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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안엔 金이 최고”...안전자산 쓸어담는 큰손들

올 들어 개인 금 7180억 매수 은행·증권 등 기관 매입분 추월 “저금리 투자처 없어 현찰 보유” 시중 현금 200조 돌파 ‘초읽기’ 자산 보관할 금고 구매도 껑충

  • 김정환
  • 기사입력:2025.04.20 11:32:00
  • 최종수정:2025.04.20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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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개인 금 7180억 매수
은행·증권 등 기관 매입분 추월
“저금리 투자처 없어 현찰 보유”
시중 현금 200조 돌파 ‘초읽기’
자산 보관할 금고 구매도 껑충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팽배해지며 고액자산가들이 금과 현금을 쓸어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올해 1~4월 금 718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부자가 금괴 투자에 나서고 있는 모습을 그린 AI 이미지 <챗GPT>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팽배해지며 고액자산가들이 금과 현금을 쓸어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올해 1~4월 금 718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부자가 금괴 투자에 나서고 있는 모습을 그린 AI 이미지 <챗GPT>

고액자산가 A씨는 최근 1억원 어치 골드바를 매입하면서 이를 보관할 금고도 샀다. A씨는 “경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데 주식, 부동산만 들고 있기는 불안하다”며 “어느 정도 자산은 금으로 들고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관세전쟁 등에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큰손들이 잇따라 금을 쓸어담고 있다. 현금 보유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 시중에서 유통되는 현금은 200조원 육박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었다. 저금리 국면에 투자 시야까지 불투명해지자 차라리 현금을 들고 있자는 흐름이 강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올해 1~4월 금 718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개인의 금 순매수액이 180억원에 그쳤던데 비하면 1년 새 40배가 급증했다.

올해 절반이 가기도 전에 지난해 연간 매입액(5480억원)을 크게 뛰어넘었다. 올 들어 개인이 사들인 금은 은행, 증권사를 비롯한 기관 매입 물량(7090억원) 보다도 많다.

시중 현금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기준 화폐발행 잔액은 197조원으로 2월 역대 최고치(198조원)를 찍고 계속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중앙은행이 찍어낸 돈 가운데 은행으로 되돌아오지 않고 시중에 남아있는 현금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풀린 돈 중 상당수는 금고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 3월까지 고액권(5만원권) 환수율은 50%에 그쳤다.

개인이 들고 있는 금과 현금이 크게 늘면서 이를 보관할 금고 시장까지 덩달아 호황을 맞았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 분석 결과 지난해 개인용 금고 수입액은 528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1% 뛰어올랐다. 역대 최고 수입액을 기록했던 2021년 코로나19 사태(605만달러)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수치다.

개인투자용 국채도 수요가 늘고 있다. 3~4월 국채 5년물 1300억원을 모집하는데 2300억원 뭉칫돈이 몰렸다. 원금이 보장되면서 이자가 복리로 재투자되고, 분리과세 혜택을 받는다는 점이 부각됐다.

올해 내내 부자들 사이에서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유층 884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부자 10명 중 7명(75%)은 올해 경기 악화를 예상했다. 유망자산(복수응답)에 대해선 예금(40%), 금(32%), 채권(32%)이나 현금(28%)을 꼽았다. 황선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자들이 대내외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들어 금값 상승세가 가팔랐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여전히 투자 가치가 있다”며 “기간을 나눠 하락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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