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허위정보 유튜브 먹잇감
알고리즘은 확증편향 강화해
폭력과 혐오 등 극단 사태 우려
가짜뉴스 제재·처벌 필요하지만
미디어 교육·알고리즘 개선 절실
“소문에 쉽게 선동되고, 오해로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 갈리아전기(戰記)에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반란’을 밥먹듯 일으키는 갈리아인들을 험담하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카이사르의 시각도 좁았다. 부정확한 정보에 휘둘리는건 2000년전 갈리아인들만이 아니다. 그건 인간의 본성이자 본능이다.
역사에는 유언비어와 선동이 촉발한 대형 사건들이 수두룩하다. 프랑스 대혁명처럼 역사의 진보를 이뤄내기도 하지만 100여년전 일본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처럼 참극으로 귀결된 예가 더 많다. AI시대에 접어드는 현대, 이른바 선진국가에서도 별 다를게 없다. 입소문이나 지라시 수준으로 퍼지던 유비통신의 자리를 SNS(유튜브가 대표적이다) 가 대체하며 파급력은 훨씬 강해졌다. 지난해 여름 발생한 영국 사우스포트 폭력 시위는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가짜뉴스로 시작됐고, 2021년 미국 의회 폭동 역시 SNS에서 광범위하게 퍼졌던 부정선거 음모론에서 비롯됐다.
지난 주말 발생한 서울 서부지법 난동 사태 역시 일부 인사들과 유튜브에 의한 선동의 또다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극우 유튜버들은 12·3 계엄 사태 이후 음모론과 부정확한 정보를 마구 생산하며 윤석열 대통령 지지 집회가 과격해지도록 유도해왔다. 서부지법 습격 당시엔 대놓고 폭력행위를 부추기는 모습을 보였다.
극단적 유튜브 채널들은 허위정보와 음모론, 상대진영에 대한 혐오를 재료 삼아 망상과 선동을 팔고, 슈퍼챗 후원금으로 수익을 챙긴다. 잘못이 드러나도 책임지지 않는다. 보수든 진보든 양 진영의 극단적인 유튜버들 대부분 이런 행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레거시 미디어의 신뢰도가 바닥을 기고는 있지만, 아직도 많은 기자들은 팩트를 수집하고 의심스러운 부분은 크로스 체크를 거치는 훈련을 받는다. 그럼에도 오보는 숙명이다. 때론 편향된 기사도 생산한다. 유튜브 채널들은 이런 최소한의 필터링 과정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카더라 통신, 뇌피셜을 그럴 듯하게 풀어내고 자극적인 썸네일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여기에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은 개인 최적화 콘텐츠 추천이라는 명목으로 확증과 편향이라는 단단한 자물쇠를 채워버린다. 극단적 진영 논리에 갇힌 이들은 계속해서 신념과 성향에 맞는 영상만 보게 된다. 악순환의 고리는 갈수록 강고해진다. 종국엔 명백한 반대 증거가 나와도 믿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미국의 시민단체 무브온의 이사장이자 작가인 엘리 파리저가 제시한 개념인 이른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다. 흔히들 말하는 에코 체임버 효과, 선택적 노출, 확증편향 오류 등과 궤를 같이 한다.
허위정보 유포, 가짜뉴스를 근절할 방법은 없을까. 오보와 의도적 왜곡을 구별해 처벌과 제재를 가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모니터링 확대와 문제 콘텐츠 삭제·차단·신고 조치 강화 등의 방안도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가짜뉴스·선동 제재가 언론과 표현의 자유 가치와 상충되거나 집권 세력의 통제수단으로 변질될 위험성도 경계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요즘엔 유튜브 리터서리나 디지털 리터러시로도 많이 불린다)가 그래서 정말 중요하다. 본성은 못바꾸더라도 참과 거짓은 가릴 줄 아는 능력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2 개정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가 포함돼 있지만 좀더 실효성 있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 초등부터 고교 전 교과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합해 의무시행하고, 성인과 고령층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핀란드 사례를 참고해보면 좋을 것이다.
이에 더해 플랫폼 기업들의 알고리즘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 ‘님의 취향과 다르지만 이 영상도 꼭 한번 보시길 바라요’ 식의 추천을 넣어보면 어떨까.
[이호승 콘텐츠기획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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