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수서동과 일원동 일대 수서택지개발지구 1만6000가구 재건축이 본격 추진된다. 수서지구는 성남 서울공항과 가까운 탓에 정비사업 제약이 많았는데, 고도제한이 완화되고 용도지역도 상향돼 최고 40층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수서역 일대에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이 개통한 가운데 개발 호재까지 여럿 예정돼 있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제9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11월 열람공고를 실시한 ‘수서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5월 말 수정 가결했다. 이번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는 2012년 이후 13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지구단위계획은 토지 이용 효율성을 높이고 지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수립하는 ‘개발 밑그림’이다. 특히 이번 수서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은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이 가까워진 노후 주택 단지에 대한 재건축 가이드라인 성격을 지닌다. 1990년대 중반 완성된 수서택지개발지구는 133만5246㎡ 규모로, 이곳에 1만6000여가구가 들어서 있다. 지구 내엔 16개 노후 아파트 단지가 있고, 이 중 15개 단지가 재건축 연한인 준공 30년이 넘었다. 또 이 가운데 7개 단지는 정밀안전이나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해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규모만 보면 최근 화제가 된 광운대역세권 개발 사업지(약 51만㎡)의 2.6배가 넘는다.
그동안 수서택지개발지구는 고층 개발이 불가능했다. 대모산 옆에 있어 고도제한을 적용받는 데다 성남 서울공항과 인접했다는 이유로 건물을 7층까지만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재정비안은 재건축 높이 제한 완화에 방점이 찍혔다. 주거 기능만 담당할 수 있던 주거 용지에 상업, 비주거 용도 도입이 가능해지고 높이 규제도 완화하는 식이다.
특히 이번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단지는 대모산 인근에 위치한 일원동 ▲일원가람 ▲상록수 ▲한솔 ▲청솔빌리지 등 저층 단지 4곳이다. 이들 단지는 1종일반주거지역, 2종일반주거지역(7층 이하)에 있고 모두 5층 이하로 지어져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안에 따라 2종일반주거지역(용적률 200% 이하)으로 용도지역 상향이 가능해졌고 주택을 15~20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됐다.
수서역 인근 단지 중엔 ‘수서삼익’ 아파트가 수혜를 입는다. 결정안에 따라 수서삼익은 현행 3종주거지역(용적률 250% 이하)인 토지 용도를 준주거(용적률 400% 이하)로 상향할 수 있게 됐다. ‘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의 비율’을 의미하는 용적률은 재건축 사업성을 판단하는 주요 잣대 중 하나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건축물을 높게 지을 수 있으며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에서 용적률이 높으면 분양 물량이 증가해 사업성이 높아진다. 통상 용적률 400%로 재건축 시 최고 층수는 49층이다. 다만 수서택지개발지구는 높이 제한이 있는 만큼 40층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서역 우측에 위치한 임대아파트 ‘수서6단지’는 현재 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까지 용도 변경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상한 용적률은 800%까지 올라간다.
수서택지개발지구 내 일반상업지역 높이 제한도 완화된다. 밤고개로변 최고 높이는 100m에서 120m, 광평로변과 이면부는 100m까지 완화해 지역 중심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이 밖에 일원동 주택단지 남북에 폭 10m의 공공보행통로를 계획해 대모산으로 이어지는 통경축을 확보하고, 수서역 일대는 복합개발을 통해 업무·판매·문화공간을 조성한다. 시는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8월 중 지구단위계획을 최종 결정 고시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택지에는 수서동 수서신동아(1992년 10월 준공), 수서한아름(1993년년 11월), 동익(1993년 11월)을 비롯해 일원동 수서까치마을 등 재건축 연한을 채웠거나 재건축을 이미 추진 중인 아파트가 많다. 수서한아름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현 면적으로 구성된 아파트다.

수서, 지구단위계획 변경안 가결
높이·용적률 완화돼 재건축 용이
지난해 11월 지구단위계획 변경안 초안이 공개되고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수서택지개발지구 일대 아파트값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일원동 상록수 전용 84㎡는 지난 5월 7일 26억4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4~6월까지만 해도 22억~23억5000만원, 2023년에는 18억원에도 거래된 아파트였지만 지구단위계획 변경안 공람이 시작되면서 시세가 오르기 시작했다. 일원가람 전용 84㎡는 지난해 6월 23억9000만원(2층)에 딱 한 차례 계약서를 쓴 뒤 거래가 뜸했는데, 올 들어 매물 호가가 부쩍 뛰더니 2월 25억8000만원(2층), 3월 27억8000만원(3층)에 사고팔렸다. 이외에도 수서역과 가까운 수서삼익 전용 84㎡는 지난 3월 21억5000만원(5층)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썼다. 지난해 6월 같은 면적 2층 아파트가 16억8000만원에 실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1년도 안 돼 시세가 5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개발 밑그림 격인 지구단위계획 소식만으로 수서택지개발지구 일대 아파트값이 급등한 건 수서역 일대에 개발 호재가 많고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아서다.
수서택지개발지구는 수서역을 중심으로 밤고래로·광평로 등 주요 간선도로가 연결되고 지하철 3호선, 수인분당선, GTX-A노선, SRT 등 편리한 교통망을 갖추고 있어 수도권 동남부를 대표하는 교통 요지로 꼽힌다. 또 택지 인근에서는 수서공영주차장과 수서차량기지, 수서역 환승센터 등 복합개발과 로봇벤처타운 조성도 추진되고 있어 정비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전망이다.
이 중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 사업은 철도와 대중교통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10만2000㎡에 이르는 수서역 철도 부지에 환승 체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지원 시설을 포함한 복합공간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수서광주선 수서역 신설, 기존 역사 증축, 환승센터, 버스·택시 환승장, 주차장 등 다양한 교통 인프라가 들어선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서광주선과 위례과천선도 예고돼 있다. SRT 수서역 오른쪽 부지에는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선다. 이외에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에는 업무·유통·상업·주거시설이 다양하게 조성될 예정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수서역 일대는 행정구역상 강남권인 데다 수도권 동남권 교통의 허브라는 점, 복합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했을 때 가치 상승폭이 클 것”이라며 “저층 단지가 많던 일원동 역시 주변 환경이 쾌적해 거주지로서 인기를 끌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3호 (2025.06.09~2025.06.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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