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선수 판 키우겠다…12월까지 女대회 6차례
“당구사업 비전, 고려사항 많아 연말까지 정리”
튀르키예 등 각국 당구대회도 아프리카TV 중계
UMB 대한당구연맹 등 유관단체와 신뢰 형성 우선
지난 4월 당구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만한 큰 소식이 날아들었다. 대형 인터넷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가 파이브앤식스를 전격 인수, 당구계에 뛰어든 것이다. 이후 지난 5개월 동안 아프리카TV는 UMB(세계캐롬연맹) 주최 3쿠션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의 중계를 도맡아 왔을 뿐 아니라, 강점인 다양한 미디어콘텐츠를 활용해 온라인 홍보효과를 이끌어냈다.
더욱이 지난달엔 아프리카TV가 첫 주최한 국제대회였던 ‘월드3쿠션서바이벌’을 성황리에 마무리하며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아프리카TV는 자사 고유의 장점을 적절히 활용, 그간의 당구대회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요소를 도입해 신선한 변화를 이끌어냈고, 다국적 중계를 통해 당구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모습을 어필하기도 했다.
PBA, 당구대중화 기여…함께 판 키워가야
5개월의 짧은기간 동안 아프리카TV 당구사업을 총괄하는 이민원 상무는 당구산업이 생각했던 것보다 깊고 어려운 구조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글로벌 콘텐츠 시장으로서의 가치가 무궁무진한 산업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특히 앞으로 UMB를 비롯, 대한당구연맹 등 여러 유관단체들과 협업해 새로운 방식의 대회와 미디어콘텐츠를 창출해 나갈 계획도 밝혔다. 특히 그간 부족했던 여성 및 유소년 선수 인프라를 키워 종목의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성남 분당에 있는 아프리카TV 본사에서 이민원 상무를 만났다.
▲파이브앤식스 인수한지 5개월이 지났다. 당구산업에 진출한 소감은.
=지난 5개월동안 이 사업을 하면서 우선 당구라는 종목이 스포츠 콘텐츠로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 사실 처음 투자할 때만 해도 걱정이 적지 않았다. 아프리카TV 플랫폼 자체 소비층은 대부분 20~30대 위주인데, 당구산업은 주요 연령대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국제대회를 주최 주관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시험하면서 당구산업에 대한 발전의 여지를 많이 발견했다. 아프리카TV가 충분히 녹아들 수 있는 시장이라고 느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물론 어려운 점도 많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당구산업에 뛰어든 이후 이전에는 고려하지 못했던 새로운 난관을 많이 발견했다. 하루빨리 산업 구조에 대해 더 깊게 파악해야할 것 같다. 무엇보다 지난 오랜세월 당구계를 이끌어왔던 유관단체들과 신뢰를 쌓아나가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지난 5개월의 성과에 만족하는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현재까지는 만족스럽다. 많은 고민 과정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반복했고, 결과와 주변 반응도 꽤나 긍정적이었다. 특히 아프리카TV의 강점인 온라인 콘텐츠를 제법 잘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5개월의 성과 중 특히 베트남에서의 시청자 급증이 눈에 뛴다. 베트남을 포함한 앞으로의 글로벌 전략은.
=일단 기존 대회를 아프리카TV로 송출, 중계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따라서 여기에 인플루언서,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같은 집단들이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대회에 도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월드3쿠션서바이벌 때 베트남의 민디엔을 당구앰버서더로 임명했고 효과도 좋았다. 앞으로도 민디엔처럼 세계 각국에서 엠버서더를 발굴하는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다.
▲당구계 일각에서는 아프리카TV의 당구계 진출 후 온라인 콘텐츠 외에는 피부로 크게 달라진걸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당연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과정상으로 아프리카TV 당구산업은 현재 초기단계다. 우리 강점인 온라인 미디어콘텐츠를 먼저 도입하고, 그 뒤에 순차적으로 다른 시도들이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도 온라인 사업이 중점이 될 가능성이 높으나, 차근차근 다른 부분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인플루언서 관련, 최근엔 네덜란드서 유력한 후보를 한 명 찾았고 튀르키예에선 현지 대학 당구동아리 내에서 인플루언서를 물색하고 있다.
▲3쿠션서바이벌대회를 국외에서도 개최하나.
=아직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기회가 되면 베트남 등 국외 대회도 추진할 계획이다. 3쿠션서바이벌대회를 외국에서 직접 개최하는 것 말고도 여러 방면으로 국외 대회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튀르키예 앙카라 세계3쿠션선수권 때는 현지서 당구큐업체 띠오리(theory)와 협업, 띠오리가 맡고 있는 튀르키예당구연맹 주최 전국대회 등 현지 대회를 아프리카TV로 송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튀르키예뿐 아니라 세계 각국서 열리는 현지 전국대회를 아프리카TV와 제휴협력 형태로 수급하는 작업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다.
▲당초 8월에 당구산업에 대한 비전을 발표한다고 했는데, 미뤄졌다. 연기된 이유와 언제쯤 발표할 생각인가.
