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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의정 갈등의 인질 이제는 학교 다니고 싶어"

선배는 휴학 강요, 학교는 제적 압박 …'샌드위치 신세' 의대신입생
학교는 "휴학 불가" 엄정대응
학생들 "이대론 우리만 피해"
실제 복귀로 이어질진 미지수
강경 분위기에 선뜻 못나서
"선배가 휴학 신청 여부 감시
교양과목 수업도 못 듣게해"

  • 유주연/이용익/심희진
  • 기사입력:2025.03.12 17:42:38
  • 최종수정:2025.03.12 17: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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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들이 일제히 개강했지만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아 텅 빈 채 방치된 대전의 한 의대 건물.  연합뉴스
전국 대학들이 일제히 개강했지만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아 텅 빈 채 방치된 대전의 한 의대 건물. 연합뉴스


"올해는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요. 하지만 선배들 눈치가 보여 복귀하겠다는 말을 못 하겠어요."(수도권 사립대 24학번 의대생)

복학을 고민하는 의대생들이 나타나고 있다. 2026년 의대생 정원 동결이라는 양보안을 내놓은 정부가 올해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을 승인하지 않고 학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밝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1년간 계속된 휴학 사태로 피로감이 쌓여가는 데다 미복귀 시 유급이나 제적 등 불이익을 주겠다는 학교 측 압박과 복귀 설득에 의대생 내 기류 변화가 일부 감지되는 것이다.

각 의대도 의대생들에게 지난해와 같은 휴학 승인은 불가하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연세대를 시작으로 서울대, 고려대가 미복귀 학생에 대해 제적 조치 방침을 밝혔으며 다른 의대들도 같은 조치를 예고했다. 가톨릭대는 지난 10일 정연준 의대 학장의 서신을 발송해 "휴학계 제출 이후 2026년 모집 정원 동결이라는 중대한 변화가 있었으므로 이전에 제출한 휴학계를 그대로 승인하는 것은 맞지 않고 다시 면담하라"고 알렸다. 차의과학대도 지난 11일 오후 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과 신입생 전원에게 이달 말까지 수업 미복귀 시 유급이나 제적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이 밖에 조선대와 전남대 의대 등도 특정 시한까지 복귀하라고 공지하는 등 의대생들을 향한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의대생들을 앞세운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의사도 아닌 의대생들만 계속 수업을 거부하면 의대생들의 피해가 너무 크다"며 "어른 의사들은 별로 행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학생들의 복귀를 바라는 의대생 학부모도 늘고 있다. 수도권 한 사립대 의대생 학부모 A씨는 "자녀가 학교로 복귀하길 원하는 학부모가 많다"며 "원하는 것을 다 얻어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으니 학업에 복귀하고 조정에 대해 합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수별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의대 교육 특성상 이 같은 기류 변화가 다수의 복학으로 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학생회, 학생 대표 등이 여전히 휴학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립대 의대생 학부모 B씨는 "강경파 목소리가 워낙 큰 상황"이라며 "정부 제안을 받아들여 복귀하면 앞으로 정부에서 하자는 대로 끌려갈 텐데 그동안 투쟁하고 버틴 게 의미가 없고 시간만 날렸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학내에선 집단적 수업 방해와 휴학 종용도 일어나고 있다. 한 지역 의대 신입생인 C씨는 최근 선배와 함께 지도교수를 찾아가 휴학계를 제출하기로 결심했다. C씨는 "실제 휴학 신청을 하는지, 안 하는지 마치 감시하려는 듯 선배가 동행하겠다고 했다"며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학생들의 태도는 훨씬 더 강경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학생들에게 1학기 교양과목의 수강신청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학교 측에선 '의대 밖 커리큘럼인 교양수업은 학사 유연화가 어려우니 그것만은 꼭 출석하라'는 취지로 설득에 나섰지만, 비대위는 '모든 의대생의 행정 상태를 동일하게 가져가야 투쟁이 용이하다'며 오는 17일까지 수강신청 철회를 완료하라고 주문했다.

수도권 소재 한 의대에서는 선배들이 신입생들의 수강신청 여부를 기명으로 수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입생들을 모은 후 손을 들어 신청 여부를 파악한 것이다. 해당 의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무리한 요구 사항을 내밀면서 뻗대니 이젠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같은 휴학 강요 사례에 대해 교육부는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유주연 기자 / 이용익 기자 /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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