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4)이 이러다 백업으로 PSG에 갇힐지도 모르는 위기에 빠졌다.
설상가상이다. 2024-25시즌 후반기 팀의 주전 전력에서 사실상 배제된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또 한 번의 포지션 강제 이동을 앞두고 있다.
그것도 열이 뻗치고, 화가 나는 상황인데 사령탑은 사실상 이강인을 멀티 백업 자원으로 계속 팀에 잔류시키겠단 의지까지 피력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복수의 팀을 비롯해 다양한 구단의 이적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애매한 입지와 포지션에서 PSG 감옥에서 속을 썩여야 할 지도 모르게 됐다.

이강인은 지난 2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르 아브르와의 2024-25시즌 리그1 30라운드 홈경기에 모처럼 선발 출장해 2-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 경기에 앞서 PSG는 지난 6일 앙제전 승리로 조기 우승을 확정한 상황. 리그 무패 우승을 5경기 남겨두게 된 의미가 있는 결과였지만, 이강인 개인으로는 너무나 뒤늦은 선발 출전의 느낌도 적지 않다.
실제 이강인은 지난달 스타드 렌전 선발 출전 후 무려 6경기 만에 선발 기회를 잡았다. 이날 이강인은 4-2-3-1 포메이션의 2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와 경기 도중 3-4-3으로 변형된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와 3선 미드필더 등을 다양하게 오갔다.
전반적으로 경기의 조율과 후방 백업에 집중하면서 전체적인 플레이의 형태는 오히려 3선 미드필더에 가깝게 경기를 펼쳤다.
이날 경기 출발만 해도 PSG는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곤살루 하무스, 브래들리 바르콜라-이강인-데지레 두에, 세뇰 마율루-워렌 자이르 에머리, 이브라힘 음바예-루카스 베랄두-루카스 에르난데스-아슈라프 하키미, 마트베이 사파노프가 출전했다. 하지만 경기 도중 이강인은 중원 3선 최후방으로 내려가거나 중앙에서 수비 경합과 볼배급 등에 주로 집중했다.
실제 이강인은 후반 28분 주앙 네베스와 교체될 때까지 73분 동안 경기장을 누비며 볼터치 95회, 패스정확도 97%, 키패스 3회, 드리들 돌파 3회 중 3회 성공(100%), 키패스 2위(3회), 리커버리 5회, 지상 경합 승리 5회, 태클 3위(3개)에 오르는 등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 경기에 선발 출전하기 전까지 사실상 이강인과 PSG의 결별설이 확정적으로 보도될 정도로 최근 팀내 입지가 애매했던 게 사실이다. 이강인은 올 시즌 PSG에서 42경기에 출전해 6골 5도움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그러나 겨울 이적 시장에서 흐비차 크바라츠 헬리아가 합류하면서 주전 입지를 완전히 잃었다. 42경기 가운데 교체로 나선 경기가 절반에 가까운 19경기일 정도로 후반기 들어 점점 더 백업으로 나서거나 아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늘기도 했다.
무엇보다 PSG가 우스망 뎀벨레-브래들리 바르콜라-크바라츠헬리아로 이뤄진 공격 편대에 더해 중원은 주앙 네베스-비티냐-파비안 루이스의 조합을 완성하면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시작한 영향이 컸다. 이들을 중심으로 백업 공격수 곤살루 하무스가 주로 경기에 나섰다. 또한 워렌 자이르 에메리, 데지레 두에가 중원과 측면 백업 혹은 주전 자원으로 중용 받으면서 이강인은 공격 1선과 2선, 나아가 중원에서도 모두 자리를 잃었다.
이강인이 선발로 나서기 전 최근 10경기에선 교체 멤버로 벤치에 앉았지만 2경기는 아예 출전도 하지 못했던 것도 이런 영향이었다. 그 사이 PSG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중요 경기에서 이강인이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냉정히 말해 리그 우승 경쟁이 모두 끝난 상태서 챔피언스리그에서 비중이 사라진 채로 선발 출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강인의 PSG 내에서의 현재 입지를 증명하는 결과였다.