=생각보다 당구산업에 대해 파악이 덜 된 상태에서 다소 섣부르게 내린 판단이었다. 지난 5개월 동안 당구계를 보니 여러 당구단체 및 업체들이 오랜 시간 신뢰관계로 엮여있더라. 아프리카TV가 이 관계를 저해할 수는 없는 입장이니 이들과 신뢰관계를 쌓아 나가는게 먼저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아직까지 고려할 부분이 많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이르게는 올해 안에 최대한 정리해 볼 생각이다.
▲당구산업 비전에 담길 내용이 개략적으로라도 궁금하다.
=우선 1단계는 아프리카TV 강점인 미디어 콘텐츠 분야부터 속도를 낼 생각이다. 이후 대회개최 등 나머지 부분은 산업과 신뢰를 쌓으며 접점을 찾아가야할 듯싶다. 어디까지나 아프리카TV 당구사업의 핵심은 세상의 모든 당구를 우리 플랫폼에 담는 것, 그리고 다양한 당구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리그를 포함해서 새로운 대회 신설도 포함되는지.
=리그 신설은 선수 규모와 운영 등 현실적으로 제약이 너무 많다. 다만 새로운 대회를 신설하는 부분은 계속해서 구상 중이다. 현재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대회 형식은 ‘국가대항전 컨셉’이다. 최근 세계3쿠션선수권을 보며 이 대회는 분명 ‘국가 대 국가’ 개념의 대결인데 정작 팬들은 ‘선수 대 선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의아했다. 물론 이것이 부적합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대항전 컨셉 대회를 신설하면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주최한 3쿠션서바이벌대회에도 몇 가지 변화를 주려고 한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으나 대회방식과 횟수 등 여러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 또 3쿠션서바이벌대회는 3쿠션월드컵 등 공식적인 세계대회와 연계되지 않는 이벤트성 대회로, 재미와 가치가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UMB와 논의, 3쿠션서바이벌대회를 정식대회와 연계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UMB와의 협력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현재까지 열린 대부분의 국제대회 현장을 직접 찾아가 UMB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최근엔 ‘대회 표준화’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대화를 했다. 국제대회가 각 국가별로 열리는데, 표준화 작업이 덜 돼있어 장소마다 장비, 인터넷 환경 등에 있어 제약이 적지 않다. 또 새로 기획하는 대회와 내부 콘텐츠에 있어서도 서로 취지에 대해 공감하며 여러 가지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 여자선수들만을 위한 대회도 개최했는데.
=‘아프리카TV 레이디스 빌리어즈’대회로, 오는 11월까지 총 5라운드를 개최한 뒤 12월엔 파이널라운드를 열 계획이다. 지난 7월 말 1라운드를 했고, 이신영 김하은 허채원 최봄이 박정현 등 12명이 참가했다. 열악한 국내 여자선수들의 인프라를 확장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했다. 우승하면 상금이 주어질 뿐 아니라, 12월 마지막 대회 입상자에겐 UMB주최 국제대회 출전 경비(항공 및 숙박)를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실력있는 여성 선수를 대상으로 아프리카TV와 방송계약을 준비중이다. 실력이 뛰어난 어린 여성 선수들이 많으나 대회 수가 부족하고, 지원도 부족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다. 이를 보고 여성선수 판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여러 방면에서 여성 및 유소년 선수 대회나 제도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당구계에서는 아프리카TV가 파이브앤식스 인수 후에 당구용품사업을 계속 할지에도 관심이 많다.
=용품사업과 관련해서는 파이브앤식스가 담당하고 있고, 아프리카TV는 콘텐츠를 맡는 구조다.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번 포르투3쿠션월드컵대회 현장에서 롱고니, 프레데터 등 외국 당구용품업체 대표와 만났는데, 그들과 어떤 얘기를 나눴나.
=일차로 글로벌 용품업체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는 차원이었다. 대부분 국내에 이미 유통사들이 있다 보니 아프리카TV 입장에선 이 현황을 점검하고, 나아가 이들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예컨대 아프리카TV와 콜라보를 한다거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을 통한 자체 PB(유통업체 직접 제작의 자체브랜드)를 운영하는 방안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나 앞으로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아프리카TV가 파이브앤식스 인수 전인 지난 2월 파이브앤식스-UMB-이노션이 당구발전을 위해 손을 잡았다. 아프리카TV 인수 후에도 그런 기조에는 변함이 없나. 이노션과의 협력방안은.
=현재 파이브앤식스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여러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노션은 당구 IP(지식재산권)를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고 들었다. 인기 자체는 다른 인기종목에 비해 떨어질 수 있으나, 광고주에겐 충분히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현재 구상 중인 작업이 실행 단계에 이르면 아프리카TV와도 본격적으로 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PBA가 다섯 시즌째를 하고 있다. PBA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PBA 출범이 당구산업 대중화에 적잖이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인 경쟁관계로 보기보다는, 함께 판을 키우는 역할을 해나가면 좋겠다. 가끔 PBA측과 소통하면 서로 당구사업을 펼치는 입장에서 어려워하는 점들도 공감하곤 한다.
▲PBA와 협력할 부분은 없는지.
=이따금 대화하지만,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협력할 만한 부분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서로 소속이 다르다 보니 선수들의 의사결정에 개입하기도 어렵다. 여러 가능성을 찾아보겠지만 두 단체 간 개념보다는, 두 단체 선수들이 내는 목소리가 협력에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듯하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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