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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기대주 이은지, 편법 행위로 U대회 출전 ‘논란’

세종대 “출전 정식 승인 안해” 대학 아닌 실업 선수 활동 사유 정식 절차 대신 신청서에 압인 받아 체육회 “위조 아니야, 문제없어” 승인 수영연맹은 ‘학교장 날인 필수’ 공지해 학교 측 “스포츠윤리센터에 제소할 것”

  • 김지한
  • 기사입력:2025.07.24 20:23:35
  • 최종수정:2025.07.24 20: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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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 “출전 정식 승인 안해”
대학 아닌 실업 선수 활동 사유
정식 절차 대신 신청서에 압인 받아
체육회 “위조 아니야, 문제없어” 승인
수영연맹은 ‘학교장 날인 필수’ 공지해
학교 측 “스포츠윤리센터에 제소할 것”

수영 국가대표 이은지가 지난 19일 열린 라인-루르 세계대학경기대회 수영 여자 배영 2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수영연맹
수영 국가대표 이은지가 지난 19일 열린 라인-루르 세계대학경기대회 수영 여자 배영 2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수영연맹

한국 여자 수영 기대주 이은지(19)가 ‘세계 대학 스포츠 축제’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에 대학 총장의 정식 승인 없이 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는 “대학 총장 동의는 참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학교는 이번 사안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에 제소를 신청할 계획이어서 안팎으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은지는 지난 17일부터 독일 라인-루르에서 진행중인 하계 U대회 수영에서 4개 종목에 출전해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특히 여자 배영 200m에서 한국신기록(2분08초29)을 작성해 주목받았다. 2023년에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 배영 100·200m 동메달,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여자 배영 200m 준결승에 오르는 등 각종 국제 대회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이은지는 한국 여자 수영 최고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은지가 재학중인 세종대학교는 “이은지의 U대회 출전을 정식 승인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세종대에 따르면, 대학생 종합 스포츠 대회인 U대회에 출전하려면 대회 참가신청서에 해당 선수가 재학중인 대학 총장 명의의 직인을 날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은지는 학교에서 발급한 문서를 확인하고 찍어주는 용도로 사용하는 압인(壓印)을 신청서에 받고서 종목 단체인 대한수영연맹에 제출했다.

세종대에서 공개한 학교 총장 직인(왼쪽)과 압인. 세종대
세종대에서 공개한 학교 총장 직인(왼쪽)과 압인. 세종대

강유원 세종대 체육학과 교수는 24일 매일경제에 “학교 입장에서는 순수 학생 선수들이 더 존중받아야 하는 U대회에 실업 팀 소속 선수를 파견하는 것은 대회 의미와 맞지 않다고 보고 총장 직인을 날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은지는 올해 체육 특기자 특별전형으로 세종대에 입학했는데 고교 졸업을 하자마자 강원특별자치도체육회에 실업 선수로 등록해 각종 전국 대회에 출전해왔다. 세종대 측은 선수 본인이 실업팀 선수로 뛰겠다고 한 만큼 대학부 선수가 아닌 이은지의 U대회 출전을 승인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은지가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개인적으로 학사지원과를 찾아 출전신청을 강행한 것이다. 이은지는 학사지원과 직원을 통해 학교 총장 직인 대신 압인을 받았다. 또 출전신청서에 써낸 학교 담당자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 인물’이었다. 강 교수는 “관련 부서에서 (서류 내용과 도장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날인을 진행했다. 충분히 잘못된 행위였다”며 학교 행정 내 문제를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U대회 선수단을 총괄 운영하는 대한체육회는 지난 9일 서류의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세종대에 “사실 관계 확인과 학생의 대회 참가 승인여부를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세종대는 “선수의 제출 서류에 날인된 도장은 정식 절차에 따른 학교장의 공식 직인이 아니다. 또 본교에 해당 성명의 직원은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대회 참가를 승인한 바 없다”고 회신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출전 당시 이은지.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파리올림픽 출전 당시 이은지.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체육회와 수영연맹은 이은지의 U대회 출전을 끝내 최종 승인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U대회 참가를 위한) 학교 총장의 동의는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인지 확인하는 정도일 뿐 참가를 결정하는 사안이 아니다. 서류를 위조한 것도 아니다. 내부 검토를 거쳐 대회에 출전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초 수영연맹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한 U대회 선수 출전신청 제출서류에 ‘학교장 날인 필수’라고 안내해 체육회와 수영연맹이 관련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세종대는 최근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이번 이은지의 행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세종대 관계자는 “이은지가 대회 출전 관련 서류임을 밝히지 않고서 학사지원과에서 날인을 진행하려고 했다. 이후 문제가 불거지자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날인했다는 서면 요구까지 학교 측에 해왔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 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에 제소하고, U대회 주관 단체인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도 관련 내용을 정리해 전달했다.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지의 출전을 학교 측이 허가하지 않은 문제를 두고 과거부터 이어져왔던 국내 스포츠계의 관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U대회는 대학에 재학중인 운동 선수들이 모여 경쟁과 교류를 펼치는 무대다. FISU는 대회 참가 자격 요건으로 ‘현재 대학 재학 중이거나 전년도 졸업자, 만 25세 이하‘라고 명시했다. 다만 실업 팀 선수가 참가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따로 없다.

국내 선수 등록 제도에서는 대학에 재학 중인 선수는 대학부, 실업 팀 선수는 일반부로 등록돼 운영 중이지만, 다수 종목은 대학·일반부 구분 없이 U대회 대표 선발을 진행해왔다. 이 때문에 대학스포츠계에서는 “무늬만 대학생인 실업 팀 선수의 U대회 참가는 순수 대학스포츠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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