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에 스포츠카 엔진을 달아도 빨라지지 않는다.”
‘14억 대륙’ 중국은 여전히 차기 사령탑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2026 북중미월드컵 진출 실패 후 새 출발을 해야 할 그들이지만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8월 초, 위르겐 클린스만과 로저 슈미트가 중국의 차기 사령탑 후보로 언급됐다. 두 사람 모두 독일 출신으로 그동안 발칸 반도 출신 지도자들을 선임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듯했다.

그러나 중국 팬들은 클린스만도 슈미트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화려한 커리어를 보유한 외국인 감독 선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매체 ‘소후닷컴’은 “클린스만은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유명 인물이다. 그러나 화려한 커리어에 비해 모든 팬이 그를 인정한 건 아니다. 일부는 미국을 이끈 시절의 성적을 꼬집으며 ‘그가 뛰어난 지도자인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일부 관계자는 클린스만의 무자비하고 공격적인 축구 스타일이 느린 템포에 수비가 약한 중국 선수들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이야기했다.
클린스만은 최근까지 대한민국을 이끌었으나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 탈락 후 경질당했다. 그의 지도자 능력은 의문부호가 있었고 무엇보다 리더십 부족과 낮은 프로의식이 심각했다.

어쩌면 중국에는 클린스만보다 슈미트가 더 잘 어울릴 수 있다. 슈미트는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적이 있고 크게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슈미트에 대한 반응도 완전히 좋은 건 아니었다. ‘소후닷컴’은 “슈미트는 과거 베이징을 이끌며 슈퍼리그 준우승, FA컵 우승을 이끈 바 있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슈미트의 중국 축구 경험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중국 선수들을 크게 변화시킬 수 없다고 바라봤다”고 말했다.
사실 중국의 문제는 지도자보다는 선수에게 찾는 게 더 빠르다. 그들은 해외파가 거의 없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우물’ 안에서 열심히 월드컵만 바라보고 있다.

‘소후닷컴’은 “중국 축구에 대한 논쟁은 단순히 감독 능력 문제를 떠나 더 깊은 시스템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그동안 여러 외국인 지도자를 기용했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트랙터에 스포츠카 엔진을 달아도 빨라지지 않는다’고 적절히 비유했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청소년 육성에 있어 여러 결함과 취약한 기반에 있다. 청소년 축구 통계를 보면 베트남의 1/3 수준이다. 심지어 기본적인 볼 컨트롤도 못하는 선수가 많다. 이러한 육성 기반으로는 멀리 갈 수 없다”고 바라봤다.
스포츠에서 지도자가 끼치는 영향은 여전히 크지만 결국 무대 위에 서는 건 선수들이다. 그들의 기량이 어느 정도 받쳐주지 않는다면 어떤 지도자가 오더라도 한계가 있다. 그것이 바로 중국 축구의 현실이다.
중국 팬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소후닷컴’은 “한 축구 포럼에서는 감독 교체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으나 다수의 팬은 ‘돈 낭비 말고 청소년 육성에 집중하자’는 의견을 선택했다. 그리고 ‘클린스만에게 쓸 돈으로 경기장 몇 개를 만들 수 있는데 왜 투자하냐’는 반응도 있었다”며 “중국 축구의 문제는 감독만 바꾼다고 해결될 수 없다. 축구 시스템 전반의 재구축이 절실하다. 팬들도 잘 알고 있으나 막연한 무력감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이번 감독 선임이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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