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학회와 국내 임상연구에서 잇따라 신경보호 효과가 확인되면서 의료현장에서는 콜린알포를 "대체 불가한 핵심 치료 옵션"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부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효과 불입증과 처방 증가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 향후 정책 논의 과정에서 최신 임상 근거를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콜린알포가 단순 증상 완화제가 아닌 질환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제로서 근거가 강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신경과학회(WCN 2025)에서 이탈리아 카메리노대 프란체스코 아멘타(Francesco Amenta) 교수는 CARL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에서 콜린알포 투여군은 해마, 대뇌피질, 편도체 위축 속도가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인지기능과 정서·행동 지표 역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멘타 교수는 "콜린은 질환의 초기 단계에서 뇌 구조 변화를 늦출 수 있는 신경보호적 치료제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데이터 역시 같은 흐름을 보였다. 2022년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에서는 인지기능 유지 및 신체 기능 개선 효과가 입증됐으며, 2025년 원주세브란스병원 코호트 연구에서는 치매 전환 위험이 알츠하이머형에서 10%, 혈관성 치매에서 17% 감소했다. 한 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현장에서 환자와 의사 모두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며 "임상적으로 충분한 근거가 확보된 약"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일부에서는 여전히 콜린 제제의 효과 불입증과 남용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2010년대 논의를 그대로 반복하는 구시대적 시각"이라며 "최신 임상 데이터와 의료 현장의 실제 환자 반응을 반영하지 못한 접근"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처방 증가 현상도 남용이 아닌 고령화와 경도인지장애 환자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요 확대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인지저하 진행을 늦추려는 예방 중심의 치료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단순한 숫자 증가만으로 남용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정책 논의의 방향도 단기 재정 절감보다 최신 근거와 질환 구조 변화를 반영한 중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콜린알포는 치매 예방 단계에서 실제 환자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준 약이며, 재정 효율만을 근거로 접근하면 오히려 장기적인 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 지적이다.
콜린 제제를 둘러싼 논의가 신중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현실적으로 대체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대체 약물로 거론되는 은행엽 제제와 니세르골린은 임상적으로 콜린알포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은행엽 제제는 주로 혈류 개선에 사용되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4년 해당 제제를 재평가 대상으로 지정한 것도 인지개선 효과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니세르골린 역시 혈관성 경도인지장애(Va-MCI)에 한정적으로 사용되며, 퇴행성 치매에는 적응증이 없다.
유럽의약품청(EMA)은 2013년 부작용과 근거 부족을 이유로 니세르골린 사용을 제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대체제 논의는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며 "콜린알포는 여전히 임상적 효과와 환자 신뢰를 모두 충족하는 유일한 치료 옵션"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치매 예방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된다. 치매는 발병 이후 치료보다 초기 예방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질환으로 꼽힌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사회경제적 부담은 약 1733만원, 평균 생존 기간을 고려한 누적 비용은 약 2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질환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 옵션을 단기 재정 논리로 축소하는 것은 국가 재정과 환자 삶 모두에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약 30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매년 10~15%가 치매로 전환된다. 전문가들은 "치매로의 전환을 늦추는 예방 개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콜린 제제가 인지저하 속도를 늦추는 근거가 명확한 만큼, 초기 단계에서의 접근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 개입은 장기적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으로 평가되며, 중장기적 관점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의료계는 콜린 제제 논의가 정치적 프레임이 아닌 과학적 근거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콜린알포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지키는 실질적 약물"이라며 "근거와 의료 현실을 함께 고려한 균형 잡힌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백상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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