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도 신선식품 전쟁 중
컬리 잡은 네이버, 티몬 인수 오아시스
온라인도 신선식품 전쟁터다. 이커머스 1위 쿠팡을 잡기 위한 카드로 너 나 할 것 없이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 별도 쇼핑 앱을 내놓는 등 커머스 강화에 여념이 없는 네이버가 대표 주자다. 네이버는 최근 신선식품 강자인 ‘컬리’와 전략적 동맹을 맺으며 잰걸음에 나섰다. 올해 안으로 컬리를 네이버 플러스스토어에 입점시키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컬리 앱 없이도 네이버 쇼핑 앱을 통해 컬리가 다루는 신선식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인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멤버십과 결제, 퀵커머스 등 연계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컬리 협업으로 네이버는 ‘상품군 확대’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 중이다. 그간 쿠팡 대비 네이버 한계로 지목돼오던 새벽배송 물류망을 얻게 된 덕분이다. 컬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을 도입한 회사다. 한편 컬리 역시 네이버라는 대형 채널을 통해 이용자 수 확대를 노릴 수 있다. 네이버는 현재 컬리 지분 약 10%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흑자 경영으로 유명한 신선식품 강자 ‘오아시스마켓’은 외형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을 운영하는 오아시스는 티몬 최종 인수 예정자로 선정됐다. 그간 신선식품에 집중했던 오아시스가 종합 오픈마켓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신선식품 배송 강화에도 나섰다. 오아시스마켓은 올해부터 새벽배송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새벽배송 권역에 지난해 7월 세종시, 올해 3월 대전을 추가한 데 이어 최근에는 충남 공주시까지 확장했다.
변수가 하나 더 있다. 그간 신선식품 배송 대행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팀프레시가 자금난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일시 중지했다. 기업 간 거래(B2B) 물류망에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쿠팡·컬리·오아시스마켓 등 B2C 강자가 B2B 쪽으로 침투할 여지가 생겼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신선식품 경쟁 판도가 아예 새롭게 짜이는 모습이다. 기존엔 컬리, 오아시스마켓, 쓱닷컴 정도였지만 쿠팡과 덩치에서 게임이 안 됐다. 하지만 이제는 네이버+컬리, 오아시스+티몬 등 연합군 탄생으로 더 치열한 승부가 예고된다”고 말했다.
쿠팡도 경쟁자 추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다. 올해 2월 고품질 신선식품을 내세운 ‘프리미엄 프레시’를 새로 선보였다. 기준을 높여 엄격하게 선별한 과일·수산·채소·정육 상품을 별도 카테고리에서 판매 중이다. 예를 들어 정육 부문에서는 1++등급 한우 브랜드 제품을, 계란은 자유방목 1번란 브랜드만 제공하는 식이다.
인기에 힘입어 상품군도 확대 중이다. 2월 당시 상품 가짓수 500여개에서 최근 950여개로 늘렸다. 인기 신선식품 품목은 ‘고등어밥상 가시제거연구소 고등어’ ‘상하목장 유기농인증 우유’ ‘존쿡 델리미트 사각 잠봉’ ‘소금집 잠봉 햄’ 등이다. 백화점에서 주로 취급했던 프리미엄 제품군까지 쿠팡이 넘보는 셈이다.

신선식품 전쟁의 향방은
오프라인 ‘배송’, 온라인 ‘신뢰’ 문제
신선식품 전쟁은 계속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식 물가 상승으로 식자재 수요가 증가했고 저속노화 열풍에 힘입어 제철 식재료와 다양한 건강 식자재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기업 수익 면에서도 신선식품 확대가 유리하다는 의견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신선식품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수·축산물은 과거부터 유통 구조가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중간 물류 마진이 붙으면서 가격이 오르는 구조”라며 “신선식품 취급량 자체가 늘어나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최종 승자는 누가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오프라인이 신선식품 쪽에서 갈수록 강점을 가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배송보다는 품질을 중요시하는 소비자 성향이 더욱 강화되고 있고 오프라인 채널 간 ‘구매 통합’을 통해 가격 경쟁력도 점차 키워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책임 소재가 다르다는 점도 오프라인 채널에는 유리한 점이다.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 구매 시 온라인은 판매자 책임, 오프라인은 소비자 책임이라는 구조 차이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품질 신뢰도가 높은 오프라인 채널로 이동이 더 활발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는 쿠팡, 오프라인에선 이마트 손을 들어주는 이가 많다. 이유는 역시나 ‘규모의 경제’다. 쿠팡은 이미 수많은 소비자를 확보했고 그간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직접 물류배송 인프라를 갖춰놨다. 상품 경쟁력인 가격·배송 면에서 경쟁자가 넘어서기 힘든 구조다. 이마트도 비슷하다. 대형마트 중 매장 수가 가장 많고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까지 통합 운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상품 소싱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성공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도 특화몰보다는 쿠팡·네이버 같은 종합몰이, 오프라인도 덩치가 큰 대기업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결국 비용을 낮출 수 있는 통합 운영 역량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건웅·반진욱 기자 정혜승·정수민·지유진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7호 (2025.04.30~2025.05.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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