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잠깐 방심한 사이 온 가족이 감염됐는데 눈병의 전염성이 이렇게 강한 줄 몰랐다"며 "물놀이 뒤에는 손 씻기나 수건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여름 휴가철이 한창인 요즘 전염성 결막염, 이른바 '눈병'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수영장과 물놀이장, 캠핑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아데노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성 결막염은 전염력이 강해 집단생활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기 쉬운 만큼 개인 위생과 조기 대응이 중요하다.
여름철은 전염성 결막염이 특히 잘 퍼지는 시기다.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성 각·결막염 환자는 매년 7~8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도 7~8월 환자 수는 5~6월보다 약 30% 많았다.

전염성 결막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아데노바이러스다. 주로 여름과 초가을에 유행하며 열이나 일반 소독약으로도 잘 제거되지 않을 만큼 생존력이 강하다. 주요 증상은 눈의 충혈, 눈곱, 이물감 등이며 심하면 인후통이나 미열, 귀 앞 림프절 비대와 같은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전염성도 강해 한쪽 눈에서 시작해 며칠 내 반대쪽 눈으로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윤영채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전문의는 "아데노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평소보다 눈곱이 많이 생겨 눈을 뜨기 힘들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 눈꺼풀과 안구가 달라붙는 검구유착이나 각막 혼탁 등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을 앓고 있다면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안약을 점안해야 한다. 인공눈물을 함께 사용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안대는 통풍이 되지 않아 습기가 차기 쉽기 때문에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은 완전히 나을 때까지 안경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염증이 각막까지 번졌다면 장기적인 점안 치료가 필요하며, 심한 통증이나 시력 저하가 있다면 치료용 콘택트렌즈를 착용해 각막을 보호해야 한다.
김 교수는 "자가 진단으로 증상을 방치하거나 항생제 안약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바이러스에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증상 경과를 혼동시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감염이 의심될 때는 외출을 자제하고 즉시 안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수영장 눈병'으로 알려진 엔테로바이러스 결막염도 여름철에 자주 발생한다. 아데노바이러스보다 잠복기가 짧아 감염 후 1~2일 이내에 증상이 빠르게 나타난다. 눈의 충혈이나 이물감 외에도 복통이나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엔테로바이러스 감염은 특히 어린이들 사이에서 집단으로 자주 발생하는 편"이라며 "수영장 이용 후 눈에 불편감이 느껴지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는 것은 단순하지만 결막염을 비롯한 각종 감염병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눈이 가렵거나 불편하더라도 손으로 직접 만지기보다는 인공눈물이나 깨끗한 휴지, 멸균 거즈 등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거나 제거할 때는 반드시 손 위생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윤 전문의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면 각막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세균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물놀이 시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며 "부득이하게 착용해야 한다면 일회용 제품을 사용하고 가능하면 물안경을 함께 쓰길 권한다"고 말했다.
비누나 수건, 세면도구, 화장품, 침구류 등을 함께 사용하는 습관은 감염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가족 간이라도 개인 위생용품은 반드시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전염성 결막염은 치료법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무엇보다 예방이 핵심"이라며 "그 출발점은 언제나 '손 위생'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고대안암병원 안과 교수는 "결막염은 대부분 가볍게 지나가는 질환으로 인식되지만 방치하면 각막까지 염증이 번지거나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작은 불편도 가볍게 넘기지 않고 살피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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