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가 활동중 암 진단
연고 없는 충주서 도전나서
지역민 거주꺼린 빈집 사서
예술가 전시·공연공간 제공
이젠 상점 50여곳 사람 북적
외국인관광객 콘텐츠도 개발
![이상창 세상상회 대표가 자신의 가게 앞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이진한 기자]](https://wimg.mk.co.kr/news/cms/202506/06/news-p.v1.20250605.bf3b3bb900574d67a3567c9f74a1e022_P1.jpg)
충북 충주시 관아골 일대는 조선시대 충청감영이 있던 곳으로 한때 역사와 예술문화의 중심지로 불렸다. 하지만 2005년 서충주 신도시 개발을 계기로 이 일대는 활력을 잃어 갔다.
해가 지면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고, 비행 청소년들이 모여 담뱃불을 붙여 ‘담배골목’이란 오명을 얻었다. 2018년 반전의 씨앗이 심겼다. 외지 출신 한 부부가 ‘세상상회’의 문을 열면서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상창 세상상회 대표는 지난 4일 매일경제와 만나 “처음 골목을 둘러봤을 때가 생각난다. 저조차도 ‘누가 오겠어?’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 특히 청년들의 쉼터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진심이 통했는지 지난 7년 동안 꾸준히 성장했다”며 “지금은 거주민이 2000명가량인 이곳에 연간 5만명의 방문객이 찾아온다. 빈집 비율인 공가율도 70%에 육박하던 게 지금은 10% 초반대”라고 설명했다.
최근 개점 7주년을 맞이한 세상상회는 단순한 카페를 넘어 지역 청년들이 소통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45년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오래된 저택과 1970년대 한옥을 이 대표가 매입해 크고 작은 전시와 공연을 병행하며 지역 예술가들에게 활동할 수 있는 저변을 만들었다.
이 대표가 서울의 도시재생 컨설팅기관 연구원으로 일하던 중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회사를 나와 내린 결정이었다. 비슷한 시기 이 대표의 아내도 갑상샘암 판정을 받았다.
![이상창 세상상회 대표가 자신의 가게 앞에서 인터뷰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이진한 기자]](https://wimg.mk.co.kr/news/cms/202506/06/news-p.v1.20250605.151edb3051af4c85baa930725e117bc8_P1.png)
이 대표는 “충주는 저희 부부 모두 연고가 없는 곳이지만 요양지로 가장 먼저 떠오른 지역 중 하나”라며 “회사에 재직하던 시절 충주 성내동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면서 1년에 200일 넘게 이 일대에서 지냈다.
이를 계기로 지역 사람들과 친해졌고, 곧 제2의 고향처럼 여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집을 산다고 했을 땐 지역 주민들조차 걱정하며 말렸다. 하지만 관아골에 쌓인 역사와 이야기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이 결단을 이끌었다”고 부연했다.
관아골과 ‘세상상회’는 곧바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이전까지 이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공간의 출현은 두 사람이 지나가기도 좁은 골목길을 ‘핫플레이스’로 만들었다. 인파가 몰리자 상권도 살아났다. 이 대표처럼 관아골의 매력을 살리고 싶었던 청년이 하나둘 모여 또 다른 가게를 냈다. 식당은 물론 공방, 사진관 같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다루는 곳이 새롭게 문을 열었고, 지금은 상점이 50곳에 달한다.
이 대표가 2018년 골목길 내 가게 회원들로 구성된 보탬플러스협동조합 결성을 주도한 것 또한 관아골 활성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전국에서 수천 명이 찾는 플리마켓인 ‘담장(담벼락장터)마켓’ 같은 이벤트도 성공했다.
이 대표는 “협동조합은 지난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했다”며 “최근에는 오래된 여인숙을 매입해 다양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세상상회에서 아르바이트했던 청년들도 관아골에 새 점포를 열며 힘을 보탰다.
이 대표는 “특히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처음 아르바이트했던 직원은 바로 옆 건물에서 필름사진 기반의 독립 출판물을 만들다 현재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 다른 직원은 여인숙 골목에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외지인이 들어와 현지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함께 논의한 것을 도시재생사업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역을 재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부족한 콘텐츠를 지역 주민들이 직접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관아골은 충주시에서도 활성화를 위해 애썼던 ‘가려운 곳’이었다”며 “하지만 재정 투입만으로 부족했던 사회·문화적 자산을 확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향후 계획은 충주만의 매력을 콘텐츠로 개발하는 것이다.
보탬플러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브랜드 ‘애매(EME)’를 만들고,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올 수 있는 여행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우리 부부는 충주를 찾은 외지인이지만 이제 5살 된 아들은 충주가 고향”이라며 “아들이 성장해 충주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관아골을 발전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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