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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끝났다? ‘초통령 플랫폼’은 예외 [미장 보석주]

(15) 로블록스

  • 최창원
  • 기사입력:2025.06.05 13:35:45
  • 최종수정:2025.06.05 13: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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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로블록스

메타버스는 지난 몇 년 동안 IT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였다. 2021년 10월 글로벌 소셜미디어(SNS) 기업 페이스북이 회사명을 ‘메타’로 변경할 정도였다. 국내에서도 수많은 메타버스가 등장했다. “마구잡이로 여기저기 메타버스를 붙인다”는 비판에도 기업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안 돼 메타버스를 향한 관심은 차갑게 식었다. 화려한 등장만큼이나 급작스러운 몰락. 메타버스를 신사업으로 내세웠던 기업들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전 세계 ‘초통령 게임 플랫폼’으로 불리는 로블록스(RBLX)다. 미국 증시가 불안한 와중에도 주가는 오름세다. 올해 1월 2일 58달러였던 주가는 6월 3일 기준 89달러까지 올랐다. 50% 가까운 오름세다.

시장에선 추가적인 상승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BMO캐피털의 브라이언 피츠(Brian Pitz) 애널리스트는 최근 발표한 리포트에서 로블록스 목표주가를 95달러로 제시했다. 기존 82달러에서 15.8% 상향 조정했다. 씨티그룹도 5월 초 리포트에서 눈높이를 85달러에서 100달러로 높였다.

로블록스 주가 상승세가 심상찮다. 글로벌 IB도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 (로블록스 제공)
로블록스 주가 상승세가 심상찮다. 글로벌 IB도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 (로블록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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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계 유튜브 플랫폼

전 세계 아이들의 놀이터

로블록스는 일종의 게임 플랫폼이다. 레고처럼 생긴 캐릭터를 자신의 아바타로 삼아 플랫폼 속 수백만개 게임 콘텐츠를 즐기는 형태다. 주목할 대목은 콘텐츠 제작 주체다. 로블록스가 직접 제작한 게임 콘텐츠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일반인이나 외부 업체가 제작한 콘텐츠다. 마치 유튜브에 일반인이 자신들의 영상 콘텐츠를 올리듯 게임 콘텐츠가 로블록스에 올라간다. 복잡한 코딩을 몰라도 만들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로블록스는 자체 게임 제작 툴인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제공한다. 로블록스 스튜디오는 MS 그림판 수준으로 단순하다. 어린이도 금세 배울 수 있다. 누구나 게임을 만들고 배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셈. 단적인 예로 10대 청소년이 만들었다고 알려진 정원 꾸미기 게임 ‘그로우 어 가든(Grow a Garden)’은 최근 3일 만에 890만명의 동시 접속자가 발생해 눈길을 끌었다.

로블록스 이용자 지표는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로블록스 플랫폼의 하루 평균 활성 이용자 수(DAU)는 9780만명이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4.7%,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6% 증가했다. 이용자가 1분기 동안 플랫폼을 이용한 총 시간은 217억시간으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6%, 1년 전과 비교하면 30% 늘었다. 이성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DAU의 경우 4월 중순에 회사 측이 제시한 가이던스 수치인 9700만명을 웃돌아 일각에서 제기되던 트래픽 성장에 대한 우려를 불식했다”고 강조했다.

이용자 지표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대목은 연령대다. 여전히 로블록스 주 이용자는 13세 미만(U13)이다. 1분기 DAU(9780만명) 중 3610만명이 13세 미만 어린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00만명가량 늘었다. 다만 최근에는 13세 이상(O13) 지표가 빠르게 오름세를 띠고 있다. 2023년 1분기 3690만명에 그쳤던 O13 지표는 2024년 1분기 4490만명을 기록하더니 올해 1분기에는 6100만명까지 치솟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반려 게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로블록스는 2021년 만들어졌는데, 당시 U13 이용자가 O13이 된 이후에도 꾸준히 로블록스를 즐기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다. 로블록스 입장에선 긍정적인 지표다. 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해 소비계층이 되면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 덕분이다. 로블록스는 이미 변화를 읽고 준비에 나섰다. 2023년부터 성인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 제작 지원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게 ‘드레스 투 임프레스(Dress to Impress)’다. 아바타 커스터마이징과 패션에 초점을 둔 게임으로 성인 이용자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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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아마존’ 플라이휠 전략

최종 목표는 DAU 10억명

로블록스의 최종 목표는 DAU 10억명이다. 꽤나 오래전부터 밝힌 내용이다. 최근까지도 목표는 여전하다. 지난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개최된 ‘로블록스 개발자 대회(Roblox Developers Conference·RDC) 2024’에서 데이비드 바주키 로블록스 CEO는 “로블록스는 10억명 DAU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로블록스의 DAU 10억명은 단순 구호가 아니다. 이를 위한 실질적인 경영 전략도 펼치고 있다. 이른바 플라이휠(flywheel) 모델이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제시한 개념으로, 아마존 성장 방식이기도 하다. 플라이휠은 크고 무거운 금속 원판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처음엔 아무리 힘을 줘도 천천히 돌아가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속이 붙어 스스로 속도를 낸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투자하고 경쟁력을 쌓다 보면 자생적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 뒤부턴 약간의 투자로도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로블록스의 금속 원판은 게임 콘텐츠 제작자(크리에이터)다. 크리에이터 투자를 늘려 크리에이터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자연스레 ‘크리에이터 유입 → 게임 콘텐츠 확대 → 이용자 확대’의 선순환 구조가 갖춰질 것이란 기대다.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만들어 콘텐츠 제작 접근 장벽을 낮추고, 크리에이터 수익 확대에 집중하는 이유다. 로블록스는 지난해 9월 RDC에서 “크리에이터에게 판매 수익의 최대 70%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성원 애널리스트는 “크리에이터 수익 보장 비율을 높이는 건 단기적으로 회사 변동비를 높이는 요인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점유율 확대나 목표치 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이니셔티브”라고 평가한다. 실제 올해 1분기 크리에이터 수익 비용(Developer Exchange Fees)은 2억8100만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늘었다. 시장에선 현재 추세라면 올해 로블록스의 크리에이터 수익 비용은 10억달러가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늘어날 비용은 광고 매출 등으로 상쇄할 전망이다. 로블록스는 지난 4월 구글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보상형 광고’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30초간 광고를 시청하면 게임 콘텐츠 내 혜택을 받는 형태다. 로블록스에 따르면 초기 테스트에서 이용자의 80%가 광고를 끝까지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파니 레이섬(Stephanie Latham) 로블록스 글로벌 브랜드 파트너십 총괄 부사장은 “보상형 광고는 크리에이터와 광고주, 이용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포맷”이라고 설명했다. 스콧 셰펴(Scott Sheffer) 구글 부사장은 “이용자들은 게임 콘텐츠에 깊이 몰입하기 때문에 기존 광고 형식은 로블록스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보상형, 몰입형 방식으로 게임 콘텐츠에 광고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다. 올해 하반기부터 광고가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박승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보상형 비디오 광고 도입 발표는 로블록스의 다음 주가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3호 (2025.06.09~2025.06.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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