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팀이 눈물의 4관왕을 차지했다. 그 수상의 무대 위에는 더는 함께할 수 없지만 영원히 기억될 배우 故강명주도 함께 있었다.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열린 제6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폭싹 속았수다’는 드라마 작품상, 극본상, 여자 조연상, 남자 조연상을 품에 안으며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후보에 올랐던 아이유와 박보검은 무관에 그쳤지만, 두 사람의 눈물 어린 표정은 수상자들과 함께 이 작품에 얼마나 깊이 몰입했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극본상은 임상춘 작가 대신 김원석 감독이 대리 수상하며 “작가님은 드라마를 쓰며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리고 싶고, 아이를 안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했다. 방송 내내 행복해하셨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 따뜻한 말 속엔 이 드라마가 지닌 정서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여자 조연상을 수상한 염혜란은 “여기 우리 애순이들이 있다”며 “애순아, 엄마 상 받았다. 장원이야”라고 외쳤고, 관객석에 있던 아이유와 김태연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이어 “김용림, 나문희 선생님, 하늘나라에 간 강명주 선배님까지... 함께한 모든 선후배님들께 존경을 보낸다”며 깊은 울림을 남겼다.
남자 조연상을 수상한 최대훈은 특유의 진심 어린 입담으로 현장을 울리고 웃겼다. “몰래카메라 같다. 어린이날 받은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한 그는 끝으로 “힘들고 지칠 때 외쳐라, 학씨!”라고 드라마 속 유행어를 재현하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그 순간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이 드라마가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남긴 위로 그 자체였다.

작품상을 받은 김원석 감독은 “혐오의 시대에 미워하지 말고 같이 잘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다”며 “이 드라마의 첫 설계도를 그린 임상춘 작가, 그리고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 특히 보석 같은 연기를 보여주신 故강명주 배우님을 기린다”고 말했다.
故강명주는 작중 박영범(이준영)의 어머니 윤부용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고, 드라마 공개 직전 세상을 떠나며 이 작품은 그녀의 유작이 되었다. 제작진은 13회 엔딩 크레딧에 “세상의 ‘에메랄드’, 우리의 ‘프라이드’였던 강명주 배우님을 기억하며”라는 문구로 그녀를 추모했다.
‘폭싹 속았수다’의 수상은 단순한 트로피 이상의 의미였다. 그날의 무대에는, 함께 걸어온 모든 순간과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누군가의 기억이 함께 서 있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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