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 대통령실 경호처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설 경호원이나 경찰 경호를 받았지만 국내 최고의 경호를 제공하는 대통령실 경호를 공식 요청한 것이다. 이 후보 측이 과거 선거와는 차원이 다른 후보 경호에 나선 것은 테러 위협과 제보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해서다. 일각에서 과하다는 눈총도 주지만 지난해 부산에서 칼에 찔린 경험을 떠올리며 '만에 하나'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 유세 현장은 근접 경호팀, 외곽 경계팀, 고지대 감시팀 등 3중 경호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 지난 13일 대구 유세 현장에선 총격 등 원거리 위협에 대비해 건물 옥상 등에 배치된 경호 인력이 다수 눈에 띄었다.
저격 가능성에 대비해 저격용 총기 관측장비도 최초로 투입됐다. 탐지 반경은 약 2㎞에 달한다고 한다. 해당 장비는 대당 5000만원으로, 총 10대가 이번 대선에 도입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열화상 망원경을 소지한 경호원들도 곳곳에 배치됐다. 열화상 망원경은 열감을 감지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잠재적 위협도 탐지가 가능하다.
류삼영 전 총경은 "구체적인 경호 규모는 보안 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지만 '을호' 수준의 경호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을호'는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경호인 '갑호' 다음으로 높은 경호 등급이다. 국무총리, 국회의장 등 주요 요인에게 적용된다.
이 후보 경호에 투입된 경찰 경호팀장은 20대 대선에서도 이 후보 경호를 맡았던 경찰청 소속 A 경정이다. 용인대 유도학과를 나와 707 특임대를 거친 대테러 전문가다.
미국 대선에서나 볼 수 있던 방탄유리막도 곧 유세장에 등장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유세 때처럼 후보 연설대를 4면 방탄유리로 둘러싸는 이동식 방탄 설비를 업체에 주문한 상태다. 현재는 연단 안쪽에 방탄 재질을 붙여 임시방편으로 쓰고 있다. 이 후보가 연설할 때는 주변에 검은 가방을 든 경호원들이 서 있다. 이 가방은 유사시 펼치면 방탄막이 된다. 여수 유세장에는 폭발물 탐지견도 등장했다. '고니'라는 이름표를 달고 현장을 다니면서 시선을 끌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권자들과 수없이 악수하는 유세장 풍경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경호팀에선 학생이나 어린이들만 이 후보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대선 유세가 본격화하면서 경찰 경호팀은 비상 체제로 가동되고 있다. 이 후보뿐 아니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 주요 후보들의 유세 현장에 경찰 경호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후보 경호를 본격화한 경찰은 지난 대선보다 20~30명가량 많은 총 180명의 인력을 편성했다. 후보별로 현장마다 10개조 40명(4인 1조)의 병력이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탄막 가방을 들고 최근접 경호를 맡는 경호원은 4명 정도다. 나머지 인원은 후보 동선을 미리 체크하거나 군중들 사이에 배치돼 거동 수상자를 선별한다. 후보가 탄 차량이 움직일 때는 4~5대의 승합차가 항상 함께 이동한다. 후보 탑승 차량을 가운데 두고 차량들이 사방을 둘러싸 한 덩어리로 움직인다. 다만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이같이 엄중한 경호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후보는 사설 경호인단을 고용하지 않았다. 친근한 이미지를 조성하기 위해 근접 경호도 최대한 피하고 악수도 자유롭게 한다. 김 후보의 비서실 부실장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당에서 따로 붙인 경호 인력은 단 한 명도 없다"며 "현장에서 경호 인력이 근처에 있으면 후보께서 빠져 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준석 후보도 유권자와 스킨십을 넓히기 위해 경호 최소화 원칙을 세웠다. 다만 당초 15명으로 시작한 이준석 후보의 경호 인력은 경찰 요청에 따라 지난 13일부터 30명으로 증원됐다.
[전형민 기자 / 구정근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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