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제조업, 소비자 기술,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강국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보급률과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등 글로벌 게임사를 보유한 한국은 소프트웨어가 혁신과 경쟁력을 주도하는 산업에서 오랜 기간 두각을 나타내왔다.
탄탄한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B2B와 B2G 분야를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었고, 그 결과 지난 해 국내 인공지능 산업 매출은 6조 3천억 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성장은 한국이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에 걸쳐 본격적으로 내재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지금은 ‘에이전틱 AI(agentic AI)’라 불리는 차세대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한 단계 더 빠르게 도약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생산성 향상, 경쟁력 강화, 혁신 가속화라는 세 가지 핵심 효과를 제공한다.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은 세계 최초의 AI 기반 개발자 도구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시작으로 AI 기반 개발 솔루션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겨났고, 개발자들은 다른 어떤 직군보다 빠르게 AI 기술을 수용하며 변화의 중심에 섰다. 깃허브 코파일럿은 개발자의 생산성을 평균 55% 이상 끌어올렸고, 이러한 효과는 곧 조직 전반의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와 프로세스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더 이상 단순한 코딩 보조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명령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독립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며, 피드백에 맞춰 학습하고, 외부 도구와 데이터를 활용해 성능을 지속해서 향상시킨다. AI 에이전트는 개발자들의 워크플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현재 깃허브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개발자는 약 233만 명에 달하지만, 고도화된 디지털 경제의 수요를 감당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2024년 정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AI 개발자 수요는 현 인력보다 1,400명 이상 많았으며, 이는 전체 AI 인력의 6%를 웃도는 수준이다. 범위를 전체 소프트웨어 개발 직군으로 넓혀보면, 인력 부족 문제는 더 뚜렷해진다.
AI 에이전트는 기존 개발자들의 생산성과 영향력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소프트웨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출시 주기를 단축해 제품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깃허브 코파일럿 코딩 에이전트는 개발자의 든든한 동료처럼 함께 일하며, 풀 리퀘스트 초안 작성부터 테스트 실행, 버그 수정, 코드 리팩토링까지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을 대신 처리해준다. 이를 통해 개발자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 가치를 높이며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며칠씩 걸리던 작업이 몇 시간 만에 끝나면서, 개발자들은 복잡한 문제 해결이나 고객 가치를 높이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소프트웨어 출시가 빨라지고, 사용자는 새로운 기능을 신속하게 경험할 수 있으며, 기업은 지속적인 혁신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속도는 국내 스타트업과 급성장하는 기업에는 지역적인 성공을 글로벌 리더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추진력을 제공한다. 그리고 대기업에게는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민첩하게 대응하며 앞서 나갈 수 있는 핵심 동력이 된다. 앞서가는 기업일수록 개발자 채용을 여전히 핵심 전략으로 삼고, 경우에 따라 채용 규모를 더욱 늘리기도 한다. AI와 인재가 결합할 때 나타나는 폭발적인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국내 기업, 특히 규제 산업에 속한 곳일수록 보안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이다.
다행히 AI 에이전트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 보안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깃허브 코파일럿 코딩 에이전트는 기존의 보안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작동한다. 브랜치 보호, 리포지토리 규칙, 조직 정책 등도 그대로 적용된다.
코딩 에이전트가 생성한 모든 풀 리퀘스트는 배포 전에 반드시 개발자의 승인을 거친다. 이를 통해 빌드 및 배포 환경의 안정성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기업의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도구일 뿐, 보안 리스크가 아니다. 적절한 가이드라인만 구축한다면 기업은 더 빠르게 대응하고 더 과감하게 혁신에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AI 에이전트의 도입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 아니다. 이는 혁신을 향한 의지이자, 인재를 끌어들이고 치열한 시장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AI 에이전트의 목적은 모든 걸 자동화하겠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AI로 확보한 시간과 여유를 어디에 다시 투자하느냐가 진짜 경쟁력을 결정짓는다. 이런 시간을 창의적 사고와 고객 경험, 연구개발, 전략 실행에 다시 투자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AI 퍼스트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어떤 기업들은 아직 클라우드 이전이나 레거시 시스템 정비에 머무르고 있지만, 새로운 세대의 기업들은 이미 다른 속도로 움직이며, 더 빠르게 성장하고 혁신하며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앞서가는 기업과 뒤처지는 기업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금 뒤처지면 나중에 따라잡는데 훨씬 더 큰 시간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은 이 흐름을 이끌 준비가 되어 있다. OECD 국가 중 AI 도입률 1위, 디지털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혁신가들과 글로벌 기술 리더를 향한 분명한 국가적 비전까지 갖추고 있다. 이제 에이전틱 AI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은 스스로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지금이 바로 움직일 때다. AI 에이전트를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 적용하면 생산성과 혁신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쟁 무대는 지역을 넘어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다.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AI 에이전트는 이미 현실이 되었고, 선택이 아닌 실행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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