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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잊지 못할 경기” 고베 울린 ‘통곡의 벽’ 민상기가 돌아왔다···“알 힐랄전은 우리 하기 나름” [이근승의 믹스트존]

  • 이근승
  • 기사입력:2025.04.23 06:55:00
  • 최종수정:2025-04-23 06: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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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기는 지금 봐도 온몸에 소름이 끼칩니다.” 민상기(33·광주 FC)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민상기는 3월 1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16강 2차전 비셀 고베(일본)전 ‘대역전 드라마’의 주역이었다.

민상기는 이날 ‘통곡의 벽’이었다. 2010년 수원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그의 ‘인생 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줬다. 민상기의 활약에 힘입은 광주는 연장 접전 끝 고베를 3-0으로 이겼다. 광주가 16강 1, 2차전 합계 3-2로 역전하며 8강으로 향한 것이다.

광주 FC 중앙 수비수 민상기. 사진=이근승 기자
광주 FC 중앙 수비수 민상기. 사진=이근승 기자
광주 FC 선수들이 4월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출국에 앞서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이근승 기자
광주 FC 선수들이 4월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출국에 앞서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이근승 기자
광주 FC 선수단이 사우디아라비아 출국에 앞서 팬들과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이근승 기자
광주 FC 선수단이 사우디아라비아 출국에 앞서 팬들과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이근승 기자

그날 이후 민상기를 볼 수 없었다.

민상기가 이날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연장전 막판까지 뛴 까닭이었다.

민상기는 한 달 이상 재활에 매진했다. 민상기는 4월 16일 경주한수원과의 코리아컵 3라운드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ACLE 8강전을 앞둔 광주 FC.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ACLE 8강전을 앞둔 광주 FC.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번엔 ACLE에서 또 한 편의 드라마를 써보고자 한다.

광주는 한국시간으로 26일 오전 1시 30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 ACLE 8강전 알 힐랄(사우디)과의 맞대결을 벌인다.

‘MK스포츠’가 20일 사우디 출국을 앞두고 있던 민상기와 나눈 이야기다.

광주 FC 중앙 수비수 민상기. 사진=이근승 기자
광주 FC 중앙 수비수 민상기. 사진=이근승 기자
민상기(맨 왼쪽에서 다섯 번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민상기(맨 왼쪽에서 다섯 번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고베전 기적의 주역 아닙니까. ACLE 16강 2차전 고베전에서 부상을 입어 전력에서 이탈했었잖아요. 몸 상태는 좀 어떻습니까.

고베와의 홈경기 이후 재활에 매진했습니다. 한 달 정도 한 것 같아요. 최근 팀 훈련에 복귀했습니다. 코리아컵 32강전을 소화하면서 경기 감각도 끌어 올렸죠. 몸 상태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요.

Q. 고베와의 ACLE 16강 2차전에서 ‘인생 경기’를 펼치지 않았습니까. 그 경기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웃음). 그 경기는 지금 다시 봐도 온몸에 소름이 끼칩니다. ‘기적’이란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제 축구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그런 경기입니다. 사우디에서 고베전 이상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요.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몇 분을 뛰든 죽을힘을 다해 막겠습니다.

Q. 2010년 프로에 데뷔했잖아요. ACL(ACLE의 전신)도 여러 번 나가봤고요. 그런 민상기도 떨리거나 설렙니까.

19일까진 FC 서울만 생각했어요. 선수들이 서울전을 마치고 나서부터 알 힐랄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어제(19일) 잠자리에 들기 전 유튜브를 잠깐 봤습니다. 추천 영상이 뜨더라고요. 콘텐츠 제작자분께서 알 힐랄의 스쿼드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영상이었어요.

알 힐랄 선수들. 사진=AFPBBNews=News1
알 힐랄 선수들. 사진=AFPBBNews=News1
알 힐랄은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뿐 아니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최다우승을 자랑하는 팀이다. 사진=AFPBBNews=News1
알 힐랄은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뿐 아니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최다우승을 자랑하는 팀이다. 사진=AFPBBNews=News1

Q. 어땠습니까.

알 힐랄 선수 한 명 한 명을 소개해 주더군요. 알 힐랄이 ‘이런 팀이구나’라는 걸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하지만, 축구란 게 이름값으로 하는 건 아니거든요. 광주에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이 팀은 진짜 단단해요. 광주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이 팀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죠. ACLE를 치르면서 자신감도 더했을 겁니다.

