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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의 설움’ 딛고 PBA우승 레펜스…한국서 당구인생 ‘활짝’

[당구기자 24시] 23일 밤 조재호 꺾고 PBA투어 첫 우승
뛰어난 실력에도 국제대회 정상 문턱서 번번히 좌절
산체스와 악연(?)…세계선수권 결승서 1번, 4강서 2번 ‘눈물’
2019년 ‘절친’쿠드롱과 PBA행…16번째 도전만에 정상
SK렌터카위너스 소속으로 팀리그서도 활약
소문난 애처가 “존경하고 고마운 사람, 아내”

  • 박상훈
  • 기사입력:2021.11.25 10:14:50
  • 최종수정:2021-12-03 08: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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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레펜스(벨기에)가 '휴온스PBA챔피언십'서 조재호를 꺾고 PBA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레펜스의 40년 당구인생 첫 국제대회 우승이다.
에디 레펜스(벨기에)가 '휴온스PBA챔피언십'서 조재호를 꺾고 PBA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레펜스의 40년 당구인생 첫 국제대회 우승이다.
23일 밤 PBA투어 우승을 결정짓는 순간 에디 레펜스(52·SK렌터카위너스)는 당구테이블 위로 껑충 뛰어올라 두 손을 펼치고 환호했다. 역대 PBA 우승 세리모니 중 가장 화끈하고 파격적인 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아마도 메이저대회 무관의 설움을 털고 당구인생 40년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세계3쿠션선수권, 3쿠션월드컵 등 숱한 국제대회 정상도전 실패에 이어 PBA무대에서도 16번째 도전만의 정상등극이었다. 레펜스는 시상식 후 자신의 당구인생에서 뗄레야뗄 수 없는 두 사람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바로 아내와 ‘절친’프레드릭 쿠드롱(53·웰컴저축은행웰뱅피닉스)이었다.

에디 레펜스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아내 안드레아 레펜스(왼쪽 첫번째)를 꼽았다. 사진은  레펜스의 아내 안드레아와 10~20대 세 딸들.(사진=PBA 제공)
에디 레펜스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아내 안드레아 레펜스(왼쪽 첫번째)를 꼽았다. 사진은 레펜스의 아내 안드레아와 10~20대 세 딸들.(사진=PBA 제공)
국내 당구팬에게 ‘쿠드롱 절친’으로도 많이 알려진 레펜스는 쿠드롱, 에디 먹스(53·세계 4위) 롤란드 포톰(51·20위)과 함께 ‘당구강국’ 벨기에3쿠션을 대표하는 4총사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쿠드롱이나 먹스, 포톰이 국제무대에서 정상에 오를 때 레펜스는 항상 한발짝 뒤에 서 있었다. 번번이 국제무대 정상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때문에 당구경력이 근 40년에 달하지만 그의 가장 큰 타이틀은 벨기에 챔피언이다. 무관의 강호였던 셈이다.

우승자 에디 레펜스와 프로당구팀 SK렌터카위너스 소속 선수, 구단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장희 SK렌터카위너스 부단장, 임정숙, 박한기, 홍종명, 이정용 SK렌터카위너스 단장, 레펜스, 강동궁, 김종현 SK렌터카 기업문화실 팀장.
우승자 에디 레펜스와 프로당구팀 SK렌터카위너스 소속 선수, 구단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장희 SK렌터카위너스 부단장, 임정숙, 박한기, 홍종명, 이정용 SK렌터카위너스 단장, 레펜스, 강동궁, 김종현 SK렌터카 기업문화실 팀장.
그러나 2019년 PBA를 선택하면서 그의 당구인생이 달라졌다. 비록 초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PBA적응을 마쳤음을 보여줬고, SK렌터카위너스 소속으로 팀리그에서도 활약하면서 당구인생의 꽃을 피우고 있다.

결승전 내내 관중석에서 레펜스를 응원하던 프레드릭 쿠드롱도 축하 인사를 건네며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결승전 내내 관중석에서 레펜스를 응원하던 프레드릭 쿠드롱도 축하 인사를 건네며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쿠드롱, 먹스 등과 벨기에3쿠션 4총사…국제무대 최고성적 세계선수권 2위 국제대회에서 레펜스는 중상위권이었다. 정상권을 위협했지만, 정상에는 못미쳤다.

레펜스가 그 동안 국제대회에서 거둔 주요 성적은 △세계3쿠션선수권 2위 1회, 공동3위 3회, 4위 1회 △3쿠션월드컵 공동3위 2회다. 훌륭한 성적임에 틀림없지만, 톱클래스라 하기에는 2%가 부족했다.

