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합류 9팀 체제로 치러져
10일 서울 부광약품-부안 붉은노을 개막전

2025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선수선발식을 시작으로 출발을 알렸다.
10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대회장에서 열린 선수선발식은 FA 최대어 김은지 9단의 거취를 비롯해 신생팀 영천시의 합류, 대폭 증액된 상금 규모 등 여러 화제로 바둑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기 우승팀 OK만세보령을 비롯해 서울 부광약품, 부안 붉은노을, H2 DREAM 삼척, 여수세계섬박람회, 포항 포스코퓨처엠,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 평택 브레인시티산단, 그리고 신생팀 영천 명품와인까지 총 9개 팀의 감독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 이번 선수선발식은 한국 여자바둑의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번 시즌부터 영천시가 새롭게 합류하면서 기존 8팀 체제에서 9팀 체제로 확대된 것은 리그의 규모와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타이틀 스폰서인 NH농협은행의 후원금이 1억 원 증액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로 인해 우승 상금이 6000만 원, 준우승 상금이 4000만 원으로 책정됐으며, 정규리그 매 라운드 종료 후에도 승자에게는 130만 원, 패자에게는 40만 원의 대국료가 지급되는 등 선수들의 처우가 대폭 개선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날 최대 관심사는 단연 김은지 9단의 거취였다. 2022시즌부터 여수세계섬박람회 소속으로 활동하며 3년간의 보호 연한을 모두 마친 김은지 9단은 이번 시즌 FA 시장에 나와 각 팀의 러브콜을 받았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13승 전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다승왕에 오른 김은지 9단의 실력은 이미 검증된 상태였기에 어느 팀이 그를 영입할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결국 드래프트 우선권을 획득한 H2 DREAM 삼척이 1지명으로 김은지 9단을 선택하면서 그의 새로운 둥지가 확정됐다. H2 DREAM 삼척 이다혜 감독은 “김은지 9단 같은 최고 수준의 선수를 영입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 팀 전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영천 명품와인이 허서현 5단을, 여수세계섬박람회가 정유진 4단을 각각 1지명으로 선발하며 신예들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한편 여자 랭킹 상위권에 위치한 오유진 9단(부안 붉은노을), 김채영 9단(서울 부광약품), 스미레 4단(평택 브레인시티산단)은 선수선발식에 앞서 각 팀의 1지명으로 보호 지명돼 기존 소속팀에 잔류하게 됐다. 이들을 포함해 총 15명의 선수가 보호선수로 사전 지명되면서 각 팀의 핵심 전력이 유지됐다. 특히 서울 부광약품과 포항 포스코퓨처엠은 기존 4명의 선수를 모두 보호하며 전력 안정을 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연고선수로는 여수세계섬박람회가 유일하게 이나경 2단을 지명하며 지역 바둑 발전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번 시즌의 또 다른 특징은 외국인 용병들의 대거 참여다. 중국의 우이밍 6단이 평택 브레인시티산단에, 리허 4단이 H2 DREAM 삼척에 각각 합류했으며, 일본의 뉴에이코 4단은 부안 붉은노을에, 중화타이베이의 양쯔쉔 5단은 신생팀 영천 명품와인에 둥지를 틀었다. 총 3개국에서 4명의 외국인 선수가 참여하게 되면서 한국 여자바둑리그의 국제적 위상과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들의 참여로 리그의 수준이 더욱 향상될 것이며, 한국 여자 기사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2025시즌은 7월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10일에는 서울 부광약품과 부안 붉은노을의 개막전이 펼쳐지며 정규리그의 첫 포문을 연다. 정규리그는 3판 다승제 18라운드 더블리그 방식으로 진행되며, 총 216대국이라는 방대한 규모의 경기가 펼쳐진다. 각 팀은 다른 8개 팀과 홈앤어웨이로 2번씩 맞붙게 되며, 정규리그 종료 후 상위 5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스텝래더 방식으로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경기 진행 방식도 흥미롭다. 제한시간은 시간누적방식(피셔방식)을 채택해 1국(장고대국)은 각자 40분에 추가 20초, 2국과 3국(속기대국)은 각자 10분에 추가 20초로 진행된다. 이는 선수들의 집중력과 순발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방식으로, 보다 역동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기대할 수 있다.
정규리그는 매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저녁 7시 30분에 바둑TV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국의 바둑 팬들이 언제든지 최고 수준의 여자바둑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됐다. NH농협은행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이번 리그는 한국 여자바둑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상금 규모의 확대와 9팀 체제로의 확장, 외국인 선수들의 참여 등은 리그의 경쟁력과 관심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김은지 9단의 새로운 도전, 신생팀 영천 명품와인의 첫 시즌, 그리고 각 팀의 치열한 우승 경쟁까지, 2025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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