Q. 알 힐랄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봅니까.

알 힐랄엔 세계적인 선수가 많잖아요. 유럽 빅리그를 경험한 선수가 즐비합니다. 우린 늘 그래왔듯이 우리가 하는 축구를 믿었으면 해요.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흘린 땀, 서로를 믿고 부딪히면 결과는 아무도 모를 겁니다. 선수가 제일 억울할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Q. 글쎄요.

경기장에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채 나오는 겁니다. 우리가 어떤 팀, 어떤 선수를 마주하든 우리가 준비한 걸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해요. 저는 누가 경기에 나서든지 간에 광주란 팀의 경쟁력을 꼭 보여줬으면 합니다. 선수단에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아요. 모든 선수가 ‘우리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란 생각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린 잘할 거예요.

Q. ACL 경험이 많잖아요. 이런 경기에서 특히 더 신경 써야 하는 게 있습니까.

아시아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여러 번 붙어봤지만, 이름값으로만 치면 이번이 가장 높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계 볼 때 보던 선수들과 붙는 거잖아요.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두렵진 않아요. ‘공은 둥글다’는 얘길 많이 하잖아요. 자신감, 자부심을 안고 경기에 나서면, 후회 없는 한판이 될 겁니다.

알 힐랄 간판 스트라이커인 EPL 출신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사진=AFPBBNews=News1
알 힐랄 간판 스트라이커인 EPL 출신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사진=AFPBBNews=News1
맨체스터 시티에서 핵심으로 맹활약했던 주앙 칸셀루. 사진=AFPBBNews=News1
맨체스터 시티에서 핵심으로 맹활약했던 주앙 칸셀루. 사진=AFPBBNews=News1

Q. 알 힐랄에서 꼭 만나고 싶었던 선수가 있습니까.

스트라이커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막아야죠. 제가 수비수니까 어떻게든 잘 막아야 합니다. 이정효 감독께서 막을 방법을 가르쳐주실 것이니 잘 따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꼭 보고 싶었던 선수는 주앙 칸셀루예요. 축구 게임 할 때 자주 활용했던 선수거든요(웃음).

Q. 수원 시절 중동 원정 경험도 있잖아요. 어떤 부분에 유의해야 할까요.

압도적인 분위기가 있어요. 경기장이 클 겁니다. 그 안이 남성 관중으로 가득 찰 거예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 클럽과 전혀 다른 분위기일 겁니다. 거기에 주눅이 들지 않는 게 진짜 중요할 거예요. 이정효 감독님도 그 부분을 짚어주셨습니다.

Q. 이정효 감독이 어떤 얘길 해줬습니까.

이정효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상대 팬들의 응원, 야유 등 모든 걸 ‘우리를 향한 응원’이라고 생각하자”고 했습니다. 정신 무장 확실하게 해서 경기에만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가 준비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광주 FC 이정효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광주 FC 이정효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Q. ‘심판 판정’에 대한 걱정도 있습니다.

중동에서 경기할 때마다 느꼈던 부분이긴 해요. 우리만 느낀 것일 수도 있지만, 상대를 우호적으로 봐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실력으로 이겨내야죠. 앞서서도 말했지만 어떤 상황이 오든 경기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화가 나는 상황이 오더라도 차분하고 영리하게 대처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Q. 광주에서 수많은 팬이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고자 인천공항까지 왔습니다.

제가 광주에 온 지 얼마 안 됐잖아요. 그런데도 팬들의 사랑을 많이 느낍니다. 우리 팬들은 광주란 팀을 진심으로 사랑하세요. 광주란 팀을 순수하게 사랑하고, 응원해 주십니다. 선수들이 그런 걸 알다 보니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사우디 가서 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광주란 팀의 자부심을 가지고서 멋있게 부딪혀 보겠습니다.

민상기(사진 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민상기(사진 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 FC 민상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 FC 민상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영종도=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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