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로 촉발된 조기대선이다. 그 어느 때보다 우여곡절이 많았고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줄다리기와 내홍이 계속됐다. 하지만 3자 구도가 완성되면서 사법리스크를 넘어 당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도부가 후보 교체를 시도했으나 국민의힘 당원이 가로막은 김문수 후보, 단일화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새로운 정치를 내세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 심판대 앞에 섰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025년도 정부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삭감하고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탄핵하려 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부처 장관 등 국무위원에 대한 줄탄핵을 단행한 야당을 ‘적’으로 간주했고, 최악의 선택을 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반발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를 위시한 여당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 등 야당과 함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대통령 직무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으로 승계했으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를 이유로 민주당이 탄핵,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4개월간의 심리 끝에 4월 4일 오전 11시 윤 대통령을 파면했다. 같은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접수를 개시했고, 헌재 판결에 따라 탄핵에서 벗어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6월 3일을 대선일로 공고해 조기 대선이 확정됐다.
민주당은 4월 27일 당내 경선을 통해 이재명 전 대표를 당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지사가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압도적 차이로 후보가 됐다. 이재명 후보는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5월 1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으며 피선거권을 잃을 위기에 처했으나 법원이 대선 이후로 선고를 미루면서 사실상 사법리스크를 해소했다. 이재명 후보는 법원이 대선 이후 유죄를 확정하더라도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대통령은 내란·외환죄 외에 형사소추를 받지 않기 때문에 논란은 있지만 타격은 없을 수 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국민의힘은 우여곡절 끝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 김문수 후보는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물리치고 당 경선에서 최종 승리했으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사퇴 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자, 본선 경쟁력을 의심한 당 지도부에 의해 후보 교체가 시도됐다. 당 지도부는 두 사람의 단일화가 불발되자 5월 10일 새벽 한덕수 전 총리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 후보 교체를 추진했다. 당원 ARS 투표까지 동원됐지만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며 교체안은 부결됐고, 김문수 후보는 후보직을 지킬 수 있었다
5월 11일 선관위의 후보 등록 마감 결과, 이재명(민주당), 김문수(국민의힘), 이준석(개혁신당), 권영국(민주노동당), 구주와(자유통일당), 황교안, 송진호(이상 무소속) 후보가 등록했다. 다음날인 1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며 TV 토론과 전국 유세가 이어졌다.
각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각기 10대 공약을 발표했으며 TV 토론과 유세현장에서 상대 후보가 발표한 정책에 대한 비판은 물론 후보와 그 가족까지 비난하는 등 네거티브 선거전에 열중하는 모습으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구주와 후보가 가장 먼저 불출마를 선언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황교안 후보가 지난 1일 김문수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사퇴했고 결국 대선은 5명의 후보가 완주하게 됐다. 마지막까지 김문수 후보는 보수진영의 이준석 후보와 단일화를 요구했지만 이준석 후보가 거부하면서 보수 단일화는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달 29~30일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는 지난 20대 대선에 이어 역대 2위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조기 대선에 큰 기대를 건 유권자가 많았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거 투표 용지를 들고 식사를 하는 등 잇따른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관리 부실이 잇따르면서 첫날 역대 1위 기록을 갈아치웠던 사전투표는 역대 2위 기록에 머무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도 크고 작은 관리 부실에 사과했던 선관위는 이번에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대선 후보들은 투표가 이뤄지는 동안 자택에서 대기하며 국민의 선택을 기다린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인천 계양구 자택에서 머물 계획이다. 민주당 총괄·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중앙선대위 본부장 등은 이날 오후 7시30분께부터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개표 상황 및 출구 조사 발표 생중계를 시청한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이날 별도의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서울 봉천동 자택에서 머물 계획이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조경태·김기현·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이정현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이 오후 7시30분 이후부터 상황실에서 대기한다. 이 후보와 김 후보는 개표 진행 상황에 따라 국회로 이동할 수도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날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 있는 자택에서 기다리다 6~7시께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로 이동할 전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투표가 마감되는 오후 8시 이후부터 개표가 시작된다면 자정을 전후해 개표 결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는 투표가 끝난 직후인 오후 8시10분께 나올 예정이다. 당선인 의결 시점은 다음 날인 4일 오전 7시~9시 사이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선거 결과 발표 이후 새 정부 출범을 선포하는 대통령 취임 행사는 전례에 따라 4일 국회에서 열릴 전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이뤄지는 이번 조기 대선에서 선출되는 신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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