냉정히 말해 이토록 비관적인 상황이지만, 역설적으로 이강인이 PSG에서 떠난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기도 했다. 후반기 들어 이강인이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 등 각종 언론에서는 이적설이 불거졌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복수의 팀과 스페인의 일부 팀이 이강인에게 관심이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과거 한국 선수들이 몸담았던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크리스탈 팰리스 등을 비롯해 뉴캐슬 유나이티드, 아스톤 빌라 등 현재 리그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팀들까지 다양한 팀이 연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강인을 후반기 주전 전력에서 배제한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여전히 전력 구상에 두고 있는 모습이다. 리그 무패 우승을 위한 여정인 23일 낭트와의 리그1 경기를 앞두고 치러진 프랑스 현지에서의 사전 기자회견서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의 수비형 미드필더 기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레퀴프 등에 따르면 현지 언론은 지난 20일 리그 경기 이강인의 포지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이강인을 르 아브르 전에서 아주 낯선 자리에서 뛰도록 했는데 그 포지션에서의 활약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또한 앞으로 이강인이 그 자리에서 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엔리케 감독은 “그 자리에서 이강인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강인은 공을 갖고 있을 땐 시간이 짧든 길든 간에 훌륭한 기술을 보여준다”면서 “그곳(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이 물론 이강인에게 이상적인 곳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는 수비적으로 경기와 팀을 보완해야 한다”며 원론적인 기준을 설명했다.
동시에 엔리케 감독은 “선수들을 편안한 곳에서 벗어나게 할 필요가 있다. 나는 그럴때마다 선수들의 정신적인 강인함을 보길 원한다”면서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이강인을 안전지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설령 그가 좋아하지 않는 포지션이라고 할지라도 선수들은 그럴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며 자신의 철학을 전했다.
엔리케 감독은 실제 이강인이 PSG에 합류한 이후 가짜 9번 형식의 제로톱, 세컨 스트라이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좌우 윙포워드, 중앙 메짤라 등의 다양한 포지션과 경기 도중 다변하는 여러 역할을 맡겨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3선 미드필더의 역할은 희소했던 게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엔리케 감독과 이강인의 PSG에서의 초기에는 중원 미드필더 역할을 자주 맡겼지만 이후에는 좌우 윙포워드로 기용하는 사례가 잦았다. 미드필더로 기용하더라도 3명의 중원 조합 가운데선 메짤라로 공격 1,2선에 많이 개입하는 공격적인 역할을 주로 맡겼던 활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이강인에게 낯선 자리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PSG로 이적하기 전 이강인은 RCD 마요르카에서 2021-22시즌과 2022-23시즌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되기도 했다. 또한 팀 상황이나 경기 도중 상황 등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과거의 일이고 최근 몇 시즌 동안에는 공격적인 재능이 더 뛰어난 이강인의 능력을 살려 대표팀에서나 소속팀에선 윙포워드나 중원에서 공격 자원으로 배치되는 일이 더 잦았다.

‘이강인을 계속 실험하겠다’는 의미와 동시에 3선 미드필더로도 계속 기용할 수 있다는 뜻이 내포된 엔리케 감독의 발언 등을 고려할 때 이강인은 다음 시즌 감독의 구상에도 여전히 포함된 모양새다. 또한 엔리케 감독이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나 후방 플레이메이커 대신 다재다능한 선수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이강인은 매력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유럽 최고의 전력을 보여주며 무패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PSG의 탄탄한 주전 스쿼드에서 입지를 반등시키지 못한다면 오히려 최고의 팀의 감옥에 갇힌 모습이 될 수 있다. PSG의 현재 전력과 유망주들의 존재는 물론, 다음 시즌 전력 보강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면 이강인이 낯선 포지션에서 치러야 될 앞으로의 경쟁은 더욱 힘들어질 공산이 매우 높다.
엔리케 감독이 PSG의 시즌 최고의 목표중 하나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준결승과 결승까지 단 3경기를 앞두고 다시 이강인의 3선 기용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사실이 좀처럼 반갑지 않은 이유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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