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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침·대변으로 '내 몸' 정밀분석해줘요

송민호 실크롱제비티 창업자
충남대병원장 출신 의과학자
질병 미리 막을 방법 고민하다
멀티오믹스에 꽂혀 작년 창업
글로벌 정밀의료 아시아 거점
김해시민 1만명 데이터 수집

  • 고재원
  • 기사입력:2025.06.15 17:17:39
  • 최종수정:2025-06-15 19: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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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가까이 환자를 진료하면서 '환자가 약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병이 없던 사람들이 병에 걸려 병원을 찾고 이 약, 저 약을 먹으며 증상만 개선하는 꼴이었죠. '병을 미리 막을 순 없을까'라는 고민 끝에 실크롱제비티를 창업했습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로 충남대병원장 등을 역임한 의사과학자 송민호 실크롱제비티 창업자가 찾은 난제의 답은 '멀티오믹스(다중체학)'다. 송 창업자는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실크롱제비티는 멀티오믹스 데이터로 건강 관련 바이오마커를 분석해 질병 발생 위험 요인을 평가하고 건강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회사"라며 "기존 치료 중심의 의료체계를 보완하고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시스템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회사를 창업한 것은 2024년 5월로 1년이 갓 넘었지만 이미 한 개인의 질병을 예측하기에 충분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보유 중이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KCL)와 스웨덴 왕립공과대(KTH), 카롤린스카연구소가 구축해놓은 멀티오믹스 분석 플랫폼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송 창업자는 "2003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대규모 생명과학 프로젝트인 '휴먼 프로틴 아틀라스(HPA)'가 실크롱제비티의 시작점"이라며 "아딜 마르디노글루 KCL 교수가 HPA에서 핵심 역할을 하며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함을 튀르키예에서 임상적으로 운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기점으로 마르디노글루 교수는 멀티오믹스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했다. 유럽, 미국, 인도 그리고 한국에 법인을 세웠다. 실크롱제비티 역시 마르디노글루 교수와 송 교수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송 창업자는 "세계적 프로젝트의 아시아 거점으로 한국을 낙점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공지능(AI) 덕분에 복잡한 멀티오믹스 데이터를 전례 없는 규모와 깊이로 분석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른바 P5, 예측·예방·개인화·참여·정밀형 의료 시스템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크롱제비티는 AI 기반 멀티오믹스 분석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미 서비스에 돌입했다. 개인의 혈액, 대변, 침만 제공하면 된다. 송 창업자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손쉽게 멀티오믹스 분석 데이터를 볼 수 있다"며 "부모의 유전정보를 분석하면 태어날 아이에게 유전될 수 있는 소인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생아 검사를 포함해 장 건강 검사, 질 건강 검사 등 서비스를 제공해 지난해 기준 약 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멀티오믹스 데이터 고도화에도 착수했다. 실크롱제비티는 전 세계 100만명의 데이터를 5년 내 모으는 '글로벌 1밀리언 정밀의료 이니셔티브'에 참여한다. 지난 5월 착수한 이 이니셔티브는 미국 피츠버그대와 생성형 의료 AI 개발업체 '비지'가 주도하는 것으로, 세계 최대 유전자 분석장비업체 '일루미나'도 참여 중이다. 송 창업자는 "실크롱제비티는 이니셔티브의 한국 대표 파트너사"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2027년부터 2032년까지 경남 김해 시민 1만명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빅 라이프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송 창업자는 "인제대와 협력하고 있고, 국내 주요 대학 및 연구기관과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공중보건 시스템을 개선하고 의료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멀티오믹스

유전체, 단백질, 체내 미생물 등 다양한 분자 수준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방법. 최근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세계적인 멀티오믹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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