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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계열 종합 물류 기업…1조 몸값 노린다 [IPO 기업 대해부]

(17) 롯데글로벌로지스

  • 문지민
  • 기사입력:2025.01.31 14:40:42
  • 최종수정:2025.01.31 14: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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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 계열 종합 물류 기업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코스피 입성에 도전한다. 연초 LG CNS가 기업공개(IPO) 시장 한파를 뚫고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또 다른 대어로 꼽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훈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투자자 관심이 집중된다.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지난 12월 27일 통과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제공)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지난 12월 27일 통과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제공)

30년 걸친 물류 노하우

차별화 서비스 지속 추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1988년 설립된 종합 물류 회사다. 2016년 롯데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한 뒤 롯데로지스틱스와 합병해 2019년 롯데글로벌로지스라는 통합 법인이 출범했다. 합병 후 덩치를 키워 현재는 육상운송, 3자물류, 항만하역, 국제물류 등 종합 물류 서비스를 운영한다. 국내 물류 시장에서 CJ대한통운에 이은 업계 2위다.

사업 부문은 크게 3가지다. 택배 사업 부문인 라스트마일(Lastmile), 2·3자물류와 복합운송 사업을 영위하는 토털로지스틱서비스(TLS), 해외 사업 부문인 글로벌비즈니스서포트(GBS)로 나뉜다. 라스트마일은 전통적인 택배 사업 부문이며, TLS 부문은 생산물류와 복합운송, 내륙운송, 항만 등 글로벌 사업을 통합해 고객 맞춤형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시장의 다양하고 복잡한 물류를 통합적으로 수행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GBS 부문은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법인 관리를 담당한다.

강점은 무엇보다 안정적인 실적이 꼽힌다. 30년 이상 물류 노하우를 쌓으며 계열사 거래(캡티브) 물량 기반의 견고한 매출 안정성을 지녔다는 평가다. 그룹 내 유통·식품·제조·화학 등 폭넓은 사업 부문에서 전문 물류를 수행한다. 안정적 물량을 기반으로 그룹 외 고객사를 확대하는 중이며, 특히 화학·반도체·자동차 전장부품 등 물류 수행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를 통한 안정적인 이익 성장을 실현 중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지난 2023년 별도 기준 매출은 3조2148억원으로 전년 대비 2%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87억원으로 같은 기간 13% 증가했다.

신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롯데그룹의 중장기 비전에 발맞춰 수소·암모니아·2차전지·바이오 물류 분야에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2차전지 사업에서 전 가치사슬(밸류체인)을 포괄하는 순환 경제 통합 물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현재 롯데알미늄과 롯데케미칼을 통해 원자재 운송과 소재생산 물류를 운영하고 있다”며 “그룹 방향성에 맞춰 수소·암모니아와 바이오·2차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간 거래(B2C)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다양하게 시도한다. 도심 거점에서 항공권 발권과 여객 수하물 위탁 후 인천공항에서 별도의 수속이나 수하물 접수 없이 도착지 공항에서 수하물을 수령하는 러기지레스(LUGGAGE LESS)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고객사가 소비자에게 시간대별 맞춤형 배송을 제공하도록 지원하는 ‘약속배송’도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야심 차게 내놓은 서비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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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재무 부담 덜어줄까

4월까지 IPO 성공해야

안정적인 실적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성공적인 증시 입성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도 수두룩하다.

투자자의 가장 큰 우려는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처한 대내외적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이다. 내수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글로벌 물류 환경도 급변할 여지가 열려 있다. 유통사의 물류 직접 운영으로 인한 산업 구조 변화도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국내외 여러 리스크가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다”며 “본질적 사업가치에 집중해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특히 물류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점은 공모 흥행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치명적 요인으로 꼽힌다. 물류 산업을 향한 투심이 차갑게 식으며 업계 1위 CJ대한통운 주가도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CJ대한통운 주가는 연간 34% 하락률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택배 시장 물동량 증가율은 팬데믹 이후 둔화되고 있다”며 “물류업계 전반적으로 시장의 기대감이 없다는 점에서 흥행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모기업이 재무적투자자(FI)와 맺은 계약도 부담 요소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주 구성을 보면 롯데지주가 지분 46%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엘엘에이치가 지분 22%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FI인 엘엘에이치는 사모펀드 운용사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PE)가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롯데지주는 메디치PE에 주식을 매각하면서 메디치PE가 해당 지분을 올해 4월부터 롯데지주에 되팔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조건을 붙였다. 오는 4월까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IPO에 나서지 않거나 공모가가 FI의 풋옵션 행사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롯데지주가 차액을 메디치PE에 지급해야 한다는 약정도 넣었다. 메디치PE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22%를 확보하면서 약 3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올해 4월까지 IPO에 나서 약 1조3000억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모기업 롯데지주의 재무건전성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FI의 풋옵션 행사가격 하한선을 맞추려면 해외 상장사를 비교기업으로 산정해야 할 것”이라며 “회사의 사업 확장성과 고객군, 단가 등을 고려하면 UPS나 페덱스 등 해외 물류 업체의 주가수익비율(PER) 적용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다만 앞서 LG CNS가 기관 수요예측과 공모주 청약에서 흥행을 거뒀다는 점은 롯데글로벌로지스 입장에서 긍정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이던 기업이 대거 일정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등 IPO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분위기를 전환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공모주 청약에서 증거금으로 21조원이 몰릴 만큼, 여전히 투자자가 투자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향후 높은 성장성을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뜻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시장에 성장성을 입증하기 위해 투자설명회(IR) 과정에서 회사 비전과 목표를 적극적으로 밝힐 계획이다. IPO를 통해 조달할 자금은 성장을 위해 인프라 투자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실적뿐 아니라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5호 (2025.02.05~2025.02.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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