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 2연속 미달 즉시 상폐
금융당국이 ‘좀비 기업’을 퇴출하려 코스피 상장 폐지 기준이 되는 시가총액 요건을 16년 만에 최대 10배 강화한다. 2029년까지 코스피 시가총액 500억원 미만, 매출액 300억원 미만 기업은 단계적으로 퇴출된다. 2회 연속 감사 의견이 미달된 기업도 즉시 퇴출한다. 공모 시장 신뢰도 제고를 위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관투자자 의무 보유도 확대한다. 지금까지는 기존 시총 요건이 너무 낮아 퇴출되는 기업이 거의 없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월 21일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공동 세미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현재 상장폐지 기준은 코스피 시가총액 50억원·매출액 50억원(코스닥은 시가총액 40억원·매출액 30억원) 미만이다. 정부는 이 기준을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높인다. 2029년에는 코스피 시가총액 500억원, 매출액 300억원(코스닥은 시가총액 300억원, 매출액 100억원)보다 낮은 기업은 퇴출된다. 이 잣대를 현 시장에 적용하면 코스피 상장사 788개 가운데 62개사(약 8%), 코스닥 상장사 1530개 가운데 137개사(약 9%)가 퇴출 대상이다. 다만, 잠재력은 높지만 매출이 적은 기업을 고려해 최소 시총 요건(코스피 1000억원·코스닥 600억원)을 충족할 경우 매출액 요건을 면제하는 완충 장치를 둔다.
상장폐지 절차도 줄여 속도를 높인다. 현재는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코스피에선 두 차례 심의와 최대 4년의 개선 기간을, 코스닥에선 3차례 심의와 최대 2년의 개선 기간을 거친다. 개편 이후 코스피 개선 기간은 최대 4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다. 코스닥은 3심제를 2심제로 줄이고 개선 기간도 2년에서 1년 6개월로 단축한다.
감사 의견이 2회 연속 적정에서 미달(한정·부적정·의견거절 등)한 기업은 올 하반기부터 즉시 상장폐지한다. 현재는 다다음 사업연도 감사 의견이 나올 때까지 개선 기간을 줬다. 최근 5년간 감사 의견 미달로 상장폐지한 사례는 236건에 달한다. 제도 개선 이후 관련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회생·워크아웃(기업재무 개선) 기업에는 추가 개선 기간을 부여한다.
상장 직후 주식을 내다파는 공모주의 ‘단타’도 막는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기관투자자에 기관 공모주 물량 40% 이상을 배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40% 미달 땐 주관사가 공모 물량 1%(상한금액 30억원)를 취득해 6개월간 보유하도록 페널티(벌칙)를 준다. 의무 보유 기간에 따라 상장 가점도 부과한다.
이번 개선안에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간 반응은 갈렸다. 개인투자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관투자자 사이에선 공모주 의무 보유 확대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IPO 환경이 위축되면서 기업가치가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기업 입장에선 투자금이 줄어드는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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