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 다습한 한여름에 진입한 요즘 해외에서 코로나19와 함께 'A군 연쇄상구균' 감염이 급증해 국내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최근 중국, 태국, 싱가포르 등 인접 국가에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는 여름철 여행객 이동을 고려할 때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있다. A군 연쇄상구균은 피부 감염뿐만 아니라 근육, 혈액, 뇌척수액에까지 침투해 패혈증이나 심각한 후유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여름철에는 세균(박테리아)과 바이러스 감염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배출한 땀과 불볕더위, 장마로 조성된 습한 환경이 세균을 통해 식중독, 무좀, 피부 습진, 농가진, 완선, 비브리오 패혈증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여러 사람이 같이 쓰는 공용 물건을 통해 각종 감염병이 전파된다. 대표적인 게 바로 수건이다. 얼굴과 몸을 씻고 수건으로 닦는데, 고온 다습한 여름에는 수건이 잘 마르지 않는다. 당연히 세균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공용 수건을 통해 감기, 눈병 등이 전염될 수 있으며 수건으로 질병 부위가 아닌 손만 닦았다 하더라도 균이 전염될 수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세균 감염도 수건이나 욕실용품, 전화기, 컴퓨터 키보드 등을 함께 쓰기 때문"이라며 "개인위생 준수를 철저히 한다면 여름도 건강하게 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역시 뭔가를 잡고 나르고 만지기 때문에 각종 유해 세균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질병의 60%는 손을 통해 전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한쪽 손에만 약 6만마리 세균이 있다고 한다. 일단 손에 묻은 세균은 눈, 코, 입, 피부 등으로 옮겨진 뒤 사람이 만지는 음식과 물건에 옮겨져 다른 사람에까지 전염시킨다.





최근 들어 휴대전화(스마트폰)를 '세균의 온상'이라고 지적하는 연구 결과를 놓고 논란이다.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를 몸의 일부처럼 부엌에 가든, 화장실에 가든, 목욕탕에 가든, 식당에 가든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가지고 다닌다. 그래서 휴대전화는 각종 세균이 달라붙고 감염병을 전파하기 쉬운 물건 중 하나가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 결과를 인용해 "휴대전화에는 변기의 10배에 달하는 잡균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아지즈대학 연구에서 의대생 휴대전화 중 95% 이상이 세균에 오염됐으며 전체의 약 20%에서 식중독이나 폐렴의 발병 원인이 되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우리 몸에 상존하는 상재균(常在菌)으로 건강한 사람도 비강, 인·후두, 피부, 털에 서식하는 균이다. 그러나 이 균은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염돼 연부 조직 감염(봉와직염, 화농성 근육염), 화농성 관절염, 화농성 골수염, 중이염, 폐렴, 수술 후 창상 감염, 균혈증, 심내막염, 식중독 등을 일으키는 원인균이다.

일본 교토시 의료위생센터가 휴대전화 71대를 검사해보니 황색포도상구균이 화면에 33%, 그 반대쪽 배면(背面)에서 61% 검출됐다. 조작하는 손가락이 주로 닿는 휴대전화 화면에 세균이 달라붙기 쉬울 것 같은데, 왜 배면에서 세균이 더 많이 검출됐을까. 센터가 10~90대 77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약 60%가 화장실에 반입했고 그중 절반이 휴대전화를 두는 장소로 화장지 받침을 이용했다. 문제는 화장지 받침의 85%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이는 휴대전화를 화장실에 반입해 사용하거나 화장지 받침 위에 두면서 세균 오염에 노출됐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요리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회답한 사람이 30%를 넘었다. 그 이유는 레시피를 참조하거나 요리를 끝낸 뒤 사진을 촬영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화장실에서 휴대전화에 달라붙은 세균이 주방 식기나 요리로 옮으면 식중독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반론도 적지 않다. 세균 종류에 따라 휴대전화에서 서식하거나 증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 사토 다쿠이치 니가타대 의학부 교수는 연구 결과 "휴대전화 화면에서 검출된 세균은 증식에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혐기성균(嫌氣性菌)'이 대다수이며 검출량도 에탄올로 소독한 손에서 검출된 정도에 불과하다"며 "제거할 필요가 없는 세균량"이라고 반박했다. 혐기성균은 피부 표면에 많이 존재하는 세균으로 파상풍이나 보툴리눔 독소를 생성해 식중독을 유발하고 구강 내 잇몸 질환을 일으키는 균들이 포함된다.

앞서 휴대전화에 많은 균이 달라붙어 있다고 밝힌 연구들은 산소가 없으면 증식하지 않는 '호기성균(好氣性菌)'이 대상이었다. 호기성균은 생존과 증식에 산소(O2)가 꼭 필요한 박테리아로 우리 몸에서 산소가 풍부한 폐, 피부, 상처 부위 등에 감염을 잘 일으킨다. 호기성균의 존재량을 조사하는 데 1~2일이면 가능하지만 혐기성균은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고 소요 일수도 많아 정확한 연구가 쉽지 않다. 혐기성균은 상대적으로 잘 번식한다. 면 마스크를 반나절 착용한 후 조사해보면 마스크 표면에 수만 개 세균이 검출된다. 이는 타액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사토 교수는 설명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휴대전화나 책상, 문구 등 물건에 붙어 있는 균은 대부분 상재균으로 해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 세균 전문가 이시이 요스케 소화기외과 박사는 "병원성을 가지는 바이러스나 세균 확산에 대한 예방이 필요하지만 면역이 극단적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상재균에 감염되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휴대전화를 손의 놀잇감으로 간주해도 된다"고 했다. 과도하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질환 원인이 되는 세균을 만졌거나 손이 더러워졌다고 느꼈을 때는 만진 휴대전화도 마찬가지로 더러웠다고 생각해 닦거나 소독하는 게 좋다. 상재균은 사람의 몸에 항상 존재하며 일반적으로 병을 일으키지 않고 공생하는 미생물을 말한다. 주로 피부, 입, 장, 비강, 질 등 다양한 부위에 살고 있다.

무더운 여름철 각종 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지키는 지름길은 '손 씻기'다.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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