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해 63분을 소화했다. 토트넘 국내 고별전을 치른 그는 동료들과 함께 포옹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손흥민"을 외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전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이번 여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손흥민이 자신의 입으로 이적 소식을 밝히자 해외 언론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스카이스포츠와 디애슬레틱 등은 손흥민의 10년 활약상을 조명하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은 앞으로 토트넘에서 활약했던 선수 중 가장 뛰어났던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다. 라이벌 팬들조차 반박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인 손흥민은 EPL의 레전드"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토트넘에서 함께 뛰었던 몇몇 선수도 손흥민의 10년 활약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토트넘에 있었던 케빈 비머는 BBC를 통해 "요즘 시대에 토트넘 같은 빅클럽에서 10년을 뛰는 건 대단한 일이다. 토트넘에서 또 다른 손흥민을 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디애슬레틱이 "10년간 토트넘과 EPL에서 가장 꾸준히 잘했던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손흥민이 2015년부터 보여준 경기력은 엄청났다. 2016~2017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8개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던 그는 2021~2022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에 등극했다. 그가 EPL에서 터뜨린 골은 127개로 역대 득점 순위 16위에 해당된다.
2023~2024시즌과 2024~2025시즌에는 주장으로 활약하며 토트넘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여기에 2020년에는 그해 전 세계에서 나온 모든 골 중 가장 멋진 골을 넣은 선수에게 돌아가는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을 한국 선수로는 처음 받기도 했다. 프로축구 선수로서 수많은 추억을 만들고 토트넘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손흥민은 이적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을 떠나는 것은 축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였다. 한 팀에서 10년간 활약했던 건 내게도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토트넘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영어도 잘하지 못하는 소년에 불과했다. 이후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고 남자가 된 뒤 떠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토트넘과 작별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판단해서다. 그는 "모든 건 작별의 시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정상에 오른 만큼 이번 여름이 적기라고 판단했다. 내 안에서 다른 환경에서 축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만큼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적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차기 행선지에 대해서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최고의 몸 상태로 준비할 수 있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 열리는 월드컵이 내게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는 만큼 내가 모든 것을 다 쏟아붓고 행복하게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이날 손흥민이 새롭게 활약하게 될 팀이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LA) FC가 유력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손흥민이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다. LA FC와는 협상 막바지 단계로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미래로 불리는 양민혁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EPL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 축구의 미래가 밝다는 게 느껴진다. 내 조언보다는 직접 부딪혀 보면서 배우는 게 많을 것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건 사실이지만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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