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등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은 매년 40~45회 정도의 우중 라운드를 소화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기본 중의 기본은 그립을 비에 젖지 않게 하는 것이다. 스윙하는 과정에서 그립이 조금이라도 돌아가면 목표 지점으로 공을 보낼 수 없는 만큼 그립을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만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아마추어골퍼도 프로골퍼처럼 우중 라운드 필승 공식을 확실하게 지켜야 비가 오는 날 라이프 베스트를 기록할 수 있다. 오는 7월과 8월에 많은 비가 예보돼 있는 가운데 톱골퍼들과 스윙코치들이 입을 모아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견고한 스탠스다. 아무리 좋은 스윙을 갖고 있어도 양발이 조금이라도 미끄러지면 공을 정확하게 맞히기 어렵다. 여기에 거리가 감소하고 방향까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비가 오는 날에는 특히 스탠스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
KPGA 투어 통산 3승인 김홍택은 우중 라운드에서 스탠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표적인 프로골퍼다. 지난해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많은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쳐 정상에 올랐던 그는 웬만해서는 양발이 미끄러지지 않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김홍택은 "지면이 미끄러운 날에는 평소보다 양발의 체중 분배를 다르게 가져간다. 가장 큰 차이는 양쪽 엄지발가락에 70% 가까이 체중을 실어주는 것이다. 이 동작이 제대로 이뤄지면 양발을 확실하게 고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비가 내리는 순간부터 최소 10m 이상을 더 보고 공략하는 프로골퍼도 있다. KPGA 투어 통산 상금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린 박상현이다. 그는 "비가 내리는 날과 오지 않는 날의 가장 큰 차이는 발생하는 런의 거리다. 비가 내려 페어웨이가 젖어 있을 때는 드라이버샷을 해도 런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아이언샷과 웨지샷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린이 평소보다 부드러운 만큼 한 클럽 더 잡고 스윙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중 라운드에서는 공을 최대한 띄워 홀에 붙이는 어프로치샷을 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박상현은 "비가 오는 날 절대 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공을 굴려 홀에 붙이는 러닝 어프로치"라며 "그린이 젖어 있을 때 공이 얼마나 굴러갈지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핀 주위까지 캐리로 공략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수많은 선수의 우승을 도왔던 김기환 스윙코치와 김규태 퍼트코치도 우중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이승택, 이태희, 김민선, 유송규 등을 지도하고 있는 김기환 코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양 손목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펀치샷이다. 김기환 코치는 "우중 라운드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신경 써야 하는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 릴리즈를 하지 않는 펀치샷"이라며 "클럽 헤드 페이스가 로테이션되는 과정에서 물기가 묻어 캐리 거리가 감소할 수 있는 만큼 양 손목을 최대한 돌리지 않는 스윙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옥태훈의 KPGA 선수권대회 우승을 도운 김규태 퍼트코치는 비가 오는 날 퍼트를 잘하기 위해서는 경사를 적게 보고 스트로크를 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린에 물기가 있는 만큼 퍼터 헤드와 공의 마찰력이 평소보다 크다. 이러한 이유로 공의 속도가 줄어드는 만큼 거리를 조금 더 계산하고 쳐야 한다. 여기에 그린 스피드가 느려지면서 경사를 평소보다 적게 타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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