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한국이 대북 방어 주도해라”…결국 날아오는 미국의 ‘방위 청구서’

美안보브레인 콜비 국방차관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강조 주한미군 유연성 확대 대비 軍 감시·정찰자산 확충 나서

  • 임성현,김상준
  • 기사입력:2025.08.06 22:40:15
  • 최종수정:2025.08.06 22:40:15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美안보브레인 콜비 국방차관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강조

주한미군 유연성 확대 대비
軍 감시·정찰자산 확충 나서
이호종 해병대 1사단장과 밸러리 잭슨 주한미해병대사령관이 6일 경북 포항시 해안에서 진행된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에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호종 해병대 1사단장과 밸러리 잭슨 주한미해병대사령관이 6일 경북 포항시 해안에서 진행된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에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안보전략 설계자’로 불리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이 북한 방어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 첫 회담에서 더 큰 액수가 적힌 ‘동맹 청구서’를 내밀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 발언이다.

콜비 차관은 한미 국방장관 간 첫 전화통화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글을 올려 이같이 주장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그는 “한국은 강력한 대북 방어를 더욱 주도하려는 의지가 있으며, 방위비 지출에 대해도 지속적으로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우리와 한국은 지역 안보 환경에 대응하며 동맹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어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우리는 지속가능한 동맹을 만들기 위해 한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콜비 차관은 이 글을 통해 한국이 다른 동맹국에 비해 국방예산을 훨씬 많이 늘리면서 한미연합 방위체제 강화·발전에 기여해온 점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밝혔다. 다만 행간에 ‘한국이 더 많은 국방비를 투입해 한반도 안보를 주도하고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론을 분명하게 담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미국의 동맹 현대화 구상에는 공감하면서도 이해관계를 따져 협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정부 관계자는 “한국으로서는 자국 국방비를 줄이고 동맹국에는 더 큰 역할을 요구하겠다는 미국 구상에 일부 호응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커지더라도 주한미군이 단기간에 감축되거나 주요 자산이 한반도 밖으로 대거 이전배치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미군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협조하는 대신 한국군은 양안 갈등 등 역내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 식으로 조율이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군 당국은 국방예산을 증액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필수적인 감시·정찰 자산과 대북 억제전력을 확충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미연합작전에 필수적인 ‘연합지휘통제체계(AKJCCS)’ 업그레이드 작업도 착수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비 외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부담까지 즉석에서 압박할 수 있다”며 “특히 천문학적인 규모인 전략자산 전개 비용 청구를 차단하기 위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한국이 모두 부담하는 방안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콜비 차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국방부 전략군개발 부차관보를 맡았고, 미국 국방전략 개발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안보정책 싱크탱크인 ‘마라톤 이니셔티브’를 세워 미국의 국방전략을 연구해왔다. 콜비 차관은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미국의 새 국방전략(NDS) 수립을 이끌고 있다. NDS는 미 국방부가 국가안보와 국방전략 방향을 제시하는 공식 문서로, 모든 미군은 NDS에 따라 배치 운용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