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6월 30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를 통해 미국 핵융합 스타트업 코먼웰스퓨전시스템(CFS)과 200㎿ 규모의 전력 구매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200㎿는 5만~6만가구에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의 전력에 해당한다. 구글은 이번 계약을 통해 CFS의 첫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인 '아크(ARC)' 건설을 지원하고, 추후 발전소 전력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마이클 테럴 구글 첨단 에너지 부문 총괄은 "핵융합은 미래 에너지로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깨끗하고 풍부할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안전하다"고 자신했다.
CFS는 지난해 12월 미국 버지니아 체스터필드 카운티 산업단지에 세계 최초의 상업용 대규모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발전 규모는 약 400㎿이며, 전력 생산 시기는 2030년대 초로 예상된다. 밥 뭄가드 CFS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고객이 생겼고, 앞으로도 고객은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핵융합에 대한 수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자신했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리로 전력을 생산해 '인공태양'으로도 불린다. 작은 원자핵들이 모여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융합될 때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이용한다.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력발전보다 에너지 효율이 3배 이상 높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탄소 배출이 거의 없어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원자력 발전과 달리 연료 주입이 멈추면 즉시 반응이 중단돼 안전성도 높다. 원료가 되는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중수소 1g은 석탄 8t과 맞먹는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이 같은 한계를 뒤집은 건 빅테크 기업들의 '판 흔들기'다. 인공지능(AI) 시대에 폭증하는 데이터 연산량과 서버 운영으로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세일즈포스, 오픈AI 등이 핵융합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구글 외에도 MS는 헬리온에너지에서 2028년부터 50㎿ 규모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으며,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제너럴퓨전, 구글과 셰브론이 투자한 TAE 테크놀로지는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이 핵융합 스타트업에 투자한 돈은 80억달러(약 10조9000억원)에 달한다. 넉넉한 자금을 확보한 스타트업은 고급 인재를 영입하고, 과감한 연구개발(R&D)에 나서면서 기술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2030년 핵융합 상용화'는 불가능한 이야기였지만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학계에서조차 '가능할 수 있겠다'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구글이 핵융합 발전소에서 공급받기로 한 200㎿ 계약이 AI 개발에 열을 올리는 거대 기업들의 전력 수요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지만, 기술업계가 기후변화 방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대안 에너지를 모색하는 의미 있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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