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이맘때 서울·경기에 출몰하는 '까만 불청객들'은 암수가 붙어 다닌다고 해서 '러브버그'로 불린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계양산 영상에서는 날아다니는 러브버그들 때문에 등산객들이 발걸음을 떼기 어려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천광역시 계양구에서는 지난 6월 23~27일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359건 접수됐다. 곤충 진화 및 계통유전체학 연구자인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함께 러브버그에 대해 알아봤다.
1 러브버그는 어떤 벌레인가.
▷러브버그의 공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다. 파리목 털파리과에 속한다. 몸길이가 4~10㎜로, 수컷이 암컷보다 작다. 암수가 꼬리를 맞대고 날아다녀 '러브버그'라고 불리는데, 합체 시 크기는 약 1.5㎝다.
2 왜 매년 이맘때 기승을 부리는가.
▷국내에서는 보통 6~7월 사이 날이 더워지고 습해질 때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마철 직전 시기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빨리 나타났다. 곤충은 외부 온도가 높아지면 대사 작용이 활발해지는데, 올해가 작년보다 더 빨리 더워진 탓으로 분석된다.
3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
▷우리나라에 없는 곤충이었다. 2015년 인천에서 러브버그 알이 확인됐고, 2022년부터 대량으로 출몰했다. 선박을 통해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중국 남부의 러브버그 개체가 일본 오키나와를 거쳐 대만으로 퍼진 것으로 추정해왔다. 이 개체들의 특성 중 하나가 1년에 두 번 대량으로 생성된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러브버그 개체들은 1년에 한 번 급증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중국 북부에 있는 러브버그의 습성과 동일하다.
4 왜 암수가 합체하는 모습인가.
▷워낙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러브버그 수컷은 3일가량 산다. 이 기간에 짝짓기만 하고 바로 죽는다. 암컷은 7일가량 살며 알을 낳고 죽는다. 종 전체 번식에 이 같은 방식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5 갑자기 많아진 이유가 있나.
▷일각에서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러브버그의 천적이 없는 국내 생태 환경 때문이라고 본다. 일단 국내에는 러브버그에 위해를 가하는 병원균이 없으며, 러브버그를 먹이로 좋아하는 포식자도 없다. 알을 많이 낳는 파리의 특성상 개체 수 증식이 쉽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러브버그는 암컷 한 마리당 300개 알을 낳는다.
6 서울·경기에서 주로 보인다.
▷도시 열섬 현상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서울·경기 지역이 아닌 곳은 산이 굉장히 깊고 생물 다양성이 높아 러브버그 개체가 대량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낮다. 러브버그가 산란하는 장소는 보통 낙엽이 많은 산속이다. 낮은 산이 있는 인근 도시 지역에서 러브버그가 대량 발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7 독성을 가지고 있지 않나.
▷러브버그는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 꽃의 꿀, 낙엽, 동물 사체의 유기물을 먹고살기 때문에 토양 환경을 정화하고 유익한 곤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8 해충으로 봐야 하지 않나.
▷서울시는 러브버그를 '유행성 생활 불쾌 곤충'으로 분류했다. 시민의 생활에 불편을 주는 곤충이라는 의미다. 이렇게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이상 해충으로 분류해야 한다.
9 가정에서의 방제 방법은.
▷물을 싫어하므로 러브버그가 많이 붙어 있는 창문이나 유리 등에 물 또는 살충제를 뿌리면 된다. 러브버그는 불빛과 밝은 색을 좋아하므로 밝은 옷을 입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10 언제쯤 사라질까.
▷장마 시기에 접어들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9월에 다시 나타날 수 있지만 대량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생물 분류에서 가장 가까운 유연 관계를 뜻하는 '근연종'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경기 지역 외 타 지역으로 퍼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고재원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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