다. 그게 박주영 코치였다. 고요한, 김동기, 우정하 코치 등은 과거 같이 생활한 친구들이다. 내가 휘슬을 들고 모든 부분을 컨트롤한다. 코칭스태프는 도와주는 역할이다. 지금 코치들은 선수들과 가교 역할을 하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갈 것이다.

Q. 혹독한 스케줄인데 자신 있는지.

성격상 힘든 부분이 많다. 내 성격상엔 국가대표팀이 맞는 듯하다(웃음). 하지만, 울산 감독에 어울릴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울산에 딱 맞게끔 감독직을 수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신태용의 축구가 익숙한 코치들과 선수들이 있다.

내 축구를 이해하는 코치들, 선수들이 있다. 내가 먼저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해서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구단에 있는 몇 분이 ‘이런 분위기 처음 본다’고 했다. 이렇게 운동하는 분위기를 ‘처음 본다’는 것이었다. ‘이제까지 어떻게 운동했을까’란 느낌을 받았다. ‘우리 텐션의 50% 밖에 안 올라왔다’고 본다. 팀을 빠르게 끌어올리도록 하겠다.

신태용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신태용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데뷔전 라인업이 범상치 않은 느낌이다. 트로야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포백으로 바꾸면, ‘트릭 소리 듣는다’고 했다. 3-4-3 포메이션에 직접 사인을 했다. 트로야크는 스리백 가운데에 설 것이고, 양쪽 사이드 윙백을 잘 활용하려고 한다. 오늘 홈에서 치르는 첫 경기다.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 다만, ‘재밌는 축구, 닥치고 공격’을 할 것이다. ‘역시 신태용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끔 하겠다.

Q. 울산 데뷔전에서 김학범 감독과 맞대결 하게 됐다. 사전에 연락해서 나눈 이야기가 있나.

울산 감독 선임되고 나서 가장 먼저 김학범 감독께 전화드렸다. 김학범 감독께서 여러 조언을 해주셨다. 김학범 감독께 “울산 오면 뵙자”고 했다. 어젯밤 커피숍에서 1시간 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대 팀이 어떻다’는 얘기는 한 마디도 안 꺼냈다. 사담만 나누었다.

Q. K리그로 13년 만에 돌아왔다. K리그1의 변화는 어떻게 보고 있나.

인프라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아주 발전했다. 울산 클럽하우스와 강동구장에 가봤을 때 ‘우리 선수들 아주 행복하겠다’고 느꼈다. 나의 선수 시절엔 전용구장이나 훈련장이 없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여러 번 우승했지만,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울산은 잘 만들어져 있다. 13년 전보단 아주 완벽하게 느껴진 것 같다.

신태용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신태용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클럽 월드컵을 챙겨봤다’고 했는데. 인상 깊은 팀이나 감독이 있었나.

파리 생제르맹(PSG) 경기를 봤다. PSG가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게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브라질 팀들도 인상적이었다. 세계적으로 축구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게 됐다. 바이에른 뮌헨을 비롯한 유럽 빅클럽도 인상적이었다.

Q. 그동안 연령별 대표팀이나 인도네시아에서 ‘언더독’을 맡았었는데. 부담이나 책임감 같은 건 없나.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거다. 나 스스로 그런 걸 좀 내려놓고 즐기려고 한다. 오늘도 미팅 시간에 ‘축구를 즐기면서 하자’고 했다. 꼭 이기고자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간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재밌게 했으면 좋겠다. 만약 내 능력이 안 된다면 그만둬야 하는 것이다. 더 재밌는 축구를 하게 되면 팬들을 비롯한 모든 분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울산=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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