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대선으로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유통업계를 겨냥한 규제법이 얼마나 발의됐는지, 있다면 어떤 내용인지 미리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애초 열 개 남짓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론 그 이상이었다.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막론하고 서른 개에 육박하는 법안이 22대 국회에 발의돼 있었고, 그중 상당수는 현장 적용 시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였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법안은 국내 업체들과 소통이나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었다. 업계 사람들을 만나거나 전화로 통화할 때마다 열이면 열 "그런 법안이 발의된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중 전 정부에서 평일 전환을 허용해줬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다시 법정공휴일로 강제하는 법안이나, 전통시장 반경 1㎞ 이내 출점 규제를 5년 연장하는 규제 등을 두고서는 "유통업의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지금 망하기 직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합니다. 이미 역성장하는 와중에 잘해봐야 제로 성장인데 정부 규제에 살았다 죽었다 하니 마음 편한 날이 없습니다."
실제로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은 최악의 역성장 국면을 맞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백화점 등 오프라인 업체의 매출 증가율은 3개월 연속 마이너스권이다. 그 잘나가던 편의점마저 36년 만에 점포 수가 줄었다.
기업들의 명운이 진보정권이 들어서느냐, 보수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갈리는 것은 후진 사회에서나 목도되는 일일 테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마다 더 큰 문제를 만든다"고 했는데 국내 유통업계가 처한 현실이 바로 그렇다.
그런 우리에게 시급한 건 유통업이라는 경제의 혈관을 막는 것이 아니라 뚫어주는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
[김시균 컨슈머마켓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