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자 벙커는 공포의 대상
선두권 선수들 벙커서 좋은 성적
스콧, 3R 샌드 세이브율 100%

프로 골퍼들은 러프보다 벙커에서 샷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길이가 5인치가 넘는 질긴 러프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제125회 US오픈이 열리고 있는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의 벙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턱이 높고 잔디 능선이 배치돼 있는 벙커에 빠지면 홀에 붙이는 것이 아닌 탈출을 목표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1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인근의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진행된 대회 3라운드까지 언더파를 적어낸 선수는 단 4명에 불과했다. 단독 선두에 이름을 올린 건 4언더파 206타를 기록한 샘 번스(미국)다. 아담 스콧(호주)과 J.J. 스파운(미국)은 3언더파 207타를 적어내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했다.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은 1언더파 209타 단독 4위로 뒤를 이었다.
전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골프장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이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벙커에서 많은 타수를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2013년 마스터스 토너먼트 이후 약 12년 만에 메이저 정상에 오를 기회를 잡은 스콧은 이날 세 번이나 벙커에 공을 바뜨렸지만 모두 파 세이브에 성공하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번 대회 기간에 선수들에게 가장 많은 아픔을 안겼던 벙커는 3번홀과 4번홀 사이에 위치한 교회 의자 벙커(Church Pew Bunker)다. 길이와 넓이가 각각 102야드와 43야드에 달하는 이 벙커 안에는 13개의 잔디 능선이 배치돼 있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도 교회 의자 벙커에 두 번이나 발목을 잡혔다. 첫날과 둘째날 3번홀에서 티샷을 교회 의자 벙커로 보냈던 그는 두 번째 샷으로 그린에 공을 올리지 못했다. 결국 이틀 연속 보기를 적어냈고 셰플러는 교회 의자 벙커에 대한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 정상에 오르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벙커에서 수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골프팬들이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의 벙커가 어렵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된 건 매킬로이의 둘째날 1번홀 플레이 때문이다. 티샷을 왼쪽 벙커에 빠뜨린 매킬로이는 레이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높은 턱으로 인해 페어웨이로 공을 빼내는 데 실패했고 더블 보기를 적어냈다.
한국 남자골프의 에이스인 임성재는 둘째날 18번홀 왼쪽 페어웨이 벙커에서 홀보다 먼 방향인 뒤로 공을 빼내기도 했다. 그는 “그린 주변 벙커도 어렵지만 페어웨이 벙커가 더욱 까다로운 것 같다. 전체적으로 턱이 높아 페어웨이 벙커에서 핀을 직접 공략하는 게 불가능한 홀들이 많다. 벙커 안에 잔디 능선이 있는 교회 의자 벙커와 피아노 벙커의 경우 운이 좋지 않으면 더블 보기가 쉽게 나올 정도로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빠르고 단단한 그린은 올해도 선수들에게 악몽을 선사했다. 둘째날까지 나온 스리 퍼트의 갯수는 378개로 2025시즌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중 가장 많은 스리 퍼트가 기록됐다. 7언더파 217타를 적어내 공동 35위에 자리한 김주형은 “그린이 빠르면서 경사까지 심해 짧은 거리의 퍼트도 긴장하면서 쳐야 한다. 3번홀 등 몇몇 홀에서는 남은 거리에 관계 없이 원 퍼트가 아닌 투 퍼트만 하자는 생각으로 스트로크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USGA와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이 우승 예상 성적으로 오버파를 예고한 가운데 최종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골프팬들의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진행된 2016년 US오픈에서는 더스틴 존슨(미국)이 4언더파 276타로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오크몬트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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