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직접 쓰는 게 단어 암기 핵심
컴퓨터 타자 치는 경우보다 효과 좋아

10살 남자아이를 키우는 한 30대 여성은 최근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이 고민이다. 아이가 심심할 때마다 스마트폰을 빌려 챗GPT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인공지능(AI)에 익숙해지라고 먼저 권했지만, 아이는 푹 빠진 것 같아 후회막심이다.
아이의 부모는 “챗GPT가 모든 이야기를 다 받아주니 빨리 글과 말을 배우는 것 같아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면서도 “우리 어릴 때와 너무 달라 이래도 되는지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어린 아이들도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글을 배우는 방식도 달라졌다. 책을 읽고 손글씨를 쓰던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컴퓨터 타자로 글을 익히는 경우가 많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요즘은 학교나 방과후교실에서 다 타자 연습을 시킨다”면서 “손글씨는 엉망이어도 타자는 잘 치는 아이들이 많다”고 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언어 교육을 해도 괜찮을까. 최근 국제학술지 ‘실험 아동 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컴퓨터 타자로 언어를 학습할 경우, 읽기와 쓰기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바스크대 연구진은 5~6살 아이 5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 중 절반은 연필과 종이로 글을 쓰게 했고, 다른 절반은 컴퓨터로 타자를 치며 글을 쓰게 했다.
이후 알파벳과 단어 철자 시험을 치렀는데, 손으로 직접 써가며 공부한 아이들이 더 좋은 성적을 보였다.
또한 같은 손글씨 연습이라도 글자 윤곽이 그려진 종이에 따라 적는 것보다는 빈 종이에 스스로 쓰는 연습이 더 효과적이었다.
직접 글을 쓰는 아이들도 빈 종이에 쓰는 그룹과 윤곽을 따라쓰는 그룹으로 나눠서 경과를 지켜본 결과, 빈 종이에 자유롭게 따라쓰는 아이들이 사후 테스트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처음에는 따라쓰는 연습이 도움이 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자유롭게 쓰는 연습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연구를 진행한 조아나 아차 연구원은 “손으로 직접 쓰는 활동이 글자와 단어 구조를 암기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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