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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차세대 정보처리기술 ‘스핀트로닉스’ 새 장 열었다

외부 자기장 없이 스핀 방향 제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

  • 고재원
  • 기사입력:2025.09.05 03:00:00
  • 최종수정:2025.09.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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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자기장 없이 스핀 방향 제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
왼쪽부터 김영근 고려대 교수, 정은진 고려대 연구원, 전유상 고려대 박사, 남기태 서울대 교수.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왼쪽부터 김영근 고려대 교수, 정은진 고려대 연구원, 전유상 고려대 박사, 남기태 서울대 교수.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내 연구팀이 외부 자기장이나 극저온 장치 없이도 전자의 ‘스핀’ 방향을 조절하고, 스핀을 선택적으로 이동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차세대 정보처리기술 핵심 기반으로 주목받는 ‘스핀트로닉스’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일 김영근 고려대 교수와 남기태 서울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스핀은 전자가 갖는 고유한 자기적 성질로, 양자역학적으로 ‘업’, ‘다운’ 두 상태를 가진다. 스핀트로닉스는 이 스핀을 활용해 정보를 저장, 처리, 전달하는 전자재료 기술이다.

기존 반도체보다 전력 소모가 적고 비휘발성이 뛰어나 초저전력 메모리, 뉴로모픽 칩, 확률 계산용 연산 소자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핀트로닉스는 두 가지 스핀 상태를 제어하고 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스핀은 ‘카이랄’ 유기분자 구조를 통과하면 스핀 전류가 생성되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활용해 스핀트로닉스 기술을 구현하려 노력 중이다.

카이랄은 오른손, 왼손처럼 거울대칭으로 방향이 반대여서 겹칠 수 없는 구조로 카이랄성에 따라 똑같은 조성의 물질도 완전히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연구팀은 자성 소재를 바탕으로 카이랄성 유기분자 구조를 형성하면 스핀을 더 오래 유지 및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에 카이랄성 자성나노 나선구조를 구현했다. 연구팀은 “소량의 카이랄 유기분자를 도입해 나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데 성공했다”며 “이는 무기물에서 매운 드문 성과”라고 설명했다.

개발한 카이랄 자성 나노 나선 구조에서 특정 스핀만 잘 통과시키고, 반대 방향은 막는 현상이 실험적으로 입증됐다. 나노 나선 구조 자체만의 회전성으로 스핀을 선택적으로 걸러내고 이동시킬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상온을 포함한 넓은 온도 범위에서 스핀을 조절할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로 그동안 이론과 실험으로 보고된 카이랄 스핀트로닉스 원리를 보다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남기태 교수는 “유기물과 달리 금속의 경우, 나노 단위에서 카이랄성을 제어하는 것은 중요한 과학적 난제”라며 “분자를 이용한 나선의 꼬인 방향성을 제어한 최초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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