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금 사고를 사전에 감지하고 차단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기업 감사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횡령·배임과 같은 이상 자금 흐름을 실시간 추적하는 것은 물론 과거 이력까지 탐지하는 빅데이터 기반 감사 솔루션 '갖추(GotChoo)'가 그 변화를 주도하는 선봉장에 서 있다. 기업 자금 흐름을 24시간 감시하는 'AI 보안 카메라'를 표방한 이 시스템은 사고가 터진 다음 뒤쫓는 기존 방법 대신 발생 전에 조용히 경고를 보내는 사전 탐지 방식을 지향한다.
'갖추' 개발을 주도한 고태관 법무법인 민 대표변호사는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감사도 이제 AI가 돕는 시대"라며 "사고가 난 뒤에야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기업을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변호사는 "갖추의 가장 큰 강점은 '사례 기반 솔루션'이라는 점"이라며 "3만건이 넘는 횡령·배임 사례를 분석해 탐지 룰을 만들었고, 그 룰을 바탕으로 실제 사고와 유사한 패턴을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계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외부 금융사 데이터는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탐지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갖추'는 은행, 카드사, 국세청, 4대 보험 등 외부 기관 데이터를 수집하고, 프로그램이 설치된 PC에서만 암호화돼 저장·분석된다. 탐지 결과는 기업의 대표나 감사 담당자에게 카카오톡 알림으로 전달된다. 탐지에는 평균 10~30분이 소요되며, 기업 규모에 따라 기준값을 설정할 수 있는 등 실무 유연성도 갖췄다.
고 대표변호사는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직접 우리 법무법인에도 '갖추'를 설치해 이용하고 있다"며 "그동안 바빠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따로 들여다보지 못했는데, 프로그램이 설치되자 이상 거래가 자동으로 표시됐고, 업무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용 내역이 포착돼 경고가 뜨는 것을 확인한 이후 법인카드의 사용 패턴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출시한 '갖추 백트레이스(Backtrace)'의 효용성도 강조했다. 고 대표변호사는 "기존 '갖추'가 실시간 모니터링에 초점을 맞췄다면 백트레이스는 설치 이전 1~2년간 거래 흐름을 되짚어볼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며 "예전의 이상 거래나 사각지대를 소급 분석할 수 있어 사전 리스크 점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찰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고 대표변호사는 경기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한 뒤 사법시험 32회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2기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이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노동법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노동법 전문가로 활동하다 2008년 법무법인 민을 설립했다. 2020년에는 기업 리스크 전문 자회사 민이앤아이를 세워 AI 기반 감사 시스템인 '갖추'와 익명 제보 플랫폼 '휘슬노트'를 개발했다. 그는 "제보와 인력 중심 감사에는 한계가 있다"며 "수사와 기술, 회계와 경영, 노동법과 기업윤리를 아우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갖추는 월 6만9000원의 구독형 모델부터 기업 규모에 따른 맞춤형 요금제, 금융사 전용 구축형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공된다. 고 대표변호사는 100만곳 이상의 중소·중견기업, 아파트 관리사무소, 협회·단체 등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금 사고는 단순한 회계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신뢰와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라며 "CCTV가 범죄를 줄였듯 갖추도 자금 사고를 줄이고 투명경영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기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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