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체계 미완으로 합병증 우려도
개인 위생에 수분 보충이 핵심
부모가 응급상황 진행여부 살펴야
따뜻한 봄 날씨로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각종 감염질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른에 비해 면역체계가 덜 발달한 소아일수록 건강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봄철 소아 감염질환으로는 감기, 장염, 수족구병, 뇌수막염 등 4가지가 있다. 해당 질환에 걸렸을 경우 간단한 처치로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지만 당장 응급실에 가야하는 상황일 수도 있으니 전조 증상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
한상수 순천향대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감기, 장염, 수족구병, 뇌수막염 순으로 발생 빈도가 높다”며 “이중에서 뇌수막염은 빈발 정도는 낮지만 응급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질환인지, 예방법은 무엇인지 등 알아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소아 감염병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감기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등을 원인으로 한 급성 상기도 감염이다. 5세 이하 영유아는 면역 체계가 미숙해 감기에 잘 걸리는 편이다.
문제는 6개월 미만 영아다. 이들은 단순 감기에 걸렸다 하더라도 모세기관지염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 모세기관지염의 대표 증상은 호흡 곤란, 쌕쌕거림 등이다. 만약 아이가 감기에 걸린 후 40도 이상의 고열을 앓거나 숨쉬기 어려워할 경우, 쌕쌕거리는 소리가 심할 경우, 경련과 탈수,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감기를 예방하려면 개인 위생 관리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사람이 많은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는 것이 좋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는 것도 필요하다. 균형 잡힌 식사와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도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적정한 체온을 유지하고 실내 환기에 힘쓰는 것, 부모가 독감 등의 예방 백신을 제때 맞히는 것도 필수다.

봄철 영유아에서 흔히 나타나는 또 다른 질환은 장염이다. 겨울철 유행하던 장염 바이러스가 잔존해있다가 새학기에 단체생활이 본격화하면 다시 유행하는 흐름이다. 장염의 주요 원인은 바이러스, 세균, 기생충 등 다양한데 생후 6~24개월 영아에서는 주로 로타바이러스와 노로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아스트로바이러스 등이 급성 장염을 일으킨다.
급성 장염의 주요 증상은 설사와 구토, 복통이다. 대부분 특별한 약 없이 수분 보충과 식이 조절로도 회복될 수 있다. 가정에서는 미지근한 보리차나 전해질 음료를 티스푼으로 조금씩, 자주 마시게 하는 것이 좋다. 구토가 가라앉으면 쌀미음, 죽, 바나나 등 속이 편한 음식부터 먹여야 한다. 단 유제품은 설사를 악화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한 교수는 “대부분 3~7일내 호전되는데, 대변과 구토 횟수가 줄면서 식사를 다시 할 수 있게 된다”며 “다만 아이가 며칠째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심한 탈수로 입안이 마르고 눈물도 안 나오며 축 늘어지고 소변이 줄었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가 섞인 설사를 하거나 복통이 심할 때, 39도 이상의 고열이 동반되는 경우에도 즉시 의료 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족구병은 손, 발, 입안에 물집이 생기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주로 5세 이하 아이에게 발생한다. 대부분 1주일 이내 호전되지만 드물게는 뇌수막염이나 뇌염 등의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생후 6개월에서 만 3세가 가장 잘 걸리고 증상도 심하다.
주요 원인 인자는 엔테로바이러스 중 ‘콕사키바이러스 A16형’과 ‘엔테로바이러스 71형’이다. 신경계 합병증을 잘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엔테로바이러스 71형은 주로 미열과 입안 통증을 유발한다. 손, 발바닥, 엉덩이, 무릎, 팔꿈치 등에 생긴 작은 붉은 반점이 물집으로 발전하는 특성도 갖고 있다.
수족구병은 7~10일이 지나면 저절로 호전된다. 가정에서는 아이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자극 없는 음식을 먹이고 수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줘야 한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이고 미지근한 물로 몸을 닦아주며 체온을 조절한다.
한 교수는 “드물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고열과 반복 구토, 두통, 목 경직, 팔다리에 힘이 없고 비틀거리는 양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신경계 합병증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족구병은 전염성이 높다는 점에서 격리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족구병은 현재까지 예방 가능한 백신이 없다”며 “아이들이 모이는 어린이집 등에서는 손 씻기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진료를 받도록 한다”고 말했다.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덮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봄철 유행하는 감염질환 중 가장 위험하다. 원인에 따라 세균성과 바이러스성으로 나뉜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이 가장 많은 형태이며, 그 중에서도 수족구 바이러스의 원인인 엔테로바이러스가 90%를 차지한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가장 심각한 형태로 폐렴구균, 수막구균, 대장균 등이 원인이다. 합병증의 발생위험이 높아 항생제 치료가 10~14일정도 필요하다.
대표 증상은 고열, 심한 두통, 구토, 목 경직 등이다. 의식 저하나 경련, 축 늘어짐, 출혈성 발진이 동반되면 바로 응급실에 가야 한다. 뇌수막은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뇌수막염 발병 시 치료를 제때 하지 못하면 뇌에 영구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특히 소아는 신경계 손상으로 감각신경성 난청, 뇌전증, 수두증, 뇌성마비, 뇌 농양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변정혜 고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뇌수막염은 원인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빠른 감별이 필요하다”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심되는 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뇌수막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세균성 뇌수막염의 경우 뇌수막염균 인플루엔자 B형 백신, 폐렴구균 백신 등이 있다. 한 교수는 “대부분의 봄철 소아 감염질환은 적절한 예방과 초기 대응으로 심각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지만 영유아는 증상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으므로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다”며 “아이의 상태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상 징후가 있으면 신속하게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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