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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에피스클리’...유럽 환자들 600명 살렸죠

유럽신장학회(ERA) 2025서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스 화제 에피스가 개발한 희귀질환 바이오시밀러 2년만에 유럽 10개국 진출하며 승승장구 프랑스 70%·독일 52% 점유하며 1위로 하반기 덴마크·노르웨이·포르투갈 출시

  • 심희진
  • 기사입력:2025.06.08 18:00:00
  • 최종수정:2025-06-08 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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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신장학회(ERA) 2025서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스 화제

에피스가 개발한 희귀질환 바이오시밀러
2년만에 유럽 10개국 진출하며 승승장구
프랑스 70%·독일 52% 점유하며 1위로

하반기 덴마크·노르웨이·포르투갈 출시
지난 4~7일(현지시간) 열린 유럽신장학회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부스를 열고 현지 의료진 등에게 에피스클리를 알리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난 4~7일(현지시간) 열린 유럽신장학회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부스를 열고 현지 의료진 등에게 에피스클리를 알리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이 스마트폰과 TV를 만드는 회사인 줄은 알았는데, 바이오 분야에서도 이렇게 잘하고 있는지 몰랐다.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약인 만큼 유럽 시장에 꾸준히 공급해주길 바란다.”

지난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막한 유럽신장학회(ERA) 연례 학술대회,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스는 행사 기간 내내 현지 의료진으로 북적였다. 행사 개막 첫날 이곳을 찾은 프랑스 신장내과 전문의는 이 회사가 개발한 희귀질환 치료제 ‘에피스클리’에 큰 관심을 보이며, 향후 유럽 시장 내 상업화 전략까지 꼼꼼히 물어보기도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 하반기 에피스클리로 유럽 3개국에 추가 진출한다. 신규 거점은 덴마크, 노르웨이, 포르투갈이다. 2023년 7월 독일에 첫발을 내디딘 지 2년 만에 유럽 10개국의 입찰을 따내며 빠르게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다음 목표는 동유럽 3~4개국에 진출하는 것이다.

현재 에피스클리는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업체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이탈리아 70%, 독일 52% 등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가장 큰 경쟁력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30%가량 낮춘 합리적인 가격이다.

길지훈 삼성바이오에피스 메디컬팀장은 “지난 1년 반 동안 약 600명의 환자가 에피스클리를 투여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희귀질환 치료제임을 감안하면 굉장한 성과”라며 “실제 에피스클리를 처방해본 소아신장내과 의사들이 ERA 부스를 찾아와 ‘환자들의 약값 부담을 30% 낮추고 치료제 선택지를 넓혀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전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유럽직판 체제 구축
환자도 의료진도 만족…브랜드 인지도 높여
안토니오 리토 삼성바이오에피스 유럽법인 마케팅총괄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ERA 2025 현장에서 한국 기자단과 인터뷰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안토니오 리토 삼성바이오에피스 유럽법인 마케팅총괄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ERA 2025 현장에서 한국 기자단과 인터뷰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현지 의료진은 소아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바이오시밀러라는 점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에피스클리는 솔비톨을 첨가하지 않아 어린 환자도 처방받을 수 있다. 솔비톨은 바이오의약품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지만 과당불내증 환자에겐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물질이다.

과당불내증 검사를 실시할 수 없는 소아도 투여 금지 대상이다. ERA 현장에서 만난 안토니오 리토 삼성바이오에피스 유럽법인 마케팅총괄은 “aHUS 환자 5명 중 1명은 소아”라며 “오직 에피스클리만이 이들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보니 의료진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공격적 판로 확장에 유리한 직판 체계까지 구축한 만큼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리토 총괄은 “2년 전까지만 해도 현지 유통사에 치료제 판권을 맡겼는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모르는 사례가 많았다”며 “에피스클리의 영업을 직접 맡으면서 약물은 물론 회사의 정체성을 함께 알릴 수 있게 됐고, 많은 이들이 우리의 파이프라인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피스클리의 직판 체계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도 크게 높였다. 의약품을 만든 기업과 처방권을 가진 의료진이 직접 소통해 현장 수급을 조절하면서 응급 상황에 보다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리토 총괄은 “급성 aHUS는 증상이 빠르게 악화하는 경향이 있어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뒤 24시간 이내에 약을 투여해야 한다”며 “의사결정의 간소화로 물량 확보가 원활해지면서 환자들이 골든타임 내에 치료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 내 출시국 확대와 더불어 환자들의 치료 편의성 제고에 힘쓸 계획이다. 영국에서 시행 중인 홈케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홈케어 서비스란 간호사가 환자 집을 2주에 한 번씩 방문해 에피스클리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유용하다. 관련 비용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전액 부담하고 있다.

고가 치료제인 만큼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 프로그램도 지속할 예정이다. 이들이 지불해야 할 약값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형태다. 에피스클리 가격은 1바이알당 약 251만원으로, 1년 약값만 2억~3억원 정도 든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솔리리스(1바이알당 360만원·연간 3억~4억원)보다 낮은 편이긴 하나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

길 팀장은 “임상시험 종료 후에도 추가 투여가 필요한 경우 에피스클리를 무상 제공했다”며 “희귀질환 환자를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리는 것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중요한 사명이기에 앞으로도 실질적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 에피스클리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과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aHUS)을 타깃으로 한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첫 해외 직판 제품이다. 경쟁 약물로는 암젠이 개발한 베켐브가 있다. 희귀질환인 aHUS는 혈관 내 형성된 피딱지가 혈액 흐름을 방해하고 적혈구를 파괴해 용혈성 빈혈을 일으키는 병이다. 첫 진단 후 3년 내 환자의 약 80%가 사망하거나 말기 신부전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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