국제무대 최고 성적은 세계선수권 2위다. 2010년 10월 네덜란드 슬루이스킬에서 열린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스페인의 다니엘 산체스(세계 3위)에게 1, 2세트를 따내고 내리 3개 세트를 내줘 2:3으로 역전패했다. 어쩌면 그의 당구캐리어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 아닐까싶다.

공교롭게도 최근 베겔3쿠션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예전 명성을 회복한 산체스는 레펜스에겐 질긴 악연이다.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한번(2010년), 4강에서 두 번(2005년, 2016년) 레펜스 발목을 잡았다.

레펜스는 23일 밤 우승인터뷰에서 “멘탈이 약해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못했다”면서 2010년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산체스에게 2:3으로 역전패한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3쿠션월드컵에서는 두 번 공동3위에 올랐다. 2011년 이집트 후루가다3쿠션월드컵에서 우승자 아드난 육셀(터키·PBA)에게 4강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해 고 김경률과 공동3위를 차지했다.

2013년 콜롬비아 메들린3쿠션월드컵에서는 ‘절친’ 쿠드롱에게 4강에서 33:40으로 졌다. (당시 쿠드롱은 결승에서 토브욘 브롬달을 꺾고 우승했으며,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가 레펜스와 함께 공동3위를 차지했다)

레펜스는 PBA 프로당구팀 SK렌터카위너스 팀원으로 팀리그에서도 활약 중이다. 팀리그 경기 쉬는 시간 중 팀원 임정숙을 응원하고 있는 레펜스.(사진=본사DB)
레펜스는 PBA 프로당구팀 SK렌터카위너스 팀원으로 팀리그에서도 활약 중이다. 팀리그 경기 쉬는 시간 중 팀원 임정숙을 응원하고 있는 레펜스.(사진=본사DB)
◆2019년 PBA 선택…낯선 룰에 어려움, 첫 시즌 128강 탈락만 3회 이런 레펜스에게 2019년 출범한 PBA는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그는 한 살 터울인 쿠드롱과 주저없이 PBA를 선택했다.

그러나 PBA 무대도 만만치 않았다. 이름 모르는 실력자들이 수두룩한 한국의 두터운 3쿠션 선수층과 함께 서바이벌과 세트제, 뱅크샷2점제 등 낯선 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대회 우승 전까지 최고 성적은 2019-20 6차전인 SK렌터카챔피언십 4강이다. 특히 첫 시즌(2019-20)에는 7개 대회에 출전, 무려 3번이나 128강 첫판(서바이벌)서 탈락했다.

두 번째 시즌에서는 128강 탈락(1회) 32강(2회) 16강(1회)으로 차츰 나아졌고, 이번 시즌에는 8강(개막전 블루원리조트배) 16강(TS샴푸배)에 이어 대망의 정상에 올랐다. PBA투어 16번째 도전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이다. 우승상금 1억원은 그가 당구대회에서 받은 역대 최고 상금이다.

2020-21시즌부터는 SK렌터카위너스 소속으로 팀리그에서도 뛰고 있다. 레펜스는 ‘주장’ 강동궁과 강력한 원투펀치 역할을 맡고 있다. 비록 팀이 이번 시즌 공동5위에 머물러 다소 부진하지만, 아직 후기리그가 남아 있는 만큼 레펜스가 활약할 여지는 남아있다.

레펜스는 “강동궁 선수와 같이 연습하면서 당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며 “팀원들이 직접 와서 응원해준 덕분에 큰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승 직후 아내 안드레아 레펜스와 기쁨의 포옹을 나누고 있는 에디 레펜스.
우승 직후 아내 안드레아 레펜스와 기쁨의 포옹을 나누고 있는 에디 레펜스.
콜롬비아 출신 아내와 10대 딸 셋을 둔 레펜스는 당구계의 소문난 애처가다. PBA투어 기간에는 대부분 아내와 함께 한다. 아내 역시 레펜스가 PBA투어에서 부진할 때도 격려하며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레펜스는 우승 인터뷰에서 항상 지지해주고 응원해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그동안 대회에서 진 적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격려해준다”며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아내라고 했다.

사람좋은 ‘무관의 강호’에서 PBA챔피언으로 거듭난 레펜스가 한국에서 새로운 당구인생의 꽃을 피우고 있다. 그의 활약이 더 기대된다. [박상훈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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