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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시 합격 86세 만학도 “배움은 기쁨…한자도 공부할래요”

서울교육청 합격증·장학금 수여 상반기 1회 시험 85.59% 합격률

  • 이용익
  • 기사입력:2025.06.04 18:34:23
  • 최종수정:2025.06.04 18: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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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합격증·장학금 수여
상반기 1회 시험 85.59% 합격률
초등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인 만 86세 이윤순 씨(왼쪽)가 4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초·중·고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 증서 수여식에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초등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인 만 86세 이윤순 씨(왼쪽)가 4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초·중·고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 증서 수여식에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6·25를 겪은 세대라서 중학교는 꿈도 못 꾸고 살았는데 이런 날이 오네요”(86세 최고령 이윤순 씨)

“25살 때 갑작스럽게 청력 장애를 겪었지만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과 함께 공부하며 학구열이 생겼습니다”(청각장애인 이봉희 씨)

합격증서를 든 참석자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말하자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4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강당에서 2025년도 제1회 초중고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 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올해 상반기에 열린 1회 검정고시에는 4658명이 응시하고 3987명이 합격해 85.59%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이날 수여식에는 최고령·최연소 합격자, 장애인, 다문화가정, 학교 밖 청소년 등 특별한 사연을 가진 합격자들이 대표로 나서 합격증을 받았다. 이창효 검정고시총동문회 총회장과 박영립 상임고문 등 검정고시총동문회에서도 수여식에 참여해 합격자들에게 소정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초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86세 이윤순 씨는 우연히 지하철에서 다른 여성 노인이 한문책을 읽는 것을 보고 공부를 결심했다. 학력 인정 평생교육 시설에 진학하려다 어린 시절 다녔던 강원도의 초등학교가 폐교되면서 졸업 기록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이 씨는 초등학교 과정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이 씨는 “아이 낳고 바쁘게 살다보니 학교다니는 것은 먼 얘기인 줄 알았는데 배우는 기쁨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말해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다. 현재 중학 과정에 진학한 이 씨는 평생 꿈꿨던 ‘한자 읽기’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갑작스럽게 장애인이 되었음에도 2년 간의 노력 끝에 고졸 검정고시에 붙은 이봉희 씨의 사연 역시 감동을 전했다. 후천적 장애인인 이 씨는 “고3 때 집안 사정이 안 좋아져 학교를 그만두게 됐고 청력 장애까지 겪었는데 장애 유형에 맞춰 교육 방법, 시험 접수 등 도와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 씨 역시 다음 단계인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배우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정근식 교육감 역시 참석자들의 손을 잡고 축하하며 시간을 보다. “다음 번에는 대통령님도 오시라고 연락드려야겠다”는 농담으로 학생들을 웃게 만든 정 교육감은 “졸업장이라는 것이 굉장히 흔한 것이기도 하지만 어떤 맥락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며 “가슴 속에 품어온 소망을 이루는 자신의 성취이자 지표가 졸업장이고, 오늘의 성취를 발판삼아서 더 넓은 세상 속에서 더 큰 꿈과 가능성을 향해 달려가길 바란다”는 덕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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