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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꿈꾼다면 … 출연硏 혁신기술 주목

ADC항암제 후보물질과
링커기술로 경쟁력 입증
셀트리온·美제약사 수출
기술사업화 속도 내려면
과기지주사 활성화해야
화학硏 창업기업 '피노바이오' 정두영 대표 인터뷰

  • 고재원
  • 기사입력:2025.06.22 17:10:08
  • 최종수정:2025-06-24 09: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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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있으면 광범위한 기초기술을 접하면서 산업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출연연 기반의 딥테크 창업을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두영 피노바이오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출연연 창업의 특장점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피노바이오 역시 과학기술계 출연연인 한국화학연구원 창업기업이다. 정 대표가 화학연 소속이던 2017년 창업했다. 그는 "출연연에 있으면서 항체·약물복합체(ADC) 기술에 주목했다"며 "우리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ADC는 '암을 잡는 유도탄'으로 불린다. 암 세포를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항체에 강력한 약물을 붙인 형태다.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구조를 '링커'라고 하는데, 이 링커는 암 세포 내에서만 끊어진다. 월등히 많은 양의 약물을 암 세포에 직접 전달할 수 있어 항암 치료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정 대표는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ADC 유방암 신약 '엔허투'가 성공을 거둔 이후 글로벌 제약사들이 ADC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많은 곳이 엔허투가 사용한 캠토테신 계열의 페이로드(약물) 방식을 차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빅파마들은 특허 침해를 피하기 위해 차이를 뒀다. 엔허투가 사용한 'DXd' 대신 다른 종류의 캠토테신 계열 페이로드를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임상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DXd를 사용했을 때만 강력한 효력과 높은 안정성을 유지했다"며 "같은 계열의 약물이 모두 ADC용 페이로드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피노바이오가 이 점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는 "우리는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캠토테신 계열의 페이로드와 이에 최적화된 링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DXd와 유사한 약리 활성, 물리화학적 특성, 인체 내 분포 및 대사 특성을 갖추고 있으며 특허 침해 문제 없이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피노바이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누적 72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미국 콘주게이트바이오 등에 기술이전을, 지난해 9월에는 셀트리온에서 첫 마일스톤 기술료를 수령했다.

정 대표는 "피노바이오 ADC 기술이 적용된 신약 후보물질이 셀트리온 등 파트너사에서 개발되고 있다"며 "셀트리온과 피노바이오의 자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신약 후보물질은 일본 다이이찌산쿄 기술에 비해 동등 이상 수준의 효력을 보이면서도 부작용을 더 억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난항도 겪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에 세 번 실패한 것이다. 정 대표는 "임상 데이터 부족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판단한다"며 "셀트리온에 이전한 기술로 만든 신약 후보물질이 올해 첫 임상에 들어가면 문제가 풀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세계 ADC 시장은 2028년 198억달러(약 2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피노바이오는 이 시장 문을 계속 두드리겠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다음 상장은 시기를 보고 재도전하겠다"면서 "ADC 플랫폼 기술을 확보한 것에 이어 독자적 ADC 항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바이오테크 기업이자 출연연 창업기업의 대표 성공 사례로 발전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출연연 딥테크 창업 활성화를 위해 당부하는 말도 남겼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지주(KST) 같은 출연연 기술사업화 전문 지주회사가 더 활발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KST가 출연연 창업기업들에 대한 리드 투자자 역할을 하면서 여러 라운드에 걸쳐 투자를 주도하고 기업 성장을 이끌어줄 수 있다면 출연연 딥테크 창업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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