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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의 'IT 중동특수' 꿈이 무르익는다

메카 등 사우디 3개 도시
네이버, 디지털트윈 구축
총 사업비 1000억원 규모
서울 11배 면적·92만개 건물
가상공간 복제해 시뮬레이션
날씨·교통·재난 가능성 예측

  • 김태성
  • 기사입력:2025.06.10 17:50:18
  • 최종수정:2025-06-10 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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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도시를 디지털 환경에 그대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에 성공했다. 1970년대 중동에서 건설 붐을 일으킨 건설업계에 이어 네이버가 독보적인 정보기술(IT) 역량을 무기로 '제2의 중동 특수'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중동 전역과 유럽·아프리카 등 인근 지역으로의 사업 확장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10일 네이버는 메카·메디나·제다 등 사우디 도시 3곳을 디지털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프로젝트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MOMRAH)가 발주한 이 사업은 현지 공공 앱 운영사 발라디와 사우디아라비아주택공사(NHC)의 디지털 부문 자회사인 NHC이노베이션이 주도하며 네이버,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랩스, 네이버페이로 구성된 팀네이버가 기술을 제공했다.

미래형 스마트시티를 만들기 위한 필수 인스라스트럭처인 디지털 트윈은 클라우드 기반의 가상공간에 현실 세계를 그대로 옮겨 놓는 기술 플랫폼이다. 적은 비용으로 도시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어 도시 계획과 관리에 유용하다.

이번에 구축된 도시 3개의 총면적은 약 6800㎢로, 서울시(605.2㎢)의 11배가 넘고 건물 수도 92만동에 달한다. 고해상도의 3차원 이미지와 함께 다양한 실시간 데이터가 통합돼 현지 도시 계획 관계자와 엔지니어, 관리자들이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서는 3D 모델 기반의 다양한 도시 계획 지원 기능과 분석 결과가 제공된다. 도시 개발을 위한 토공량이나 경사도 등 지형 분석뿐 아니라 경관 및 조망을 위해 스카이라인이나 일조량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건축 전에 설계 데이터를 연동해 건축법 위반 여부도 파악할 수 있다. 홍수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시뮬레이션도 지원한다. 과거 홍수 빈도, 도시 내 수로 데이터 등을 연계해 주요 홍수 지역에 대한 시각화는 물론 강우 레이더 시각화를 통한 비구름 움직임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원이 되는 네이버와 사우디와의 인연은 2022년 시작됐다. 당시 정부가 꾸린 수주지원단의 일원으로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가 현지를 찾아 관계자들과 회동한 것을 계기로 네이버는 이듬해 3월 사우디 정부의 국가 디지털전환(DX) 사업에 협력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관련 사업 확장을 위한 기반을 만들었다. 이후 2023년 10월 네이버는 향후 5년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비롯해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등 5개 도시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을 따냈다. 사업 규모는 1000억원대다.

당시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서 해외 사업 전략을 총괄한 이해진 창업자(사진)의 진두지휘 아래 네이버는 10㎝ 내외 오차 범위로 도시 전체를 정밀하게 구현 가능한 원천 기술, 자체 개발한 데이터 처리 인프라, 10년간 무중단·무사고·무재해 등 '3무(無)'를 달성한 클라우드 운영 노하우 등 독보적인 기술력을 강조했다.

그 결과 당시 입찰에서 네이버는 기술 수준과 확장성, 비용 효율성 측면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 유수 기업들을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하며 주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번에 도시 3곳의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데 이어 네이버는 리야드와 담맘 등 남은 2곳의 사업도 마무리하고, 향후 사업 지역을 사우디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사우디를 위한 아랍어 기반의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하는 소버린AI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는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과 아랍어 기반 LLM 구축과 관련 서비스 개발 등을 골자로 한 MOU를 맺고 현재 관련 모델을 개발 중이다.

네이버는 디지털 트윈과 소버린AI 두 부문에서 사우디를 기반으로 향후에는 다른 중동 국가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프리카 지역으로의 영토 확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중동을 포함해 네이버는 올해 북미와 동남아시아까지 3곳을 핵심 공략지로 낙점하고 사업 확장에 나선다. 북미에서는 글로벌 AI 스타트업의 산실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신설 법인 '네이버벤처스'를 설립하고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에 착수했다. 동남아에서는 태국 업체와 태국어 LLM과 AI 에이전트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와 협업할 예정이다. 네이버 LLM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현지 맞춤형 LLM을 만들고, 엔비디아는 필수 인프라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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