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단절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신뢰 회복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며 그 출발점으로 9·19 군사합의 복원을 주장했다. 김 전 지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다. 두 전직 대통령의 관심이 컸던 한반도 평화 정책에 그가 애정을 갖는 이유다.
김 전 지사는 22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대북정책이 사라졌다'는 질문에 "지금은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확고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가 전면에 내세운 지방분권 주장도 울림이 있다. 5대 권역별 메가시티 자치정부를 내건 김 전 지사는 "현행 17개 시도가 개별적으로 경쟁해서는 지방이 수도권을 이길 수 없다"며 "권역별 자치정부가 자율적 재정 권한을 갖고 지역 특성에 맞게 재정을 쓸 수 있어야 지방 균형 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거점 국립대학에 집중 투자하고, 권역별로 서울대병원 수준의 대형병원을 육성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김 전 지사가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대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정치적 명예 회복을 원하는 그로서는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공약을 선보이면서 내년 지방선거나 차차기 대선까지 향해 가는 여정을 새롭게 시작했다는 의미가 크다.
―경선에서 '이재명 일극체제'가 확인됐다는 평가인데.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나 김동연 경기지사가 서로 다른 색깔로 자기만의 정책을 갖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고, 오히려 경선이 민주당에 대한 국민 지지를 더 확대해 나가는 '모두가 이기는 경선'이라는 유의미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경선에서 대북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통일이라는 국가적인 목표나 지향은 포기할 수 없다. 그렇지만 지금은 통일보다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교류 협력을 통해서 한반도의 평화를 확고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에 맞춰 평화와 협력이 중심이 되도록 통일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게 맞다고 보고 명칭도 평화·협력부로 바꾸려고 한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복원해야 하나.
▷신뢰는 기존의 관계에서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남북이 기존에 맺었던 약속 중에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반드시 필요하고 핵심적인 9·19 군사합의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협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민주당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은 '아픈 손가락'이다.
▷부동산 문제는 서울의 집값 문제다. 서울 집값 문제의 원인은 서울·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려오는데 그 집을 다 감당할 수 없다는 거다. 서울 집값을 잡으려고 온갖 규제를 묶어 어떻게든 집값을 잡아놨지만 풍부한 현금 유동성 시대에 (자금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 다니며 부동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나. 수도권 경쟁력도 강화하고 다른 지역도 권역별 균형발전 방향으로 가야 부동산 문제가 해결된다. 이걸 어느 정부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잘못된 진단이다.
―지방에서 기업을 어떻게 키울까.
▷요즘 첨단산업 분야 기업들은 연구개발(R&D) 우수 인력이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권역별 자치정부가 지역 거점 국립대학에 집중 투자해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광주에 인공지능(AI) 국가데이터 센터가 있기 때문에 전남대나 한국에너지공대에서 AI학과·수학·기초과학 분야를 집중 육성하자는 거다. 우수 교수진을 모셔오고 학비·생활비 걱정 없는 환경을 만들면 우수한 인력이 배출되고 기업도 지방으로 찾아온다.
―지방을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한 방안은.
▷권역별로 적어도 하나 이상의 병원을 서울대병원급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종합돼 각 권역이 수도권처럼 또 하나의 성장축이 되도록 해야 대한민국도 바뀔 수 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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