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라 가봐야 허드렛일만”
◆ ① 노인도 등돌리는 경로당 ◆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이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다. [김정범 기자]](https://wimg.mk.co.kr/news/cms/202501/16/news-p.v1.20250113.194934dbac66456589d15e13f66165ab_P1.png)
“젊은 사람이 경로당에 가봐야 일만 해요.”
서울의 A경로당에는 평소 60대는커녕 70대 회원이 단 한 사람도 없다.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는 경로당이지만 60대 노인을 경로당에서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대부분 경로당은 80대 고령자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고 70대 노인은 경로당 막내로 허드렛일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에 속한 이른바 신(新)노년층은 경로당이라면 ‘나이 많은 노인들이 가는 곳’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과거에 비해 노인들의 건강과 학력수준이 높아졌고, 은퇴 이후에도 사회활동을 유지하고 사생활을 중시하다 보니 굳이 경로당을 찾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머지않아 상당수 경로당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사로 일하다 7년 전 퇴직한 김영훈 씨(67)는 은퇴 이후 경로당에 단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김씨는 “할 것도 없는 사람처럼 TV만 보는 경로당에 가고 싶지 않다”며 “밖에서 자유롭게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며 활동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69세의 이용률은 1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0~74세 이용률(21.7%)의 절반도 안 된다. 노인 2667명 가운데 앞으로 경로당을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33.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활동, 자원봉사, 건강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하며 노후를 보내려는 노인들이 늘면서 사랑방 역할에 치우친 경로당은 신노년층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서울복지재단이 경로당을 이용하지 않는 노인 219명을 대상으로 한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경로당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나이 많은 노인만 있는 곳이라(37.4%)’, ‘할 일이 많아서(30.6%)’, ‘젊다고 생각해서(29.2%)’라는 답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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