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일본어 등 가능한 홍대 사주카페
“지난해부터 운이 좋아졌어요. 올해부턴 직업운도 좋아서 선택하신 진로로 일이 잘 풀릴 것 같네요.”
지난 24일 찾은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한 유명 사주 카페에서는 사주풀이가 한창이었다. 역설가의 설명을 집중해서 듣고 있던 두 명의 고객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옆에 있던 여성으로 시선을 옮겼다. 손님의 재촉(?)을 눈치챈 여성은 바로 역술가의 말을 일본어로 통역하기 시작했다.
이날 사주풀이를 의뢰한 두 명의 손님은 모두 일본인이었다. 동영상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이들은 이날도 휴대전화를 켠 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사주풀이를 생중계하고 있었다. ‘모든 분들이 개운(開運)하시길 바라랍니다’라고 쓰인 메뉴판과 ‘종합 사주 3만원’이라고 쓰인 가격표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면서 함께 즐기고 있었다.
사주풀이가 시작되고, 역술가가 사주에 대해 설명하면 카페 사장님이 유창한 일본어로 이해를 도왔다. 일본인 중 1명이 진지하게 “예술 분야로 진로를 정해도 될지 고민이다”라고 묻자 역술가는 “올해부터 운이 들어온 것 같다. 앞으로 그 길이 본인에게 맞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질문했던 일본인 크리에이터의 표정이 밝아졌다.
새해 한 해의 운세를 알아보려는 문화가 외국인들에게도 알려지면서 최근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주나 점을 봐주는 곳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 문화에 익숙한 동아시아 지역의 외국인들이 주로 찾았지만, 최근엔 K팝에 익숙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한국의 운세 문화를 즐기고 있다.
이처럼 최근 국내 사주 카페에는 새해를 맞아 신년 운세를 보러오는 외국인들이 많다. 한 유명 사주 카페 운영자는 “외국인들이 예약하고 올 정도로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사주 카페나 점집 역술가들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이다. 다수의 점포에서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가 가능하다고 홍보하며 외국인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었다.
통역가가 상주하거나 외국어가 가능한 역술가가 운영하는 사주 카페·점집도 있지만, 영세한 사주 카페는 번역기를 사용해서 사주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홍익대 인근의 한 점집은 외국어가 가능한 역술가가 상주하고 있다. 이 가게는 외국인 고객이 늘면서 2호점을 열기도 했다.
직접 일본어로 점을 봐준다는 무당 박예인 씨(26)는 “일본에도 영매 문화가 있어서 그런지 신점을 보러 일본인에서 많이 찾아오는 편”이라며 “찾아오시는 일본인들은 건강운, 연애운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가게 직원 임 모씨(36)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다양한 국가에서 찾아오고 있다”며 “싱가폴, 인도네시아는 물론이고 심지어 중동 지역에서도 오는데, K-POP의 열풍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운세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은 사주에 대해 찾아보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사주카페 직원은 “사주를 볼 정도면 태어난 시각까지 알아 오는 외국인이 많다”며 “사주를 따질 땐 해가 뜨고 지는 것이 중요하므로 한국 시간 아닌 외국인 출생지 시간으로 따진다”고 말했다.
간판을 보고 지나가다 관심만 표하는 외국인도 많다. 언어학습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지 3개월 차인 일본인 나카타 네나 씨(20)는 “일본에도 ‘사주팔자’를 의미하는 ‘시츄스이메(四柱推命)’가 있다”며 “어디가 좋은 사주집인지 알 수만 있다면 한국에서 사주를 보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명 외국 커뮤니티에는 좋은 ‘Saju’(사주) 집을 찾는 방법을 문의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도 ‘Korean Fortune Teller’ 영상에 많은 댓글이 달린다.
사주나 점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타로점을 보고 가기도 한다. 영어로 타로점과 사주를 보는 A씨(28)는 “정말 많은 외국인 손님들이 타로를 보러 오고 있다”며 “어떤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든 조금이라도 손님들의 마음의 위안이 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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