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해수 온도 계속 올라
기준치 이상 오르면 원전 멈춰
해외는 운전 여유도 깎아 기준치 높여
한국은 설비 개선해 근본 대책 마련키로
![기후위기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설비를 개선해 냉각 성능을 높이기로 했다. 신월성 1‧2호기는 최근 냉각 설비 개선을 마쳤다. [사진=월성원자력본부]](https://wimg.mk.co.kr/news/cms/202508/15/news-p.v1.20250814.ce2d689d78764577907f5d4d2edb30b7_P1.jpg)
기후변화로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원전의 운전 여유도가 줄어들고 있다. 원자로에서 나는 열을 바닷물로 냉각시켜야 하는데, 바닷물이 뜨거워지면 제대로 냉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원전의 내부 설비를 바꿔 냉각 성능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수원은 14일 열린 원자력안전회의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 관련 대응 현황 및 안전 계획’을 보고했다. 기후변화 때문에 해수 온도가 계속 올라가 더 이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원전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전에는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와 주변의 대형 펌프, 터빈 등이 있다. 핵분열에서 막대한 열이 나오고, 펌프와 터빈 등도 크기 때문에 작동 과정에서 열이 나온다. 이를 식히기 위해 원전을 바닷물을 끌어올려 원전 내부를 식힌다. 국내 원전이 모두 바닷가에 위치한 이유다.
제대로 된 냉각을 위해서는 바닷물이 차가워야 한다. 해수 온도가 높아질수록 냉각 성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원전은 모두 냉각에 필요한 한계치인 ‘설계해수온도’를 갖고 있다. 이 온도가 넘어가면 냉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매뉴얼에 따라 6시간 안에 원자로를 정지해야 한다.
문제는 최근 바닷물이 계속 뜨거워진다는 점이다. 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동해의 평균 수온은 1980년~2010년까지 30년간 8.3℃ 상승한 반면, 최근 3년(2021년~2023년)간 1℃나 상승했다. 상승 추세가 점차 가팔라지면서 원전을 냉각하기 위해 지켜야 할 설계해수온도까지도 여유가 얼마 남지 않았다.
특히 엘니뇨 영향으로 가장 더운 해였던 지난해는 원전이 가동되기 직전의 위기까지 처했다. 신월성 1호기는 설계해수온도가 31.5℃인데, 지난해 해수 온도가 최고 31℃까지 올라갔다. 조금만 더 더웠어도 신월성 1호기가 멈춰야 했던 상황이다. 이외에도 신고리, 새울, 한빛 등 전국 대부분의 원전이 설계해수온도까지의 여유가 5℃ 미만이다.
한수원 측은 10년 이내에 해수온도가 8기 가량 원전의 설계해수온도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한수원은 원전의 냉각 여유도를 고려해 설계해수온도를 상향 조정하는 것으로 대응해왔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넉넉하게 정했던 설계해수온도를 상향해 해수 온도가 올라가도 가동을 계속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고리, 한울 원전 등이 이미 오래전 그렇게 설계해수온도를 높였고, 새울 1‧2호기도 3년 전 같은 과정을 거쳤다. 해외에서도 이 같은 조치가 일반적이다. 반병훈 한수원 발전처장은 “미국에서도 여유도를 조정해 설계해수온도를 높인다”고 했다.
다만 이같은 조치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시우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안전과장은 “3년 전 새울 원전의 설계해수온도를 높일 때, 일부 원안위 위원들 사이에서 언제까지 여유도만 깎아서 대응하겠냐는 성토가 있었다”고 했다.
이에 한수원은 내부 설비 자체를 개선해 냉각 성능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원전 내부에 있는 열교환기의 효율을 높이면 해수 온도가 높아도 원전을 충분히 냉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임 과장은 “해외에서도 설비 개선을 통해 설계해수온도를 높인 경우는 없다”고 했다.
신월성 1·2호기는 이미 열교환기를 개선해 냉각 성능이 향상됐고, 본격적으로 설계해수온도를 높일 예정이다. 한수원은 한빛 1~6호기도 2029년 상반기까지 열교환기를 교체해 냉각 성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반 처장은 “이외에도 전국 원전의 잔여 수명과 냉각 여유도 등을 평가해 필요한 원전들은 모두 설비 개선을 마치겠다”고 했다.
열교환기는 종류마다 다르지만, 개선 작업에 원전 1호기당 100억~200억 원이 들 전망이다.
이외에도 한수원은 해수 온도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실험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수온도 자체를 낮추기 위해 원전 주변 바다에 얼음을 대량 넣어보기도 했다. 다만 일시적으로 온도가 떨어지기는 해도 별 효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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